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대표적 스포츠명소 스키장. 하얀 설원에서 즐기는 스피드의 짜릿함을 맛본 스키어들에게 겨울은 짧기만 한 계절이다. 교통체증과 먼길을 달려야 하는 수고는 그래서 감내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풍광속에 자리잡은 스키장 부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은‘어떻게 이곳에 대규모 스키장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졌으리라.
본지는 지역경제 논리에 묶여 환경보전은 뒷전인채 난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스키장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생태계 우수지역 아니면 사실상 건설 불가능
왠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스키매니아라면 설질이 자연설에 가까워야 하며 슬로프는 뭐니뭐니해도 길이가 길어야 하고 경사도가 있어야 스키의 제대로 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을 때 높은 산꼭대기에서 멀리 보이는 하얀 전경은 상급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스키장 중 규모를 가지고 있는 스키장은 대부분 고도가 1,000m~1,500m에 이른다. 고도가 이 정도는 되어야 길이가 1km 이상이 되고 경사가 있는 슬로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슬로프는 사실상 산의 형태를 이용하지 않으면 건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고도가 높고 경사도가 급한 산일 수록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생태계 보전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규모 25㎥이상의 스키장은 체육시설로 규정되어 건설시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러한 시설은 녹지자연도 등급의 규제를 받는데 대부분 스키장이 위치할 만한 곳의 녹지자연도는 8등급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환경부,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개발 불허
지자체, 특별법 만들어 건설 강행
녹지자연도란 식물군락의 자연성 정도를 등급화한 지도로 식물군락의 자연성 정도를 등급으로 판정하게 되는데 등급 숫자가 클수록 인간의 간섭을 덜 받은 자연 상태를 의미한다. 녹지자연도는 환경부 등급사정기준에 따라 0등급부터 10등급까지 식생의 구성과 영급을 기준으로 해 전 국토를 1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기준에 의해 고산초원, 원시림 및 자연식생에 가까운 장령림(수령 20-50년생 이상)지역은 8등급 이상의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행정적 제약의 근거가 되고 있다. 즉 7등급 이하일 때만 개발과 관련한 협의를 할 수 있고 8등급일 경우는 개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7등급은 일반적으로 ‘2차림A’라 불리는 약 20년생 미만의 수령을 나타내는 삼림지구를 말하며 8등급 ‘2차림B’로 원시림 또는 자연식생에 가까운 2차림지구로 약 20~50년생의 수령을 나타내는 삼림지구다. 9등급 ‘자연림’은 다층의 식물사회를 형성하는 약 50년생 이상의 연륜을 나타냐는 삼림지구다.
스키장도 바로 이 7등급 이하의 녹지대에만 건설하도록 되어 있는데 스키장들이 국제규격을 맞추기 위해 실질적으로 8등급 이상의 지대에서 슬로프를 건설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는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내 스키장 건설문제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일례로 한 스키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당시 리조트 측에서 8등급 생태지역을 피해 슬로프를 조성한다고 했으나 과연 그것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 든다고 환경영향평가분야의 한 전문가가 의견을 밝혔다.
게다가 이 스키장이 들어선 곳은 팔당상수원보호수역 1구역에 해당하는 곳인데 개발붐을 타고 이 상수원보호구역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국제경기 유치를 위해 국제규격에 맞도록 건설된 한 스키장의 경우도 8등급 지역에 스키장을 건설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9등급지역에 건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건설을 추진 중에 있는 강원도의 K 스키장의 경우도 8등급 이상의 녹지자연대에 스키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시민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환경단체는 “스키장 공사로 인해 산림 생태계의 보고인 동강 최상류 백두대간 백운산 일원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시민단체는 성명서에서 “스키장이 들어설 곳은 30년 이상 된 나무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녹지자연도 8, 9등급 지역이어서 현행법상 관광레저시설 건립이 불가능한 곳”이라며 강원도측에서 이 스키장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토대로 개발을 허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국립공원내 스키장이 건설되어 시민단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던 덕유산의 무주리조트는 ‘국제경기지원에관한특별법’을 제정해가며 스키장을 건설했다.
