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손길 거부하는 새들의 왕국 '독도'

이동철새의 휴게소, 바다새들의 생명터전
이유경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9-13 15: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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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 시네마현 의회가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함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육지에서 약 200km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독도라는 한 작은 화산섬은 지정학적 가치는 물론 환경학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다. 또한 섬 주변에 존재하는 천연가스층과 대륙붕은 개발가치가 높아 미래자원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앞에 열거한 독도의 가치는 오직 ‘인간문명’에 해당되는 사항들이다. 독도 기슭에 둥지를 틀고 생명을 이어가는 새들이나 원거리를 오가는 철새들에게 동해안의 외진 이 섬은 ‘중간기착지’이거나 번식을 위한 소중한 ‘보금자리’다.
경희대 조류학과 권영수 박사는 이 섬의 고독한 새들과 함께 지난 늦봄을 보냈다. 매년 번식기가 도래하면 사비를 털어 새들의 보금자리로 날아간 그는 먹고 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독도의 조류생태를 연구했다. ‘새 박사’라는 닉네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권영수 박사는 “독도는 조류들의 서식지로 매우 가치가 높은 섬”이라고 말했다. 섬의 지정학적 특성상 연구가 쉽지 않았던 터라 권 박사의 본지에 공개한 연구결과는 독도의 조류생태를 가장 실증적으로 접근한 자료로서 그 가치가 높다.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독도’
‘매’, ‘쇠뿔오리’등 천연기념물 조류 발견돼

권영수 박사의 이번 독도생태조류 조사결과 독도의 조류는 총 92종 약 10,500여 개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72년부터 ’03년까지 독도에서 관찰된 80종보다도 더 많은 기록으로 특히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조류의 이동시기에 맞춰 조사가 이뤄져 비교적 장기간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실시된 단일 조사에서 최대로 관찰된 48종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장기적인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권영수 박사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생태조사는 일시적인 조사로 알 수 없는 여러 복잡한 문제가 많다. 특히 동물의 생태에 관련된 조사는 더더욱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관찰된 독도의 조류는 1962년 채집기록 이후 한 번도 관찰되지 않았던 한국뜸부기(사체)를 비롯하여 뿔쇠오리(사체). 흰날개해오라기, 붉은머리멧새, 북방쇠찌르레기 등 총 37종 45개체였다. 현재까지 독도를 번식지나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조류는 이번에 새로 추가 확인된 종까지 모두 포함해서 총 129종이 된다. 이번 조사에서 관찰된 중요 조류들을 살펴보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인 매(멸종위기 Ⅰ급이며 천연기념물 323호)와 최초로 독도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된 쇠뿔오리(멸종위기 Ⅱ급이며 최근에 천연기념물 450호로 추가 지정)를 비롯해 소쩍새(천연기념물 324호),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호), 흑비둘기(천연기념물 215호) 등의 천연기념물 지정 조류들이 독도를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분포하고 있는 붉은머리멧새가 우리나라 동쪽 끝인 독도에서 발견된 것은 이채롭다고 할 수 있다고 권영수 박사는 평가했다.

40여년 만에 관찰된 한국뜸부기는 중국의 북동지방, 러시아의 연해주 등에 분포하는 종으로 북한에서는 알락물병아리로 불리며, 평안북도, 평안남도, 평양시 주변에 분포되어 있고 희귀종으로 보호하고 있는 통과철새다. 이종은 종 보호에 대한 학술적 가치가 높음에도 불과하고 사람이 관찰하기 어려운 습지 등지에서 숨어서 활동해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관찰되지 못했다. 이번에 독도에서 관찰된 한국뜸부기는 사체로 발견되었으며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먼 거리인 번식지로 이동하다 지쳐 독도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미루어 독도가 이들의 이동경로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판단되며 앞으로의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정확한 이동경로 파악이 요구된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생태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주로 우리나라 서해안을 거쳐 이동하는 도요새들이 동해의 독도에서 관찰된 것과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종인 뿔쇠오리가 독도에서 추가번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뿔쇠오리는 전 세계에서 잔존집단이 약 5,000~6,000개체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이다. 또한 동해는 서해보다도 도요새들이 쉬어가거나 먹이를 취식할 장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유일하게 쉬어갈 수 있는 장소이며, 이들에게 있어서 생명구원의 터전과도 같은 곳임을 말해준다. 이 도요새들은 적은 개체 수이지만 이전 조사에서는 관찰되지 않고 본 조사에서 대부분 처음으로 관찰된 종이다. 이로써 독도의 생태학적가치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권 박사는 말했다.

