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비화 - 쓰레기 종량제

쓰레기종량제 실시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2-23 13: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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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정책의 ‘혁명적’ 전환

’93년 정부최초 10년 단위 국가폐기물관리종합계획 수립
사람이 문명생활을 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쓰레기문제가 발생한다.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 쓰레기문제이다. 누구나 이러한 쓰레기문제에 대해서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종합적인 대안을 내놓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쓰레기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욕구가 앞서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스스로 솔선수범하려는 실천의식은 낮다. 그 때문에 쓰레기문제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내리기 어려워 행정당국에서는 항상 골머리를 앓아 왔다.
1990년대초 우리나라도 이른바 님비현상이 심해지면서 쓰레기매립장이나 소각시설건설이 난관에 부닥치게 되자 국민들의 쓰레기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언론에서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크게 다루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본질적인 쓰레기대책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와 같은 정책수요에 당시 폐기물정책과장(’93. 11)이었던 필자는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10년 단위의 국가폐기물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여 폐기물관리의 추진전략 및 정책목표를 설정하면서 쓰레기종량제 도입도 이 종합계획에 반영하였던 것이다.
쓰레기종량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추진의지가 중요하였다. 그러나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하기 위하여 ’92년 6월~ ’93년 11월까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하게 되면 아파트 쓰레기투입구의 폐쇄와 일반가정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폐기하고, 주민이 일일이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하는 주민 불편 등을 초래하여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비판이 많았다.

당시 언론서 「쓰레기정책의 혁명적 전환」높이 평가
한 가지 다행한 것은 당시 언론(’93. 11, 중앙일보 사설)에서는 발생된 쓰레기의 처리문제에 치중했던 종래의 쓰레기정책에서 발생자체를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정책 즉, 사후관리정책에서 사전관리정책으로서 방향전환을 일컬어 「쓰레기정책의 혁명적 전환」이라고 높이 평가해주었다.
환경정책의 특성은 대부분 규제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타부처에 비해 정책 추진이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쓰레기종량제 역시 직접적인 규제정책은 아니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아파트 쓰레기 투입구 등을 폐쇄하고 주민들이 일일이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하는 주민불편이 수반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쓰레기를 직접 배출하는 국민 개개인의 의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선 국민들을 설득해야겠다는 각오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한 대국민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와 더불어 사업자들에게도 1회용품 사용규제, 포장폐기물 발생억제 등의 시책을 병행하여 쓰레기종량제의 기틀을 다져 나갔다.
쓰레기종량제 도입을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방자치단체를 감독하는 내무부가 과연 쓰레기종량제가 성공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제도도입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부처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환경부 내부에서조차 너무 의욕이 앞선 정책으로 여겨 만일 실패한다면 환경부가 추진하는 모든 환경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점진적으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더욱이 환경부장관이 바뀌면서 환경부 내부의 무게중심이 포기 내지는 연기론으로 옮아가기 시작하였다.

실패하면 공직서 물러날 각오로 늘 사표 갖고 다녀
그러나 새로 부임하신 박윤흔 장관께서 종량제 추진으로 결정을 내림으로써 힘을 얻게 되었다. 어느 신문 사설에서 표현한 대로 「쓰레기정책의 혁명적 전환」을 위해서는 여느 정책과 마찬가지로 실무책임자인 담당과장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만일 실패하면 언제라도 공직에서 물러날 각오로 늘 사표를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시절이다.
막상 환경부의 종량제 추진 방침이 결정되고 나자 이번에는 이를 시행할 지방자치단체가 문제였다. 전국 실시에 앞서 문제점과 개선대책 도출을 위하여 일부지역에서 시범실시를 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쓰레기종량제에 대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던 상황이라서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앞장서서 시범사업에 참여하려고 하지를 않았다. 괜히 시범사업에 참여했다가 주민들의 불만만 사게 될 것이라는 불신이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팽배해 있었던 탓이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이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을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펴느오는 설득을 통해 제도를 이해시켜나가면서, 일부 시·도의 경우 반강제적으로 할당하다시피 하여 ’94년 4월 1일 전국 33개 시·군·구(1개 시·도에 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쓰레기종량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첫날 평가결과 종량제 봉투사용률 55%!등 획기적
시범사업인 시행 첫날이 밝았다. 과연 시범실시 지역 일선공무원들이 얼마나 움직여 줄까? 주민의 종량제 참여율은 얼마나 될까? 현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끝없는 상념으로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밤 9시경 종량제 추진상황실로부터 첫날 평가결과가 집계되었다. 종량제 봉투사용률 55%, 쓰레기 감량률 40%, 재활용품 배출 증가율 74%, 라는 놀라운 보고였다. 밤 10시가 넘어 상황실 직원들과 생맥주파티를 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쓰레기 종량제」를 성공시키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던 기억이 새롭다.
종량제 추진상황실은 쓰레기종량제를 시범실시하면서 매일매일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즉시 개선하고, 일선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주민의 행동요령을 지도함으로써 혼란을 방지하고자 환경부에 별도로 설치한 임시사무실이었다.
당시 추진상황실에는 수습사무관 2명과 여직원 4명이 근무하면서 1인당 2~3개 시·도를 담당토록 하여 담당 시·도 및 시·군·구 일선 공무원과 매일 1회 이상 통화함으로써 상황실과 일선 담당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다. 아침이면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그날 할 일을 상의하였다. 서로가 친숙해지자 휴일에는 현장도 볼 겸 한번 놀러오라는 초청과 함께 상황실 여직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일선 공무원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어려운 과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간 것이 종량제 시범실시의 성공을 거두게 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시범실시지역에서 지역주민의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쓰레기가 줄고 재활용품이 늘어나게 되자, 지방자치단체는 청소차량 운행횟수를 줄이는 대신 잉여인력을 재활용품 수거업무에 활용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하여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부터 현장에서 포장재를 벗겨내고 내용물만 가져가는 구매행동의 변화 등 눈에 띠는 시행효과가 나타났다. 그렇게 되자 초기에는 시범실시를 꺼리던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94년 9월에는 45개 시·군·구로, 11월에는 89개 시·군·구로 확대되면서 시범실시 기간동안 전국실시 기틀이 자연스럽게 잡혀갔다.

