정부는 자원절약과 재활용 촉진, 그리고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재활용제품의 기술개발 및 생산·유통·소비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으로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환경부 관장업무상 재활용사업의 발전·육성에는 한계가 뒷따르기 마련이다.
정부차원의 생산제품에 대한 의무구매와 홍보 등 구매실천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공기관의 구매 외면 사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또한 품질의 개선·유통망·원료공급망 등 시스템 체계화의 미성숙과 맞물려 효과적인 정책의 실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재활용산업은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서로 상충되는 업무에 ‘타협과 조율’로 발전에 앞장서기 보다는 ‘견제와 편가르기’로 무방비에 내몰려 오히려 발전을 저해시켜 온 요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재활용사업은 산업 육성의 업무를 관장하는 산자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며, ‘자원의절약법’ 제5장 재활용산업의 육성은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농림부·국방부·교육인적자원부 등과 함께하는 법률로 국가 폐기물 정책과 국가순환자원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GR인증제도 육성정책 실종, 업계 枯死위기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재활용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품질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재활용제품 품질기준을 마련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GR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GR품질인증제도의 마련으로 우수 재활용제품의 보급향상과 재활용산업 활성화의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
그러나 지난 ’9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GR인증제도가 8년이 지난 현재, 정부의 육성정책 실종과 더불어 지원대책도 끊겨 관련업계는 시장 자생력에 의존하는 처지에 내몰려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현재 200여 GR인증업체와 2,200여 재활용업체는 도산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에 종사하는 4만여 명의 근로자는 생계를 걱정하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렸다.
이들 GR업체들과 재활용업체들이 침체기를 맞게 된 배경은 GR품질인증제도가 체계화 및 육성되어야 할 근거법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데 그 이유가 있다. 환경부 소관법률인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제 33조에 ‘재활용제품의 품질인증을 실시할 수 있다’라는 조문만 명시되어 있어 사실상 GR품질인증 근거법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또한 조문만 명시되어 있는 관계로 우수재활용제품의 기술개발·생산·유통촉진·홍보·지원책 등의 근거조항은 전무한 상태라 현재의 재활용산업은 암울할 수 밖에 없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충분한 이해가 간다.
이처럼 재활용산업 육성에 대한 문제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에 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재활용산업의 촉진법과 친환경구매상품법의 2가지가 적용받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이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사업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의 발전은 산자부가 주도가 되어 움직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 묶여 그렇지 못한 실정에 놓여있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재활용산업을 위한 촉진법은 환경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경제관련 부처와 공동 관리할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활용촉진법·산업발전법 ‘이원화’도 문제
환경부가 친환경상품 촉진법과 친환경구매촉진법을 전격 행사하게 된 배경에는 산업자원부의 무관심과 안이한 발상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위 ‘쓰레기’가 무슨 돈이 되겠느냐며 방치해 둔 결과가 오늘날 환경부가 이들 법률의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 산업환경과 강혜정 과장은 재활용산업의 인정행위가 규격제정은 재활용촉진법에, 품질인증법은 산업발전법에 적용받고 있는 관계로 환친법 통과 당시 이원화된 법체계를 하나로 묶으려고 했다가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또한 재활용산업은 부처간의 이기주의를 떠나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일 산자부가 제출한 환경친화적산업구조로의전환촉진에관한법률(이하 환친법)개정에 따른 제도변경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담긴 주요내용은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의 추진을 비롯한 환경경영 및 청정생산기술 컨설팅사업의 지원, 재제조제품에 대한 품질인증 및 지원, 국제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체제 구축, 그리고 환경경영체제 인증제도의 신뢰성제고사업 실시로 5가지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환친법’에는 친환경상품의 근간인 GR(Good Recycled) 품질 인증제도의 체계화와 재활용산업 육성방안이 빠져 있다. 이로 인해 GR협회를 비롯하여 한국폐자원재활용수집협의회, 한국석유재활용협의회, 한국생활자원재활용협회 등 14개 단체가 향후 재활용산업 활동에 있어 막대한 걸림돌과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환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당시 환경부는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에 미약하게나마 그 근거가 명시되어 있는 관계로 완곡하게 반대하였고, 이에 산자부는 우수재활용제품에 관한 모든 근거조항을 일거에 삭제하는 대신 재제조제품의 품질인증을 담은 근거조항 삽입에 두 부처간에 합의를 하는 엉뚱한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제조, 자동차 등속조인트 등 일부제품만 해당
재제조(Remanufacturing)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통상적으로 사용후(used) 제품을 체계적으로 회수해 분해, 검사, 부품교체 및 조정, 재조립 등의 과정을 거쳐 신제품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재상품화하는 것을 말한다.
