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국책사업이 하도급공사 벗어나지 못하는 속사정

싸구려 저가공사가 생명을 위협한다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3-02 14: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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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전기, 소방 내부설비도 부실시공
설계·시공·원청·하청따로 ‘나눠먹기’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각종 국책사업과 공공건설사업에 투자되고 있지만, 졸속계획, 선심성 사업, 각종 잘못된 관행과 제도로 인해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사업추진으로 소중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도급공사로 빚어지고 있는 부실문제에 있어 당장 개선해야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부는 이에대한 특단의 대책없이 수수방관하고 있어 문제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수도를 비롯한 전기, 소방의 내부설비에 이르기까지 하도급의 싸구려 저가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제2, 제3의 삼풍사고를 예고하고 있다. -편집자주-


턴기공사, 극소수 대기업만 수주 가능
‘건설기술 발전, 공기단축등 효과없어’

우리나라의 건설공사 가운데 대표적인 공사가 턴키공사와 최저가 낙찰제이다. 문제는 이들 공사가 원청공사로 진행되어도 부실문제에 완벽을 보장할 수 없는데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으로 각종 부실을 초래하고 있어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정부가 예산절감과 건설산업의 국가경쟁력을 위해 ’01년부터 도입, 500억원이상 PQ대상공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부실시공 우려와 저가하도급 등의 이유로 확대시행을 유보하여 오히려 건설업을 후퇴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각종 규제로 일정낙찰율을 보장하고 있어 예산절감효과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2001년부터 예산절감과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시행된 것으로 당초 정부 계획은 2002년 500억이상, 2003년 100억이상 까지 확대 시행키로 했었지만, 덤핑과 저가로 인한 부실우려 등으로 계속해서 유보하여 왔다.
설계ㆍ시공 일괄 발주방식인 턴키ㆍ대안입찰공사 확대 역시 대형건설사들은 찬성하는 반면 중견 및 중소업체들의 경우 극소수 대기업 편중 문제를 들어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 턴키ㆍ대안공사 참여업체 가운데 20% 가량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발주자의 예산편성 관행을 개선, 편성의 적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찰 축소를 꼽은 응답자 가운데 76.8%가 “현재의 제도적 틀 속에서는 극소수 대기업만 수주가 가능하다”, “설계심의를 둘러싼 비리때문”, “건설기술 발전이나 공사비 절감, 공기단축 등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사의 70%이상이 설계 심의과정에서의 권고안인 ‘선 설계 후 가격평가’방식의 도입에 대해 70.3%가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같은 방식에서는 턴키ㆍ대안공사가 최저가낙찰제로 전락할 우려가 크고 최고의 설계를 뽑고자 하는 현행제도의 본질에 위배된다고 보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들이 표명한 입장과는 달리 국책공사의 경우 턴키ㆍ대안공사를 막론하고 현행 최저가낙찰제로 전락하지도 않은데다, 최고 설계 역시 그들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것이 국책사업의 하도급업체에서 공사를 수주받은 기술관련 업체들의 이야기다.

턴키, 中企에 분야별로 나눠주고 실속 챙겨
최저가낙찰제-하도급 고사, 원청도 안남아

우선 최저가낙찰제가 아니라는 것은 대형 건설사들이 턴기공사의 방식인 공사를 일괄수주하여 설계·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건설사들은 전체공사를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에게 나누어 주고 실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최저가낙찰제라면 하도급은 고사하고 원청공사를 하더라도 별반 남는 장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고 설계부문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먼나라 이야기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강수계사업’의 경우에도 구간별로 설계서가 90%이상 대등소이하다는 것이 관련 공사업체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설계서조차 담합의 유혹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턴키공사의 폐해는 대형국책사업뿐만 아니라 수도 및 하수도, 옥내급배수관까지 그 영향이 미쳐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문제다. 설계와 시공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규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채 나눠먹기식 공사가 이뤄지는게 다반사다.
설계따로 시공따로 원청따로 하청따로다. 어쩔 수 없이 규격은 맞추어 쓰지만 코스트가 맞지 않다보니 이익을 내는 공사를 하자면 저가의 제품을 사용하는 싸구려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건축설계공사의 경우가 이 정도이다. 자칫 싸구려와 부실공사가 문제가 되어 대형사고로 불거질 수도 있는 국책공사를 싸구려 저가공사로 진행한다고 했을 때 어떤 대형참사가 터져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수도공사, 전기, 소방 내부설비공사도 ‘싸구려’
내부설비 경우 안보이는 점 악용해 날림공사

따라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도공사를 비롯한 전기, 소방시설에 대한 내부설비공사에 대한 부실문제의 심각성도 조심스럽게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부실공사에 대한 명확한 책임소재문제와 이윤추구에 대한 기업의 양심이 조만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후군은 벌써 13년 전 수도권의 모 도시에서 건설된 아파트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방송의 고발프로그램에도 소개된 바 있지만 신규 건축한 아파트의 벽이 가벼운 충격에도 무너져 내리는가 하면 지하주차장에도 누수가 발생하여 물이 무릎까지 차는 웃지못할 사건이 발생해 건축설계공사의 부실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
그린빌딩을 표방하며 최근들어 건설되고 있는 빌딩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나을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내부설비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는 점 때문에 저가의 싸구려 공사에다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한 대충대충식의 공기단축 날림공사가 자행되고 있어 외부보다는 더욱 큰 부실공사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가 부실공사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지난 김영삼정부 시절이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삼풍백화점이다. 단일사고로는 504명이 사망해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이후 이 기록을 갈아치우는 국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 건축설계의 부실왕국이라는 오명의 딱지가 붙은지 오래다.
삼풍에 이어 성수대교, 청주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대표적이고, 이밖에도 국민들의 뇌리에서 기억조차 지워진 무수한 사건들이 가격이 맞지 않아 저가공사로 공기단축을 한 점에 기인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부정적 시각이 많은 낙찰률과 관련, 조사 대상업체의 17.7%가 매출원가율이 100%를 초과한다고 답했으며 90%에 미달하는 경우는 11∼15%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공사비의 4∼5%에 달하는 본사 관리비를 포함할 경우 턴키ㆍ대안공사의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업체들은 매출원가를 초과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것과는 상반되게 여전히 하도급의 악순환은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턴키 통한 기술개발 및 효과 검증안돼
조직적 로비, 입찰담합 확율 매우 높아

