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산간벽지 ‘부암동’ 뒷골

‘도룡뇽’ 사는 서울 속 산간벽지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1-01 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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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동천과 그곳 뒷골 사람들
버들치, 가재, 도룡뇽이 사는 도심 속 뒷골

얼마 전 MBC 인기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극중 삼순이 집이 종로구 부암동 이었다. 사실 몇 번 촬영장면을 보면서 별로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인기가 대단했다. 시청률 대박 이유가 촌스런 삼순이 이름이 한몫한다 한다.
광화문에서 승용차로 7분 거리 종로구 부암동 60번지 일대에 뒷골이란 산간벽지 같은 마을이 있다. ‘도심에 왠 산간벽지?’ 하지만 와보면 안다. 이곳은 앵두철에 앵두가 많아 앵두나무골이라고 하지만 그냥 뒷골로 통한다. 내가 뒷골을 잘 아는 것은 얼마 전까지 그곳 관할 부암동 동장으로 재직했었기 때문이다.
동내방향에서는 신영동에서 현통사를 거쳐 오는 길이 있고, 하림각 건너편 언덕길 응선사까지 올라와 백사동청 바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시내방향에서 승용차로 오는 길은 자하문 터널을 통과하지 말고 청와대 옆 창의문 고개 쪽으로 와야 한다. 창의문 정상에서 바로 우측 스카이웨이 밑 CCC길로 잘 접어들어야 한다. 스카이웨이와 경계된 마을 언덕길 녹지대를 조금 지나가다 보면 왼쪽으로 군부대 정문이 있는데 그냥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벙 퍼짐한 산자락등성이 채소밭사이에 낡고 작은 민가 몇 체가 보인다. 이곳이 뒷골이다. 자동차는 계곡다리에 접한 작은 공간에 주차할 수 있다.
뒷골 가옥은 자연계곡을 경계로 형성되었다. 이 계곡을 백사골이라 하는데 홍제천의 북한산 지천이다. 백사골은 현통사로부터 시작하여 스카이웨이 및 1.3km 계곡에 이른다. 계속의 최상류는 스카이웨이 바로 밑으로 계속 바닥에는 네모난 작은 박스가 있는데 이것이 뒷골 끝집인 집사님 할머니 집 식수 샘이다. 물맛이 시원하고 좋다. 계곡에는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버들치와 가재, 개구리 등 수서생물이 서식하고 이른 봄이면 도롱뇽과 개구리 알이 계곡을 덮는다. 도롱뇽은 산란 후 산으로 올라가 평시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계곡 옆 습한 낙엽을 긁어보면 도롱뇽이 발견된다.
뒷골은 전부 18체의 원주민 가옥이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군사보호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낡고 허름한 집들이다. 이중 두체는 다 무너지는 낡은 토담집으로 오래 동안 공가로 방치된 상태이다. 이집은 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멈춘 적막감을 들게 한다. 몇 분전 광화문을 지난 것을 생각하면 순간 오 육십년 전 깊숙한 어느 산간마을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다.

주민들의 애향심, 다른 곳과 연결 차단되었던 것이 생태보전의 이유

백사계곡 중간에는 아늑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백사실’이라는 곳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이곳을 담양의 소쇄원에 버금가는 곳이라고도 하며, 비밀정원 같은 곳이라고도 한다. 이곳이 금년 3월 사적 462호로 지정된 백석동천유적지로 계곡 옆 건물터 2곳, 타원형 연못과 정자터, ㄱ자형 초석 등 관계 유구와 가까이에 백석동천과 월암이라고 새겨진 각자바위 2개 등 수려한 풍광과 함께 이 일대가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백석동천유적지는 사적지로 지정되었지만 아직 누구의 별장이었으며 건립년도도 정확하지 않다. ‘백사실’ 하니까 조선조 선조시대 병조판서를 지내신 백사라는 호를 가진 이항복선생의 별장이었다고 하지만 문화재 위원인 최○○교수님은 정확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전으로 또 ‘백사실’ 은 한돌이 많아서 백사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곳은 앞으로 정확한 사료를 알기 위해 발굴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1800년대 조선조 후기 왕족이나 권세가의 별장으로만 추측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도성 밖 이런 위치에 이 규모의 별장을 지을 수 있는 위치는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백사골을 찾는 사람들은 어떻게 도심에 아직까지 이렇게 자연생태가 잘 보전될 수 있었으냐고 놀란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던 결과의 산출물이며, 둘째는 지형 특성상 다른 곳과 연결이 차단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았던 곳이다. 셋째는 부암동 주민 스스로 백사골을 잘 지키려는 애향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 뒷산인 이곳 백사실에 산책을 나왔다가 도심지에 이런 한적하고 뛰어난 절경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감탄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뒷골 주민들은 밭농사 일을 하며 오랫동안 사는 사람이 많다. 인정 많은 할머니도 약주만 드시면 텃세를 단단히 하는 영감님도 있다. 세든 화가도 있고 젊은 한의사도 있다.
이 곳에서 재배되는 배추, 오이 등은 좋은 토질과 유기농법 재배로 유명해 대부분 주문 출하된다. 앵두철에는 앵두나무에 앵두가 일색이다. 이곳은 능금나무도 있다. 관리가 까다로운 능금나무는 지금은 가꿔지지 않아 퇴종된 상태로 열매도 못 맺는 몇 그루만 남아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이곳의 능금의 특 상품으로 출하되어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갔다 한다.
이런 자연적 조건일까. 아직 이곳은 시골분위기의 인정과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 주민들은 밭일을 하다가 가끔 순찰하는 나를 발견하면 상추, 쑥갓, 오이 등 이것저것을 봉지에 담아주었다.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그분들의 성의가 고마워 가져와 점심때 직원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남으면 집에도 가져간 적이 있다.
집에서는 시골면장도 아닌 종로구 동장이란 사람이 도대체 어디서 자기 동내에서 채소를 얻어올 수 있냐고 재미있어 한 적도 있다.

백사골 생태 지키기 위해선 생활하수정화처리시설 시급

작년에 TV에 도심의 도롱뇽이 보도된 이루 환경부서와 단체 등에서 뒷골이 생태보호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주민들의 생활하수가 정화처리 없이 계곡으로 방류되고 있어 수질이 갈수록 악화되어 도롱뇽 부화율이 떨어지고 가재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로구는 뒷골의 하수처리대책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지원부서인 건교부와 협의, 2006년 주민지원사업으로 하수정화처리시설 예산을 지원받기로 협의되었다. 이제 공사만 완료되면 2007년 봄부터는 백사골의 도롱뇽, 가재, 버들치가 새로운 봄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또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속담처럼 홍제천 수질이 더 맑아질 것이다.
백사골은 앞으로 잘 가꾸면 전국적 규모의 생태학습장으로 종로구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시범적으로 구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롱뇽의 부화시점에 맞추어 백사골 자연생태체험교실을 백사동천유적지 탐방과 함께 연계하여 실시해볼 계획이다.
한번 망가진 자연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힘들다. 현 자연생태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한다. 자연을 잘 관리보전 되게 하는 것은 우리 공직자들의 몫이 크다. 개인적으로 나는 종로구의 환경역점사업이며 부암동 주민숙원사업인 홍제천사업을 주관하는 구 환경위생과에 전보되어 그곳 주민들과는 다시 인연을 갖게 되어 큰 인연이라 생각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이를 지키는 순수한 그 분들과 함께 자연보존의 일원으로 일 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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