유별난 부부애 가진 독도의 터줏대감 ‘괭이 갈매기’
매년 같은 둥지서 가족과 상봉

괭이갈매기는 독도에서 터줏대감 행세를 하며 가장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텃새로 매년 4월 번식기가 되면 가장 많은 개체수가 가장 먼저 독도에 찾아와 겨울 내내 조용히 잠자고 있던 독도가 이들로 인해 생명의 소리로 분주해 진다.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에서 일년내내 서식하는 전형적인 텃새이며 독도를 비롯해 경상남도 통영시의 홍도, 전라남도 칠산도 등지에서 많은 수가 모여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다. 바닷새들이 집단으로 번식하는 이유는 포식자에 대한 공동방어의 용이성, 정보공유에 의한 먹이 취득의 용이성과 대규모 집단 내의 높은 번식성공율을 위한 배우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보통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데 괭이갈매기 역시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아 결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으로 구애한다. 암컷은 수컷이 가져다 준 먹이의 양과 질을 보고 수컷의 능력을 평가한다. 이것이 결국 번식성공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많이 남기려고 하는 동물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번식개체들 간에 상호심리적인 반응과 자극의 영향을 받는 행동습성으로 인해 옆 둥지에서 알을 낳으면 심리적으로 알을 따라 낳고 또 알이 부화되면 같이 부화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번식성공도는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더 높다.
독도에서 번식하는 괭이갈매기는 매년 봄에 도래하여 제일 먼저 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전년도에 자신과 함께 번식하고 난 후 비번식기인 겨울 내내 떨어져 살았던 배우자를 다시 만나 상봉하는 일이다. 상대가 죽지 않았다면 독도에 다시 찾아올 것이고 그들은 독도에서 서로 상봉한다. 마치 이산가족이 기나긴 세월동안 만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듯이 서럽게 울어댄다. 그래서 독도의 봄은 이들로 더욱 시끌벅적하다. 괭이갈매기는 부부애가 좋아 한번 쌍을 맺으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번식에 실패하지 않는 한 같은 상대와 매년 계속해서 함께 번식한다. 물론 바로 옆 둥지의 수컷이 포란하고 있는 암컷을 대상으로 강제로 짝짓기를 하려고도 하지만 암컷은 이를 거부하며 먹이를 찾으러 간 자신의 남편만을 기다린다.
괭이갈매기 둥지는 독도전체를 뒤덮고 있는 밀사초나 개밀에서 마른풀을 이용하여 접시모양으로 지으며 보통 1~3개의 알을 낳는다. 또한 보통 전년도에 사용한 둥지를 그대로 사용하며 이 둥지에서 전년도의 배우자도 만난다. 배우자가 자신의 둥지로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찾기는 결코 쉽지 않다. 암컷과 수컷은 거의 같은 비율로 포란하며 새끼는 포란 시작 후 약 24~26일 정도면 부화하기 시작한다. 부화 후에 새끼는 어미로부터 약 40~50일 가량 먹이를 얻어먹으며 생활하고 7월말에서 8월초가 되면 부모와 함께 자신의 둥지를 떠나 약 한 달간 부모의 도움을 받은 후 자신이 가야할 길로 떠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태어났던 둥지를 떠난 새끼들은 보통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즉 독도의 괭이갈매기는 독도가 자신들의 고향인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독도 괭이갈매기의 생존전략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독도는 생물들이 서식하기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연 생태적 환경을 갖고 있다. 이유는 바다라는 척박한 환경으로 연중 바람이 세며 특히 육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조류 중 결국 자신의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생명구원의 땅 독도에서 자신의 명을 다하는 조류도 일부 있었다. 이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다 탈진한 상태로 독도에 중간기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며 먹이를 취식하지만 독도의 환경은 그들이 요구하는 정도의 먹이양과 종류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특히 권 박사는 생태조건이 열악한 독도에서 번식하고 있는 괭이갈매기와 홍도에서 번식하고 있는 괭이갈매기가 번식에 있어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홍도에 서식하고 있는 괭이갈매기가 알의 개수나 크기에 있어 더욱 우위를 보였다. 특히 홍도는 무인등대로 전환 된 후 사람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결과, 매년 괭이갈매기 번식개체수가 늘고 있었으며 번식성공율도 높았다.
이러한 결과의 가장 큰 원인은 먹이조건과 매우 관련이 있는데 독도는 육지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으며 주변에 어선이 거의 없어 바닷새들이 먹이를 취식하기에 매우 어려운 환경에 있다. 그러므로 독도 괭이갈매기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알 수와 작은 알 크기로 독도의 어려운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생활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온 생물들의 본능적인 전략인 것이다.

괭이갈매기의 무법자, 삽살개
조류생태보전 위해 헬기 이용한 입도 금지해야

현재 독도의 자연생태계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연중 기상과 바람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자연환경조건이 생물에게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더욱이 현재 독도는 정치적인 문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거하고 있으며 일반 관광객의 출입이 허용되면서 자연생태계의 보호·관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관람객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으나 권 박사가 지적한 독도의 조류 생태계 파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독도 내 삽살개 두 마리와 헬기를 통한 입도(入島)문제였다.
독도에 방치되고 있는 삽살개 2마리가 조류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삽살개는 번식하고 있는 괭이갈매기 성조와 새끼를 장난삼아 물어 죽인 후 심지어 괭이갈매기 새끼를 먹는 것 까지 관찰되었다. 현재 삽살개의 행동권 주변에는 괭이갈매기가 번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서 번식하는 성조를 다 물어죽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삽살개의 행동은 괭이갈매기가 매년 같은 둥지에서 번식활동을 하고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상봉하는 습성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헬기를 이용한 독도 방문 시 번식기의 조류들에게 헬기는 일반관광선 100배 이상의 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헬기에 놀란 새들이 포란이나 새끼를 보살피는 도중에 그만 두고 비상을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알이나 새끼가 집을 잃어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작은 섬인 독도에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바람은 그 영향력이 거대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독도에서 번식하는 조류들은 매년 그 수가 현격히 줄고 있다. 권 박사는 ‘삽살개’문제를 해결하고 헬기가 아닌 배로 입도를 하고 관광객들이 선착장 외에 다른 곳의 무단침입만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독도의 생태계가 지금보다 더 잘 유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권 영수 박사는 “독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생태계를 지켜내는 것 또한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중요한 임무라고 볼 때 일시적이지 않은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독도를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은 요인으로 그 균형이 무너질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우리가 배려해 줄때 독도에 잠시 머물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새들은 날 수 있는 자유뿐만이 아닌 진정한 생존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사진 제공 / 권영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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