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부부애 속에 담긴 이기적 전략 ‘공동양육과 유전자 전달’
자연 상태의 동물을 보면 암수가 서로 다정하게 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함께 살아간다는 기러기, 갈매기 및 두루미 등의 조류는 금실이 좋은 대표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혼례에서는 신랑이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신부의 집에 가져가 행복한 가정을 기원하는 '전안례'라는 의식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동물의 사랑스런 부부애를 동경하고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정한 동물들의 부부애 속에는 엄청난 이기주의 전략이 숨어있다.
암수 간의 구애행동에 대한 과거의 이론은 암수의 성적 감정을 일치시키고 부부관계의 유대를 확고히 하기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구애나 교미를 하고 있는 수컷과 암컷 간에는 이익에 대한 대립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즉, 수컷과 암컷은 서로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전달하기 위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 협력하여 번식을 하는 이유는 첫째, 혼자서는 새끼를 양육할 수 없고 둘째, 공통된 자손을 통하여 자신들의 유전자를 잘 전달하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암컷에게 있는 배우자 선택권, 그 이유는?
동물에게 있어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는 대부분 암컷에게 있다. 암컷은 마음에 드는 수컷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서로 사활을 건 투쟁을 한다.
암컷의 선택을 더 잘 받기위한 수컷 간의 투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화려한 외모다. 대부분의 수컷은 암컷보다 화려하게 진화되어 왔다. 외모가 더 화려한 수컷 일수록 암컷의 선택을 잘 받을 수 있다. 수컷의 화려한 외모는 건강미를 암시하기 때문에 암컷입장에서는 더 강한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삼광조, 금관조 및 꿩 등은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화려한 외모와 긴 꼬리를 소유한다. 이밖에 대부분의 야생 오리류 들은 대부분 수컷이 더 화려한 깃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강한 무기다. 수컷은 암컷에게는 없는 강한 무기를 소유하고 있다. 대륙사슴의 경우 머리에 위치한 날카롭고 긴 뿔이 수컷에게는 있지만 암컷은 없다. 오직 수컷이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경쟁무기로 사용한다. 뿔을 이용한 사활을 건 싸움에서 이긴 수컷만이 옆에서 지켜보던 암컷을 차지 할 수 있다.
셋째는 암컷에게 공급해 주는 먹이양이다. 번식기의 암컷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난자를 생성하기 위해 많은 양의 먹이를 먹어야 한다. 이 시기의 암컷은 보통 사냥을 하지 않고 보금자리를 지키는데 이때 수컷에게 공급받는 먹이양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수컷이 나중에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양육능력을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암컷에게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연 상태에서 암컷은 희소한 자원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난자를 생성하며 자손양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수컷은 교미노력만으로 번식성공도를 높일 수 있는 반면에 암컷은 알이나 새끼에게 더 많은 영양분을 주는 것만으로 번식성공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배우자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암컷의 선택을 받기위한 수컷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남성보다 작았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와 문화는 많이 달라져서 여성의 사회 진출 및 지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여성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남성의 치열한 자기개발이 어느 때 보다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 영 수 박사 | 경희대학교 한국조류연구소 전임연구원,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출강, 한국조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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