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공연한 매연검사 대행실태

구멍 뚫린 배출가스 정밀검사, 매연차량도 버젓이‘합격’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0-31 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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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검사대행 횡행, 관리·감독기관 ‘무대책’
대기환경규제 지역에서 실시중인 자동차배출가스 정밀검사제가 민간지정사업소의 불법 검사 대행과 관리기관의 감시소홀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 이렇게 허술한 법망을 매연 차량들은 검사 ‘통과용’으로 악용하고 있으며, 관리감독 기관은 대책은 물론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가스 정밀검사제 확대시행 … 불법 대행은 ‘여전’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차령 10년 이하의 차량일 경우 신차구입 4년 후부터 매 2년(사업용은 1년)마다 정기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각 차량은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적합여부,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한 ‘배출가스 허용기준’ 적합 여부 등을 가려 합·불합격 판정을 받게 된다.
총 21개 항목을 통과해야 하는 정기검사는 향후 2년(또는 1년)간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일종의 수검 과정이다. 성산검사소 관계자는 “심하게 노후한 차량이 아니라면 검사소 자체의 교정 서비스를 통해 특별히 통과가 어려울 것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기환경규제지역과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를 운행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운행차 배출가스 정밀검사’는 얘기가 좀 다르다. 정기검사와 달리 실제 운행 때와 같은 부하를 차량에 걸어놓기 때문에 매연 차량은 꼼짝없이 불합격 대상이 된다. 배출가스 차량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정밀검사제의 취지대로 검사가 한층 까다로워진 셈이다. ’02년 서울시부터 출발해 경기, 부산, 대구, 인천지역까지 실시중인 정밀검사제는 내년부터 광주, 대전, 울산 지역 등으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매연차량 운전자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행업자들에게 일정비용의 검사대행료만 지불하면 어떤 상태의 차량이건 ‘적격’ 도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본지가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밀검사? 맡기면 그만 … 대행업체 “알아서 다 해주니 걱정 마라”

8일 서울 성산동 자동차정비단지. 81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가 위치하면서 집적효과를 노려 정비업소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단위 차량정비 구역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성산단지는 정기검사 수검 차량과 수리차량이 수시로 들고나며 늘 분주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아침나절부터 성산검사소와 자동차 정비단지 사이를 경계로 하고 있는 이면도로 주차장에 서너 대의 승합차량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검사대행’, ‘배출정밀 검사전문’이라는 현수막이 둘러진 각 차량에는 한두 명의 인원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이 검사소 인근에 상주하면서 전화를 걸어오거나 직접 찾아오는 의뢰자(검사대상차주)를 상대하는 검사 대행업자들이다.
우선 취재기자는 차량 외부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정밀검사를 맡기려 한다”는 말에 대행업자는 “30분이 소요된다, 8만 5천원의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곧이어 “내 차는 매연이 꽤 많이 나오는데 문제없겠느냐”고 되묻자 차종을 물어오며 “일단 맡기면 우리들이 다 알아서 하니 걱정 말고 어서 오라”고 대답했다. “그럼 검사는 어디서 하게 되느냐? 성산검사소에서 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취재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매연차량의 검사대행 실태를 확인키로 했다. 현재 중소기업의 의류납품 차량으로 이용되고 있는 K사 93년식 9인승 경유 승합차량, 무부하 공회전시에도 검은 매연이 조금씩 섞여 나오는 이 차량은 엑셀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검은 매연이 쏟아져 나올 만큼 노후한 차량이다.
총 주행거리가 20만킬로를 넘었고 매연차량으로 몇 번이나 신고된 이력이 있다. 현재 이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차주는 “워낙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 올해만 쓰고 폐차를 시킬 계획” 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벌써 두해 째 대행을 맡기고 있다”고 그는 실토했다. 차주는 차량등록증과 함께 보관한 대행업자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정비복 차림의 사내가 차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직접 차를 운전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20여분 뒤. 그는 차를 가져간 자리로 돌아와 등록증에 선명하게 기록된 확인도장을 차주에게 보여주고 수수료를 받아 돌아갔다. 차를 인도받은 차주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뭘 새삼스레 그러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핀잔을 주고 매연을 내뿜으며 사업장으로 휑하니 돌아갔다.

공단검사소 “불법조작 현실적 불가능” 전문 인력, 퇴직 후 지정공장 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기자는 인근의 교통안전공단 성산자동차 검사소로 찾았다. 검사소 곳곳에는 “배출가스 정기검사는 최첨단 검사기기로 정확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소 주변에서 검사를 쉽게 받아준다는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라는 안내문구가 세워져 있었다.
송영준 검사부장은 “프로그램에 의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부적합을 적합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굳이 이들을 합격시킬 이유도 없다”며 개입 여부를 강하게 부인했다. 모든 검사 장비는 공단주전산기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임의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
실제 취재팀이 검사소 인근에서 출입 수검차량을 지켜본 결과 접수부터 검사대를 통과하는 과정 일체를 손수 운전하는 주부나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불법 검사를 묵인하고 있는 또 다른 검사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취재팀은 검사소 주변에서 의외의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경영합리화를 위해 공단이 희망퇴직을 받던 97년 많은 검사소 인력이 검사를 대행하고 있는 지정공장에 취직했다”고 말했다. 검사 과정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문 인력들이 대거 민간 대행업체의 검사 책임자로 움직인 셈이다.

지도단속 기관보다 지정사업자가‘전문가’
합동점검도‘과태료’처분에 그쳐, 단속 실효성 없다

현재 정밀검사는 받을 수 있는 검사소는 대기환경규제지역에 소재한 공단산하 자동차검사소와 정밀검사기관으로 지정된 민간 지정사업자가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검사소는 서울에만 70곳, 인천에 39곳, 경기에 무려 108곳이 포진해 있다. 이에 비하면 교통공단 산하의 검사소는 이들의 10%에도 못 미치는 21개 검사소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민간검사소는 정비를 주업으로 하는 공업사에 일정 검사시설을 갖춘 후 지정사업자로 인정받은 대부분이다. 더욱이 민간이 주도해 검사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관리감독 기관의 감시가 소홀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들의 관리·감독 업무는 각 시도의 환경 담당부서 소관이다. 각 자치단체가 연 2회 이상 정기 검사를 실시하고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수도권대기환경청이 합동지도점검 차원의 수시 검사를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단속은 사실상 형식에 그치는 수준이다.
불시 단속에 참여한 지도단속 실무자도 이러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수도권대기환경청 관계자는 “제대로 현장 점검을 하려고 해도 당일 점검을 받으려 들어오는 차량이 없으면 이들의 검사 행태를 점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들 지정사업자들은 업주간 비상 연락망을 형성해 불시 단속에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환경부는 ’04년 12월말까지 총 201개의 업소 중 119개 지정사업자를 점검 완료했다고 밝히고 있다. 총 54개소의 위반사항을 적발했지만 ‘부실검사’로 과징금을 받은 업소가 3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준수사항 미 이행’으로 과태료를 무는 것에 그치고 있다.
검사 인력의 비전문성도 단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지도점검 관계자는 “지정사업자들은 정비에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이라 단속공무원이 제대로 적발하기 힘들다” 며 “공기흡입기를 제거하는 등의 불법 행태가 자행되고 있지만 전문 지식이 모자라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독기관의 허술한 그물코로 대기오염의 주범인 배출가스가 버젓이 새나가고 있지만,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는 현실이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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