턴키공사는 오랜 관행으로 내려온 로비와 대형건설사간 담합비리로 수많은 사건의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이 공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불가능한 제도라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계따로 시공따로 하는 현실에서 턴키는 알맞지 않으며, 턴키를 통한 기술개발 또한 얼마만큼 이루어졌는지 그 효과 또한 알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턴키공사는 매년 규모의 성장이 콩나물의 성장속도를 능가하고 있어 설계심의위원들을 상대로한 조직적인 로비와 대형건설사간 나눠먹기식 입찰담합이 벌어질 확율은 아주 높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턴키제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물량을 줄이고, 로비와 담합비리를 없애기 위해서 선설계 경쟁 후 가격경쟁제도를 도입하여 설계와 가격의 분리심사로 경쟁을 통한 낙찰자를 선정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 보아야할 것이다.

감리 독립성 보장 통한 철저한 감리감독 절실
예산절감, 구조개편 통한 경쟁력강화 방안은?

보증제도개방과 감리의 독립성 보장을 통한 철저한 감리감독 문제, 예산절감과 건설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한 경쟁력강화 달성방안의 해법은 무엇인지를 당국에 묻고 싶다.
최저가 낙찰제의 부실시공 원인은 저가가 아니라 설계부적정과 부당시공이 주요 원인으로 이미 나타나 유보의 이유가 되지 못함에도 정부는 미루어 왔었다.
서울시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5개 공구의 낙찰 결과 담합 의혹이 짙은 이유는 먼저 낙찰률이 평균 98.3%에 이른다는 점이다.
최근 1천억원 이상의 대형 공사 낙찰률이 65% 내외에서 결정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98.3%라는 수치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서울시 2기 지하철 6, 7, 8호선 턴키공사 입찰의 평균 낙찰률도 68% 정도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번 2기 지하철 건설공사에서 건설업체들이 손해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낙찰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나름대로 그 이유를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낙찰률 98.3%라는 결과는 담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이다.
턴키입찰은 최저가 낙찰제의 대상이 아니다. 설계점수와 입찰금액이 평가의 항목이 되기 때문에 최저가로 써내야 한다는 가격경쟁 부담은 일반경쟁입찰에 비해 덜한 편이다. 특히 턴키입찰은 실질적으로 대형건설업체들만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담합이 훨씬 용이하다.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의 입찰공고를 보면 토목시공능력평가액 920억원 이상인 업체(약 60여개 업체)에게 참가자격이 주어졌으며, 실제 현장 설명에 참여한 업체는 27~29개 업체에 불과했다.
이렇게 참여업체가 적은 이유는 턴키입찰의 경우 선투자비가 공사비의 약 5%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업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1천억원 공사 경우 50억원 정도 미리 투자
4등부터는 설계비 몽땅 날리는 구조도 문제

1천억원 공사의 경우 50억원 정도가 미리 투자되어야 하고, 극단적일 경우 이 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현행 제도는 설계점수 3등 이내에 들 경우 설계비를 보상해 주고 있지만 4등부터는 설계비를 몽땅 날리게 되어 있다.
더구나 공사비의 약 2% 정도로 소문나 있는 로비 비용은 공사를 낙찰받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즉 로비력과 자금력에 자신감을 갖지 못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엄두를 못내게 되어 있다. 이 점이 턴키공사 입찰이 대형업체의 전유물이 된 이유다.
실제로 서울시 9호선 지하철 건설공사에 응찰한 업체는 4개 공구가 2개 업체(공동도급 포함 4개 업체)였으며, 1개 공구는 3개업체(공동도급 포함 5개 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설계점수는 자동으로 3등 안에 들게 되었으며, 설계비를 날린 업체는 없는 셈이다. 또 공동도급 짝짓기로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체가 응찰되는 행운을 안은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특히 턴키공사에 있어서는 발주자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업체의 자율적인 건설경영이 보장되어야만 제대로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설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건설 관련규제와 공무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계속되고 있어 턴키공사 발주의 실익이 거의 없다.
턴키방식으로 계약하면서도 공사구간을 부분적으로 분할하여 발주하고 있는 것도 공무원들의 공사개입을 보장하는 결과가 되고 있어 부정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괄적인 공사를 시행할 업체도 손에 꼽을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여차례 제도를 바꿔 누더기가 된 제도로 그동안의 턴키공사 입찰과정에서 업체와 심의위원간에 뇌물비리커넥션과 교수, 연구원 등 설계심의 참여자들이 수없이 많이 로비를 받은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01년부터 500억원 이상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
턴키공사, 최저가 낙찰제서 제외, 혈세만 낭비

현재 턴키입찰 방식은 대형건설업자들에게 공사를 배분해 주는 기능에만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4년 이후 턴키입찰 정부발주공사는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01년부터 500억원 이상의 중·대형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턴키발주 공사는 최저가 낙찰제의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대형업체에 나누어주는 꼴이 되고 있다.
연간 약 1조원의 예산낭비와 건설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있는 턴키 발주 공사를 대형업체들에게 배분해 주는 기능을 정부가 수행하고 있으며, 그 양을 매년 늘려가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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