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군살빼기’ 조직혁신 도움 안 돼
다각도로 조직혁신을 꾀하고 있는 환경부가 이번엔 월례조회부터 민간연구소의 책임자로부터 변화를 위한 ‘충고’를 받아들이는 자리를 마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달 1일, 후생동 대강당에서 개최된 월례조회에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박종식 소장을 초빙해 이례적으로 두시간 가까이 특강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수직원 표창에 이어진 이날 강연에 앞서 곽결호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을지연습의 노고를 치하한 뒤 “9월은 정기국회의 예·결산과 함께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우리가 노력한만큼 17대 국회에 성심 성의껏 임하자”며 직원을 북돋았다. 그는 이어 “환경부 전반을 통한 조직 진단과 변화 관리는 21세기 새로운 환경부의 위상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환경부 직원은 공직관이 뚜렷하고 변화에 능동적이니 주인의식을 갖고 동참하자”고 독려했다. 아울러 곽 장관은 “업무혁신과 조직관리에 삼성의 사례를 컨닝해 행정서비스 효율화에 기여하자”고 말했다. 이날 특강을 책임진 박종식 소장은 올 6월 환경의 날에서 가장 큰 포상인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인물로 ’93년 설립된 삼성지구환경연구소에 ’94년 소장으로 부임, 그룹내외의 환경분장 업무와 총괄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위원과 대한상공회의소 환경·안전위원회, 환경보전협회 부회장 등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특강이 진행되는 내내 특유의 ‘입담’과 비유를 통해 간간이 150여명의 환경부 직원이 폭소를 자아내게 했으며,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된 강연에 곽결호 장관은 오전일정을 포기하고 맨 앞좌석을 지키며 그의 충고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종식 소장은 이날 강연에서 기업의 경영혁신 사례를 부처의 업무와 비유하며 이해 쉽게 설명, 환경부 직원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다음은 특강의 주요내용이다.
혁신의 전략적 조건 특강 요약
< 공감없는 변화는 방관을 낳는다 >
나는 그룹 내에서 혁신에 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환경부의 애틋한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아마 정부부처평가에서 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환경부는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는 내게도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예부터 ‘문자는 공자 앞에서 써야 알아듣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오늘 강연의 주제를 ‘혁신의 전략적 조건’으로 정해봤다.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요소가 필수다. 첫째가, 공감이요, 둘째는 비전, 그리고 셋째가 신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천이다. 과거 삼성그룹이 개혁을 시도하던 당시, 나는 관련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로 뛸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당시 모 사장은 다음날 전 직원에게 운동화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 계열사는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공감’이기 때문이다.
최근 장관께서 직접 현장에서 뛰는 모습을 곧 잘 목격하게 되는데 참 보기 좋다. 공감이 없는 변화는 방관을 낳기 때문이다. 또한 비전이 없는 변화는 혼란을 야기하며, 신념이 없는 변화는 회의를 갖게 한다. 덧붙여 실천이 없는 변화는 좌절을 낳게 마련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내가 하는 일의 고객이 누구인가 제대로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대의 오너는 회의석상에서는 아무리 중장기안이라도 3쪽 이상의 보고서를 볼 시간이 없다. 부하는 핵심만을 보고해야 하며, 이에 앞서 상사는 모든 지시를 명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하는 보고에 임할 때 첨부파일과 요약본을 구분해야 한다. 서로고객이라고 생각해라. 아울러 이제 모든 업무에 임할 때는 업무의 본질과 질(質)을 따져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매달리고 그렇지 않은 일은 조정해야 한다.
< 단면만을 보지 마라, 주제파악 하라, 뒷다리를 잡지 마라 >
‘변화와 혁신’ 그렇게 어렵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일이다. 첫째로, 입체적 사고를 불러와야 한다. 원추 뿔을 생각해 보라. 시각차에 따라 세모로 보이기도 하고 동그라미로 보이기도 한다. 단면적인 면만을 보아선 안 된다. 조직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른바 ‘박물관論’이다. 그래서 아마도 단일 문화권에서는 혁신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다.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변화의 핵심을 파악하고 전략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 그렇다면 전략은 무엇이냐, 전략은 비전과 현실의 거리를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자원을 배분하여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일이다.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 한마디로 ‘주제파악’하란 말이다.
셋째로, 한 방향 추진 - 이른바 ‘기러기論’이다. 목표를 향해 기러기처럼 날아갈 때 뒷다리를 잡지 말라. 조직 전체와 하부가 세부 추진목표를 갖고 매진해야 한다. 여기에 ‘불조심論’이 추가되는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서 혼선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은 몇 가지 부류로 나뉘게 마련이다. 꼭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쓸데없는 일을 안 하는 사람, 꼭 해 야 할 일을 하면서 방법이 틀린 사람, 할 필요 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이중에 마지막 사례가 개혁대상에 포함된다. 즉, 일하는 방법과 일하는 자세를 바꿔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방법, 자세, 성과는 반드시 결과와 직결된다. 회의나 의사 결정도 효율성을 살려라. 불필요한 회의를 길게 할 필요 없이 효율성을 살리고 의사결정 과정을 간략히 하라. 권위는 지켜져야 하지만 ‘권위주의론’은 없어져야 한다.
< ‘관습’ 버리는 일 쉽지 않아 …
메기 풀어놓으면 미꾸라지가 산다 >
개혁의 대상인‘비효율’의 성격은 제거하기 좋게 한두 군데 뭉쳐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것을 ‘꽃등심論’이라고 부른다. 꽃등심처럼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얽혀있다는 의미다. 일하는 관행과 습관, 조직의 문화는 대게 그런 방식으로 굳어져 있다. 무조건 줄이고 없애고 삭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이어트의 예를 들어 보라. 운동을 통해 불필요한 살만 제거해야지 중요한 부위까지 빼면 안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보다, 사실은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여기에 적절한 방법이 이른 바 ‘진통제論’과‘불감증論’이다. 적절한 위기의식도 필요하다. 양어장에 미꾸라지를 키울 때 메기를 풀어놓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불감증에 휩싸인 조직에 자극이 될 만한 요인을 투입하는 것이다. 메기는 미꾸라지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대신 이 공식을 접목할 때는 ‘바둑論’이 적용되는데, 무인도에 같은 5급 수준의 기사 둘이 들어가 수준을 겨루면 두 사람의 실력은 향상되지 않고 항상 5급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환경도 이제 사후처리보다 사전예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늘 ‘가상론’을 염두에 두면서 각종 시나리오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보는 것도 조직의 위기관리능력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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