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물편 - 김형석 박사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8-10 13: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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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20여 년간 국내 최초의 환경전문지의 창간에서부터 현재까지 환경계의 터줏대감으로 정착한 시인이며 편집인인 김동환 주간이 그간 만났던 환경인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 바람이 없어도 흔들거리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기로 했다. 어려운 환경산업, 끊임없는 새로운 정책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이 땅의 환경인으로 채취를 남긴 인물들에 대해 여과 없는 스케치를 한다. 그것은 이미 환경도 스무 살 청년기를 넘겼고 공해시대의 현장에서 새로운 조직과 환경을 조성하면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던 선배 환경인들의 참맛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미처 드러내지 않고 잠적한 인물들도 상당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현재는 과거의 토대위에 땟깔을 입힐 뿐이다. 어느 누구도 홀로 그림을 그리기란 어렵다. 비판과 편견이 바람이 없어도 흔들리는 사람사이에 없을까마는 어차피 인간 속에서 상생의 정신으로 올곧게 살아보자는 큰 틀 속에 만난 환경인들끼리 서로 체온을 맡아보고 함께 생각하며 자신을 다듬어 보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한다.
물론 과거형 인물뿐 아니라 현장에서 또 다른 미래를 걸머지고 조감도를 그리는 목소리들에 대한 모듬도 이번 기획의 특집이다. 혹은 개인의 좁은 식견과 단편적 투영 속에 허허하고 부질없는 이야기들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기억의 저편 속에 온전히 사라지기 전에 환경인들의 세계를 엿보는 좋은 나침판이 되어주길 바라며 나이, 성별, 시대, 학벌, 조직의 구별 없이 떠오르는 인물들 순으로(소위 필자의 입맛대로) 연재하고자 한다.
다만 기록성보다 인간적 사랑과 환경을 모티브로 한 내용을 중심으로 단촐하게 엮고자 한다. 독자들의 기탄없는 고견과 충고 그리고 달콤한 양념을 바란다. -편집자 주-

국내 두 번째로 환경연구소 설립한 김형석 前 경희대 교수
김형석 경희대 예방의학 교수. 부설 지구환경연구소장. 바이올린을 켜는 교수. 인천출신. 국내 대학 연구실에서 국제 세미나를 가장 많이 개최한 학자. 경희대에서는 설립자인 조경식 총장 다음으로 세계 여행을 다녀온 인물. 소주는 삼가지만 맥주는 나이 칠순을 바라보는 68세인 지금도 맥주만큼은 5천CC를 가볍게 마실 줄 아는 학자.
얼마 전 김 박사가 정년퇴임한 경희대를 스치면서 핸드폰을 눌렀다.
- 빨리와 청량리 지하철 입구 5층 황토마당으로-
5층 전 홀이 그럴싸한 맥주집이며 안주만도 70여종. 그러나 김 교수에게는 안주보다 맥주면 그만이다. 간간히 환경인으로 즐겨 담소를 나누는 유재근 박사와 며칠 전에 맥주를 마셨던 그 자리이다. 퇴임 무렵인 5년 전 연인처럼 친구처럼 항시 곁에 부담 없는 미소를 던졌던 고 여사를 미국으로 보내고 다시 여인을 맞았다.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과거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500CC 한잔과 씨름하고 있는데 이미 두 잔을 비우고 세 잔째다. 시켜놓은 삼치구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예쁜 여인이 술 좀 그만 마시라 챙챙 거린다.
-이보게 내 나이에 나만큼 젊은 사내 있는 줄 알아. 나를 젊게 하고 언제나 신나게 하는 것은 이 맥주 속에 숨겨진 수많은 박테리아들이야-
요즘 근황은 종횡무진 당차게 바쁘다.
노인병원에 150만원의 봉급을 받고 나가면서 그곳 직원들과 친목회를 이미 3개나 설립하여 볼링동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제자들보다 까마득한 젊은 간호사들과 볼링을 끝내고 마시는 맥주파티.
교직에서는 해외를 오갔지만 이즘에는 국내 여행을 다닌다. 디카와 캠코더를 가지고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일이 무척이나 바쁘다. 둘째, 넷째 목요일은 음악을 사랑하는 2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연주회를 갖는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주단으로 얼마 후에는 작은 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이곳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김 박사는 환경 1세대가 그러하듯 보건위생, 즉 예방의학에서 환경을 다루기 시작한 1세대 환경인이다.