비록 지자체의 허가는 받았지만 생태와 녹지대의 보전에 있어 스키장 난개발의 문제점은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지자체,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 리조트 개발 가속
이러한 산림훼손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리조트개발에 앞 다투어 달려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가장 큰 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수입을 늘려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 스키장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지자체의 생각인데 특별법까지 개정해 가며 스키장을 건설한 강원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면 강원도 평창이 유치에 실패한 ‘2010년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경우 낙후된 산간지역인 나가노의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에서 생산된 총액은 4조 5,425억엔으로 투자경비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창출해 낸 바 있다.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캐나다의 경우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가 최소 C$20억(한화 약 1조 7,900억원)에서 C$100억(한화 약 8조 9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분야는 관광사업으로 ‘2010년 동계올림픽’이 치뤄지는 캐나다 BC주 역시 기존의 최대산업이었던 임산업을 제치고 2010년 관광산업이 1위 산업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동계올림픽의 개최지 발표 당시 Air Canada의 주가가 16% 상승했으며 Resort개발업체인 Intrawest의 주가는 7%상승하는 등 관광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그리고 캐나다 동계올림픽 조직위에서는 22만 8천명의 신규고용 창출과 C$100억의 직접적인 경제유발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도가 다시 유치를 시작하겠다고 선포한 2014년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최근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는 총 생산액 유발효과가 11조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골프장 건설 동반한 대규모 리조트 개발 생태계 훼손
대규모 시설보다 소규모 개인시설이 더 큰 문제
스키장이 환경에 미치는 주요 영향은 산림생태의 파괴에 대한 것이다. 이밖에 시민환경단체들이 스키장이 건설됨으로 인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려하는 부분도 많다.
강화도시민연대에서 강화군 길상산에 건설되는 스키장에 대한 문제점으로 꼽는 것이 적은 적설량으로 인한 인공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인한 주변 농경지의 오염과 물의 공급에 관한 것이다.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물의 공급이 요구되는데 이 물을 주변저수지에서 공급받을 경우 이러한 요소들이 주변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화도시민연대의 황선미 사무국장은 “길상산에 건설되는 스키장의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주변에 위치한 장흥저수지의 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많은데 이 장흥저수지는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관측되는 지역”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응결핵이 필요한데 이 응결핵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첨가되는 화학물질이 첨가된 눈이 녹아 흘러내릴 경우 주변 농경지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녹색연합이 덕유산에 건설되는 스키장에 대한 문제점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스키슬로프에 적설량이 모자라 뿌리는 인공눈에는 벤젠 등의 화학약품이 첨가되어 있어 주변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키철인 겨울에 리조트측에서 주차장과 제설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염화칼슘이 녹을 경우 그 물질이 주변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스키장은 여름에는 골프장으로 이용되거나 스키장이 함께 건설되는데 이러한 대규모 리조트건설은 산림과 주변생태계를 급격히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김지영박사는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인공눈에 첨가된 화학물질의 경우 스키장측에서 눈이 녹은 물을 따로 모아 처리하고 있으므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말하며 “오히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스키장 건설로 인해 그 주변에 세워지는 펜션과 음식점등의 위락시설들의 오염문제”라고 주장했다.
스키장측에서도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므로 인공눈이 녹은 물은 리조트측에서도 환원적 측면에서 따로 모아 저류시설을 만들어 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키장건설시 이러한 시설을 만들도록 의무화가 되어 있고 관리만 잘 되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스키장과 골프장이 건설될 때 함께 유발되는 개인숙박시설등과 같은 소규모시설이라는 것이다.
환경뉴스매체인 ENN이 지난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년 스키어와 스키장 기계설비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스키어당 76파운드(34gram)에 달하며 포플러 숲으로 명성이 있는 콜로라도스키장은 매년 겨울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45,000,000갤론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1℃만 상승해도 전체 스키장의 1/3이 문을 닫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스키를 맘껏 즐길 수 없는 날이 정말도 올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현재 영업 중인 스키장은 13개. 스키어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각각 지자체에서는 앞 다퉈 관광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 스키장을 짓고 있다.
취재 / 이유경 기자
※ 인공눈은 어떻게 만들어 지나?
인공눈은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자연설의 감촉과는 다르다. 인공눈은 물을 얼려서 분사하는 것이 때문이다.
인공눈은 물이 제설기로 공급되면 각 제설기의 고속회전팬을 이용해 물을 작은 입자로 분해해 쏘아 올린다. 쏘아올려진 물 입자들은 외부의 찬 온도에 의해 떨어지면서 눈으로 변한다. 때문에 자연눈보다 딱딱해 자연설의 경우 슬로프에 다져놓으면 두께가 절반으로 줄지만 인공눈의 경우 다져놓아도 처음의 두께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인공눈은 아주 작은 얼음 조각이나 마찬가지라서 넘어지면 자연눈에서 넘어지는 것보다 더 아프다. 하지만 인공눈이어서 스키를 탈 때 자연눈보다 조작이 쉽고 스키의 플레이트 면에 눈이 덜 달라붙는 장점이 있다.
국내 스키장의 90%는 인공눈에 의지를 하고 있다. 제설기의 가격은 한대에 5,000만원 정도를 웃돈다. 게다가 조설작업시간은 손님이 없는 밤 시간이기때문에 인건비도 많이 든다. 한 개의 스키장에서 인공눈을 뿌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하루 600만원으로 스키장마다 한해 약 5억원에 가까운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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