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 계획조정국은 모든 환경정책의 종합조정과 장·단기 계획수립 등 주요정책 사업 등을 수행하였는데, 그 당시 김형철 국장(前 환경부 차관)께서 필요한 예산확보와 업무협조를 위해 국회, 경제기획원, 법제처 등 관계부처에서 동분서주 하시던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건강피해 집단민원 발생
환경청 초창기(80년대)에 사회적으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건강피해 호소와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 등 집단민원 진정사례가 증가하고 있었지만 민원을 해소할 수 있는 관련주민건강조사 자료와 정보 등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정도를 파악하고 그 예방책을 강구하는데 필요한 정책 자료를 얻기 위하여 1980년 울산공단 지역주민(조사군, 대조군 구분조사)건강표본조사를 하였다.
건강조사추진 과정에서 조사지역 선정, 조사방법, 역학조사팀 구성 등 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대두되었다.
그 당시 본인은 의욕이 충만한 40대의 젊은 나이로 학계의 김정순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건열 교수(서울대학교 의대), 윤임중 교수(카돌릭 의대) 등 자문위원을 모시고 건강조사 내용에 대하여 갑론을박하면서 토론했던 추억이 새롭기만 하다.
환경청은 울산·온산공단을 비롯해서 여천, 포항, 부산, 대구, 대전, 구미, 인천, 전주, 대불, 군산의 공단 지역 등을 포함하는 전국적인 규모로 주민건강조사를 연차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공단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일조를 했다는 자부심과 긍지도 가지게 된다.
온산공단지역주민 건강조사 (1981, ’84, ’85, ’91, ’94년)
온산공업단지는 울산공업단지가 위치한 울산시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18km 떨어진 온산항의 연안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은 석유화학단지와 비철금속 단지, 남쪽에는 화학단지가 위치하여 입주업체들이 석유화학 계열 업종이란 특성상 배출되는 대기오염과 관련한 건강피해 증상(호흡기 계통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았다.
건강설문 조사결과 - 설문조사자 연령분포
1985년에 온산지역에 이따이이따이병 발생보고가 있어 환경부 내 역학조사반이 구성되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이에 조사대상 인구수도 1,200여명(’81년 100여명, ’84년 300여명, ’91년 50여명, ’94년 200여명 등)이었다. 전반적인 연령분포는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지는 못하며, 1981년도에는 20~30대의 연령군이 많았던 반면, 1984년도 사업 이후에 구성연령대가 다소 고령화된 추세이다.
- 총 증상 호소율
처음 조사가 이루어진 1981년도의 증상호소율(16.7%)에 비해 1991년(58.9%) 및 1994년(48.9%)의 결과는 3배가량 증가하였고 1984년(23.1%)에 비해서도 2배이상 증가하였다. 1981년부터 증가 추세에 있던 증상호소율이 1994년에는 1991년에 비하여 다소 감소하였다.
진료결과-온산괴질과 관련 1999년 10월 8일 「끝나지 않은 재앙·온산병」이란 제목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울산지방뉴스를 전국에 방영)된 바 있다. 주요 방영내용은 ’84년 울산·온산공단 공해피해 주민이주대책을 위한 조사결과 「공해병」이라는 결론이 났으나 환경당국은 이를 15년간이나 은폐하여 지금도 이주 주민들이 공해병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간에 환경부에서는 ’86년에 울산·온산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환경개선종합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80년대 문제가 되었던 아황산가스 오염도(0.015ppm)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0.015~0.023ppm)을 달성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와 같이 온산지역은 생활환경여건이 개선되었으며, ’85년 당시 역학조사는 권위가 있는 학계 전문교수(김정순, 김건열, 윤임중 등) 등이 참여하였고, 동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온산지역은 주민들이 카드뮴 등 중금속에 중독된 상태(이따이이따이 공해병)로 판정(전문의사의 확진)된 예는 없었다.
공단지역 주민 건강조사 추진내용 결과(’80~’94년)-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의 총 증상호소율은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조사군과 비교군의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의사진료 상에 특별히 환경오염에 의한 호흡기질환자, 피부질환자, 안과질환자 등으로 판정된 경우는 없었으며, 기타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증세로 판정된 경우도 없었다.
중금속 검사에서 지역이나 연도에 따라서 그 평균치의 차이가 있거나 개인적으로 다소 높은 수치를 보인 경우도 있었으나 정상범위 이내였으며, 의사들의 정밀검사 및 진단결과 중금속에 중독된 상태라고 판정된 예는 없었다.
혈액 및 뇨증 납농도는 무연휘발유의 사용 전보다 사용 후에 현저히 낮아졌다.