시범실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고무적’합격점
나는 담당과장으로서 매월 종량제 시범실시에 대한 추진성과 분석을 통하여 주민의 참여율이나 쓰레기 감소효과 등을 지켜보면서 제도 성공을 확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범실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종량제 전국실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일부지역에 국한된 시범실시이기 때문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적으로 일제히 실시하게 되면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에서 비롯된 반대였다.
쓰레기종량제를 준비하면서 실시했던 또 한 가지 중요한 시도는 환경정책에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이었다. 시범실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종량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과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94년 4월 21일 환경행정 역사상 최초로 대한YWCA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대한주부교실중앙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민간 평가단에 쓰레기 종량제 시범실시에 대한 평가를 맡겼다. 시민단체에 의한 5개월 간의 평가결과는 주민참여도가 높고, 종량제에 대한 주민의식이 적극적이며,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고무적인 평가를 받았다.
동 평가단은 훗날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의 모임」의 모태가 되었으며 환경행정을 시민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계기가 되어 정부정책의 추진을 과거의 행정주도형이 아니라 민관협력형, 서민참여형으로 전환이라는 또 하나의 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전국실시에 따른 관련부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각 부처를 직접 설득하는 외에, 청와대 각 부처담당 비서관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여 행정수석비서관께 보고를 한 후, 마침내 ’94년 8월 대통령께서도 쓰레기종량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시면서 전국실시에 대하여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가 있어 다시 한번 힘을 얻게 되었다.
’94년말 종량제 시범실시 결과 쓰레기가 줄고 재활용품은 늘어나며 청소미화원의 근무여건이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나게 되니 시범실시를 꺼리던 지방자치단체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성공을 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종량제 시범실시를 ’94년도 정부정책 중 매우 우수한 성과를 거둔 정책으로 평가하여 담당과장인 나에게 국가훈장을 수여하겠다고 하였다.

폐기물정책과 국가업무 최우수부서 대통령 표창
그 당시 국가업무 추진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부서에는 부서 직원의 공로를 치하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하여 중앙부처 과단위에 대통령 표창과 포상금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나는 쓰레기종량제 시범실시의 성공은 그동안 밤을 낮 삼아 일했던 폐기물정책과 전원의 공로이지 개인의 공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개인의 훈장 대신 부서에 대통령 표창을 수여해 줄 것을 요청하여 ’94년 12월 26일 환경부 폐기물정책과가 국가업무 추진 최우수부서로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되었다.
드디어 1995년 1월 1일 전국적으로 쓰레기종량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쓰레기종량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전국실시를 준비한 일선 공무원들은 당시에는 몸이 고단하였지만, 후대에 남겨줄 제도를 우리의 손으로 준비하였으며 가히 혁명적 정책이라 하였던 쓰레기종량제의 결실을 맺는데 일조 하였다는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쓰레기 종량제 이후 종종 쓰레기불법투기나 불법소각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또한 청소원이 줄어들어 골목길이 지저분해 졌으니 예전처럼 재산세에 따라 쓰레기처리비를 부과하는 정액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가정책이란 지엽적 측면보다는 전체적인 측면을 보아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쓰레기종량제의 효과를 평가하고,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문제는 제도의 일부 보완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는 이제 후배들의 몫으로 돌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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