’79년 미국유학에서 돌아온 이듬해 경희대에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연세대 공해연구소가 먼저) 경희대 부설 산업환경연구소를 설립한다. 초대소장을 맡아 공해라는 표현보다 산업환경이란 선진 단어를 쓴 연구소가 ’81년 설립된 것이다. 그 후 다시 유해물질연구소로 개칭되었고 ’90년대 초반부터 지금의 지구환경연구소로 오게 된다. 변천된 명칭을 봐도 꾀 국제적이다.
김 교수와 본지는 매년 1회에서 2회 국제 세미나를 학교 혹은 국회, 국립환경연구원강당 등을 빌려 열었다. 그러나 워낙 국내 현실과는 10여년 앞선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세계의 유명 학자들을 초빙하였지만 현실적 괴리로 세미나장은 언제나 썰렁하다.
’95년경에는 스트레스로 유명한 스웨덴 학자를 초빙해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는데,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노동부 관련 국장이 조용한 국내에 왠 바람을 일으키려 하는가 마땅치 않았던 점도 술 맛나게 하는 안주거리다.
퇴임하던 2월 중순 국내 유명 환경관련 학자들인 성익환, 이기태 교수, 한무영 교수, 정용석 교수 등과 함께 이집트 국립대 초청 세미나에 참석하였다가 사막에서 일어난 자동차 전복사고는 당시나 현재나 대단히 비중 있는 뉴스였다.
현지 대학원생이 사망하고, 이기태 경희대 현 지구환경연구소 2대 소장은 팔이 부러졌으며, 성익환 자원연구소 박사 등 물 관련 권위자들이 삶과 죽음의 현장을 지나왔던 사건은 김형석 박사가 얼마나 열의 있게 세계석학들과 교류를 나누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지금도 20여 개국 환경관련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는 김 박사는 친척인 당시 김우석 건교부장관과 절친해 이 때의 인연으로 곽결호 장관과도(당시 상하수도국장) 인연을 맺어 환경부 물 관련 자문위원으로 많은 활동을 한다.
필자와도 인연이 깊은데 ’88년 올림픽 납품업체 샘물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15일간 전국을 떠돌며 달리는 차 속에서의 고스톱, 밤에는 맥주와 질긴 토론, 그렇게 20여 년간 함께 걸어온 흔적들이 자욱이 남는다. 딸만 둘인 김 박사는 큰딸도 경희대 미생물을 전공하고 지금 미국에서 보건위생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버지와 딸이 모두 환경과 접목된 공부를 한다.
세미나가 끝난 뒷풀이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바이올린 연주회. 시그날 음악은 경희대 음대생들을 착출하여 협연하지만 맥주 두어 잔 마시고 나면 자신이 초대한 외국인을 향해 아리랑과 등대지기 등 쉬운 국산 노래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리고 노래 한마디. 환경과 음악 그리고 국제 학회와 활발히 우정과 정보를 나눴던 김형석 교수. 환경문제도 그래서 남달리 앞선 주제를 선정했고 국내 현실보다 4~5년 앞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제점을 들춰내기보다 본지 기사로 혹은 세미나로 문제와 대안모색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나침판역할을 해왔던 김형석 박사는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2대 소장을 지낸 정용교수와는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체코의 어느 주막에서 마셨던 달콤한 맥주 맛을 영 잊지 못해 노인병원을 그만두면 체코로 날아가리라 다짐한 영원한 젊은 오빠며, 바이올리스트 그리고 음악과 환경을 사랑하는 국제적 학자. 그래서 야박하지 않고 좀스럽지 않으며 사람사이에 정을 나눌 줄 아는 테니스 광. 김형석 교수를 회상해본다.

김형석 박사 - 인천 출생, ’59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나와 서울대학원 석사와 약학박사 과정을 마쳤다. ’71년 경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전임강사, ’73년 경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교수, ’77 경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부교수를 거쳐 ’78 미국 미시간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1년간 연구교수 생활을 했다.
’82년 경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91년 경희대학교 부설 지구환경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90년 스웨덴 스톡호름 대학교 연구교수 및 ’95년 일본 덕도대학교에서 연구교수 활동을 한 바 있다. 환경미디어 편집위원을 역임(환인회 회원)한 바 있으며, ’96년 러시아 과학원 물문제연구소 연구교수, ’98년 러시아 St.Petersburg 대학에서 방문교수(수질분석) 활동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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