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바란다 ④

‘감염성질환’이 또다시 유행한다
신동천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1-10 11: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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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감염성 질환(Global climate change and infectious disease)
과거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였던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기선을 제압하였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 말라리아, 뎅기열, 콜레라, 결핵 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바이러스성 출혈열 등 기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감염성 질환까지 가세하면서 이제는 전염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러한 감염성질환의 새로운 유행은 비단 의학이나 생물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생태계와 환경변화와도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관리해왔던 각종 전염병들이 지구온난화로 다시 기승을 부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
존스홉킨스의 Jonathan A. Patz 박사 등은 ’98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전염성질환의 위협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문제시되지 않던 새로운 전염병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였다. 그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평균 기온이 2℃ 올라가고 해수면도 50㎝ 상승하게되며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생태적인 변화는 감염성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 가지 감염성질환 중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질병은 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곤충매개성 질환과 수인성 질환이다. 기후변화가 감염성질환 발생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직접적 경로와 간접적 경로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직접적 원인
① 말라리아 : 말라리아는 현재도 매년 100만에서 200만 정도의 사람을 죽이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말라리아는 Plasmodium이라는 원생동물이 원인인 질환이며 Plasmodium은 모기에 의하여 전파된다.
기온이 상승하면 모기의 서식처가 넓어지고 번식력이 증가하여 모기의 개체수가 증가한다. 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서 흡혈을 하기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면 모기의 수가 증가할 뿐 아니라 모기가 사람을 더 자주 물게 하여 말라리아 감염의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모기의 체내에서 Plasmodium이 증식하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모기의 서식처가 확대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전에 말라리아가 없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말라리아가 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게 퍼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② 뎅기열(Dengue fever) : 뎅기열은 바이러스성 질환이지만 역시 모기에 의하여 매개된다. 뎅기열이 유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제적인 교류와 여행이 증가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기후변화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88년 여름에 멕시코지역의 이상고온은 뎅기열을 유행시킨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 질환은 아직까지 백신이나 확실한 치료약도 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뎅기열을 매개하는 모기의 수가 증가할 뿐 아니라 몸 크기가 작은 모기가 많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은 모기는 번식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전염성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③ 기타 곤충매개성 질환 : ’77∼ ’79년에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뇌수막염 유행도 같은 기간동안의 높은 기온 및 낮은 습도와 관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기나 파리, 진드기 등이 매개하는 많은 질환이 높은 온도에서 증가하지만 드물게는 이와는 반대 현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미국 남부에서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진드기가 전파하는 전염병(Rocky Mountain spotted fever)은 감소하기도 하였다.

④ 콜레라, 독성 해조류 :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비브리오균이 쉽게 증식하고 전파가 쉽게되어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독소를 가진 해조류나 조개류의 번식이 증가하여 이로 인한 식중독의 위험도 증가한다.

⑤ 극단적인 기후변화 : 엘니뇨현상 등으로 인하여 종종 발생하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이상기후는 곤충이나 설치류의 증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위생상태를 엉망으로 만들거나 인구의 대이동, 영양상태의 변화 등을 유발하여 전염성 질환이 유행할 위험을 높게 만들기도 한다.
’93년 미국 남서부에서는 몇 년간의 가뭄 뒤에 봄철에 비정상적인 집중강우가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들쥐가 10배 가량 증가하여 들쥐가 매개하는 한타바이러스의 대유행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간접적 원인
기후변화는 전염성 미생물이나 매개체를 증식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기전으로 전염병 증가에 관여한다.

① 인체의 면역력 : 기후변화는 인체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며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전염성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② 식량과 영양 : 기온상승은 초기에는 광합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일시적으로 식량 증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토양의 수분을 감소시켜 생산량을 줄이고 홍수, 가뭄, 태풍 등의 이상기후로 농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농작물 수확의 감소는 특히 미개발국가의 영양상태를 약화시켜서 인체의 저항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③ 자외선 유입의 증가 : 극지방에서 시작된 오존층파괴는 지표면으로의 자외선 유입을 증가시킨다. 자외선은 피부암이나 백내장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염성 질환과도 중요한 관계가 있다.
자외선은 Langerhans 세포, T-임파구 같은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파괴하여서 피부를 통하여 전염되는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인체의 면역기능을 전반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④ 삼림의 황폐화 : 기온상승 또는 개발에 의한 삼림파괴도 전염성질환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나무가 없는 곳에 고여있는 물은 태양 빛을 직접 받아서 수온이 올라가고 모기의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과거에 과학자나 정책결정자들은 환경문제를 기온상승, 해수면상승 등의 물리적인 현상에 초점을 두고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90년대에 들어서는 인류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환경변화가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모든 환경문제는 생태계와 인류의 건강한 삶을 궁극적 목표로 하여야 한다는 것은 일부 선진국가들이나 하는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우리와 후손들의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성질환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서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예측하며 대처방안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정도와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위해를 가능한 모든 경우를 포함하여 예측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 진행중인 감염성질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국제적인 감시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생태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인구학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까지를 파악하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대처방안을 찾아내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인 이외에도 기후학자, 공학자, 생물학자, 사회학자 등 관련된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와 정부에서는 환경변화로 인한 건강위해가 가장 중요한 보건문제의 하나임을 인식하여야 하고 모든 정책결정에서 건강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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