Remanufacturing은 기 제조된 제품을 분해, 세척, 부품교체, 부품수정 등을 통해 원래제품의 성능에 거의 100%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유행이 지난 상품을 재제조하자는 취지이다. 복사기의 카트리지나 자동차의 등속조인트 등 극히 제한된 제품만이 해당된다.
이에 GR인증업체와 재활용업체들은 산자부와 환경부가 상생하는 협의체를 통해 재활용산업의 육성은 물론, 국가의 지속가능한 체제로의 재활용정책 발전을 위해서라도 재활용산업을 위한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 단체들은 산자부가 정부발의로 개정하려는(의안번호-173045) 환친법 일부개정 법률안 제2조 우수재활용제품에 대한 정의, 제8조 우수재활용제품 기술개발, 제10조 우수재활용제품의 품질인증을 개정안에 반드시 삽입될 수 있도록 상정된 법률안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정된 법률안에 대한 재검토의 이유는 재활용에 관한 품질인증 부분 중 인증규격 및 품질기준은 환경부가 관장하는 법에 근거하여 산자부가 재활용제품의 인증규격 및 품질기준을 정하도록 되어있고, 품질인증은 산자부가 환경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산업발전법을 인용, 재활용제품의 품질인증인 GR제도(Good Recycled Mark=우수재활용제품 품질인증마크)를 운영하여 왔다는 것이다.
GR인증제품에 유효기간 설정, 사후관리 외면
재활용제품의 인증규격 및 품질기준은 환경부의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제33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2조에 근거하고 있다. 품질인증은 산자부의 환경과 관련이 없는 ‘산업발전법’제26조 및 동법 시행령 제 28조의 규정에 의거, 기술표준원이 우수재활용제품의 인증요령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품질인증의 근거를 환경과 관련된 산자부 소관 ‘환친법’에 반영하여 품질인증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원순환경제사회구축을 목표로 하는 ‘자원순환경제사회형성촉진기본법’(가칭 의원입법)도 그 필요성이 시급함에도 불구, 이번 환친법 개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14개 관련단체들은 공동으로 의견을 모아 국회에 상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폐기물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고, 이에 따른 활용으로 재활용사업이 존속되어야 하지만 GR인증제품은 기술개발제품으로 규정되어 품질의 유효기간이 설정되어 있어 지속적인 재활용품 품질개발에 발목이 잡히고 있으며, 품질향상을 위한 엄격한 사후관리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이 환친법에 재활용제품의 품질조항과 기술개발촉진을 삽입, 재활용사업이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근본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치열한 에너지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는 자원의 97.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원 확보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국가의 현안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원의 순환정책 실종은 국가의 정책의지조차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원의 절대빈곤과 에너지과소비 국가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재활용이다.
국가의 에너지 위기상태를 감안할 때 이제 재활용은 더 이상 전시행정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툭하면 활성화에 한마디씩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이내 사그라지고, 이벤트에 활용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활용은 국가의 미래다. 선진국에서는 재활용을 모든 산업과 연계하여 자원의 선순환과 폐기물 제로(zero waste)운동을 통하여 근간산업으로 빠르게 육성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재활용을 국가 산업시스템에서 근간이 되기 위해서는 법의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이 첩경이 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산업체에 재활용을 독려하고 재활용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재활용산업의 원료인 폐기물에 대한 체계적인 회수시스템을 도입함은 물론 이를 제도화해 재활용제조업체에 원활한 공급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산자부 또한 재활용의 생산기반 시설이 확고해질 수 있도록 환친법에 재활용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강화시켜 나가야 하겠다. 재활용 근거조항을 배제하여 국가의 미래 산업이 사장되는 우(愚)를 범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 / 이준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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