조사추진과정 반성
그 당시 실무책임자로서 아쉽게 기억하는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조사대상 주민들과 사전약속 없이 일방적으로 설문자가 동일가구를 2~3회 이상 방문하게 되어 당장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친 점이다. 그리고 시료채취 등 검사에 참여한 주민에 대한 답례 등이 제한된 예산 사정으로 풍족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주민 건강조사 시 여러 가지 행정지원(이동차량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로 주민건강조사를 수행해주신 지방자치단체, 구청, 동사무소, 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모든 조사요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릴 뿐이다.
특히 그 당시 검진과정에서 주민검진인원을 시간에 따라 배정하기가 어려워 역학조사팀 의료보조원 등 조사요원들이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열심히 일했던 추억은 지금에도 수중하게 고마운 마음으로 가슴에 간직하고 싶고 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81년 울산시 매암동, 북정동 동사무소에서 함께 점심을 저녁식사로 대체해서 먹었던 조사요원들의 생각이 난다.)
주민들의 호응도 면에서 볼때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확실한 홍보와 노력이 병행됐다면 주민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중금속 분석에 있어 철저한 정도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측정, 분석된 시료를 일정기간 보관, 유지하여 재분석의 필요성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분석시료 관리방법이 될 것이다.
주민건강조사 방법 적정성 분석
대상 지역의 현황자료 수집-지금까지의 지역현황이나 지역 환경오염 자료가 현지역학조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대상지역의 환경상태와 주민들의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예측하기 위한 자료로서는 미흡했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조사계획 수립단계나 예비조사 단계에서 공업단지내 의료기관 및 대상 주민선정과 각 시·도의 업무협조에만 치우치지 말고 대상지역의 충분하고도 정확한 자료가 확보되어야 하겠다. 대상자 선정-공단의 특성에 따라 호흡기 질환에 초점을 맞춘다면 초등학교 아동들을 검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권장된다.
조사방법-현행대로 단면조사(cross sectional study)를 실시하되 유소견자 및 과거 재검자에 대하여 계속 추적조사(follow up study)를 실시하여야 한다.
주민동원-미리 동사무소를 통하여 명단을 정해놓고 조사당일에는 동원이 안 되어 결국은 목표인원 수를 채우느라 명단과는 상관없는 주민들을 조사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이 역학조사의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가 시행되기 전에 미리 반상회 등을 통하여 주민들에게 충분히 홍보를 하여 주민 스스로가 환경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검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뿐만이 아니고 성실한 진료와 신속한 건강조사결과 통보 등을 통하여 상호간의 신뢰감 구축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제 언
환경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human well-being과 우리나라의 환경성질환 관리를 위해서 환경부에 환경보건정책과가 신설(2004년)되고, 환경정책기본법 제21조 4(환경성질환에 대한 대책, 2002년 12월 30일)의 규정 신설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예방책 등 적극적인 환경보건 정책을 기대한다.
또한 환경성 질환에 대하여 동물 실험이나 환경역학조사 등의 전문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설 및 인력이 확충되어야 하며, 환경성 질환 의심자 발생시 전문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전문인력의 충원과 정밀 진단장비 등의 확보가 필요하며, 환경관련질환을 연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연구센터(국립환경연구원내 환경성질환 연구센터 설치) 등의 조직보강이 요망된다.
종합적인 결론으로 전문가에 의한 역학조사결과 온산공단 괴질이 카드뮴 등 중금속으로 인한 공해병으로 확진된 바는 없으나 앞으로 관계기관에서 지속적인 조사연구와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온산괴질이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시대의 흐름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돌이켜보면 환경생태과에서 제반 여건(예산, 인력 등)이 미흡한 상태에서도 공단지역 주민건강 조사사업을 추진한 것은 課 전직원(前, 현직)이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번 조사사업 발전을 위하여 참여해주시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관계자 모든 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모든 환경인들이 환경부 정책과제인 ‘환경보건정책 10개년 종합계획 사업’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도움으로써 환경부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환경부가 환경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세계속의 환경보건정책 중추기관으로서 우뚝 서주기를 기대하고 무궁한 발전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그 당시 환경청 역학조사팀
환경생태과장 강인구(前 국립환경연구원 환경보건부장), 계장 신현국(前 환경부 공보관), 계장 신관호(前 영산강유역환경청 국장), 김성동(現 환경부 대기보전국 대기관리과장), 임헌복(現 한국환경기술진흥원 행정실장), 신장순(現 한국폐수처리협회 사무국장) 등
강 인 구 | (주)대영EEC회장 / 前 환경생태과장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