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큰 비중을 가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사람을 평가할 때 외모나 옷차림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 지식 등과 같은 내면적인 부분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신건강도 무형(無形)이지만 어찌보면 육체의 건강보다도 더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겉으로 보여 지는 상처나 병은 드러나서 치유가 될 가능성이 많지만 정신건강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도 이씨의 어떤 것이 그녀를 죽음이라는 벼랑까지 몰고 갔을까하는 궁금증을 일으킨 가운데 추측들이 무성했다. 그녀가 자살한 이유 중 가장 비중 있게 조명됐던 부분이 바로 이씨가‘우울증’ 앓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고립감·허무감·죄책감·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울증 또는 울병, 우울증이라고도 하며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로 성인 10명 중 1명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병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병의 평균 발병연령은 40세지만 요즘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성격이 의존적이고 열등감이 심한 사람,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초자아가 강한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 심리학적 원인으로 볼 때 우울의 원인은 미움을 억제한 결과로 여기에는 폭력, 파괴성, 죽음이 포함되어 있으며 우울은 이런 부정적 감정을 밖으로 나타나지 않게 억압하여 자기 책임으로 돌린 결과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우울증은 치료되지 않고 그 정도가 심각해지면 죽음, 즉 자살로 연결이 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20%에서 40%가 자살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바로 이런 점에서 자살의 뿌리에는 우울증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자살하는 사람의 70% 이상이 우울증환자라고 한다. 인화성이 강한 우울증에 신병이나 경제적 곤란, 무력감과 미래의 희망 부재가 도화선이 돼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실제 자살을 기도하는 숫자는 자살에 성공하는 이들의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자살 생각해본 적 있어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주최한 「한국자살예방협회 2005년도 학술심포지움」이 있었다.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문화 확산을 위한 학술연구결과 발표내용에 따르면 자살사망률은 전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도 한다. 특히 장·노년층이 증가율이 높으며, 봄이 겨울보다 자살이 많고, 대도시보다 농촌지역이 자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15∼69세 국민의 5.5%는 항상 우울한 상태이며 국민의 35.4%가‘이제까지 자살을 생각했던 적’이 있고, 16.8%는‘지난 1년 중 자살을 생각했었다’라고 답한 것이다. 또한 4.3%(155만명)가 이제까지‘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이 있으며’, 1.7%(61만명)는‘지난 1년 중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했었다’로 나타났다,
15~69세 국민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는 꾸준히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은 어떤 면에서 살펴보면 감기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므로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어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는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아도 관계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그 기간동안 받게 될 고통을 생각하고, 또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지 않은 채 1년 후 추적조사를 해 보았는데, 10명중에 4명은 계속해서 같은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2명은 처음보다는 경미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다만 4명만이 우울증에서 회복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즉,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개별적으로는 10명중에 6명은 계속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자살로 연계되는 우울증이 바로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우울증이므로 반드시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이러한 우울증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어도 1년 이상 1년 반에서 2년 정도 또는 이상적으로 2년 이상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우울증을 치료하다가도 급성기가 지나서 치료를 바로 중단하면 즉, 치료를 시작한 후 3개월 안에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율이 증가한다고 한다.
또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안에 치료를 중단하면 3명중에 1명이 재발한다고 조사되었다. 즉, 급성기가 지났다고 해서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연유에서 치료는 급성기의 치료와 유지치료로 나눈다. 급성기에는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일단 추스린 후 생활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우울을 일으키는 소지를 가진 사건들에 대한 방어가 필요한 것이다.
우울증은 약물요법만으로도 치유 가능한 질환의 일종일 뿐
자살은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6,0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망원인 7위안에 드는 극히 위험한 질병이다. 이런 점에서 우울증은 사망률이 매우 높은 심각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절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할 에너지마저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회복하는 시기에 오히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의 병인 우울증을 그대로 방치하면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우울증에 걸려 심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 없는 관심이다. 우울증은 단지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지 않는 뇌 질환의 일종일 뿐이며 약물요법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을 정신병으로 치부하는 인식을 버리고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 환자 스스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본인이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보건복지부는 우울증. 신병비관 등으로 인한 충동적 자살사고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자살 등 위기상담을 위한 전국공통전화(1577-0199)」를 지난 1월 10일부터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전국 어디서나 1577-0199로 전화하면 시내요금으로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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