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교통과 환경 - 철로와 환경 상생의 평행선 가능한가

소극적 관리개념 벗어나야 진정한 친환경교통 인증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8-31 22: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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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장 3,143㎞, 각종 대기오염 배출량 도로대비 약 17%, 에너지 소비효율 도로대비 약 6% …. 익히 잘 알려진 철도의 환경성적표다. 본격적인 고속철도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는 철도교통은 늘 ‘친환경적’교통수단으로 자리 매김하며 육상교통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도로교통의 환경 위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자리잡아 왔다.
이처럼 철도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이 수단만이 가진 우수한 에너지 효율성과 대기오염 저감능력(인당·km/ 이산화탄소배출량 승용차의 10%수준) 때문이다.
그러나 타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의 환경성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교통은 초기 건설시 종단과 선형조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터널과 교량을 요구하는 단점을 갖기도 한다. 또한 도로교통과 마찬가지로 때론 소음과 토양오염, 생태계 훼손문제 등 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따르면 ’20년까지 철도는 4,200km 수준으로 확대 건설될 계획이다. 제 아무리 환경 친화적 교통수단이라도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부하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시점은 철도가 가진 ‘환경성’을 재점검하고 국가기간교통망으로 운용되는 과정에서의 관리실태 및 환경친화적 철도체계 구축에 대해 재고해 볼 적기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철도교통과 환경’이란 연속기획을 통해 『 ①‘철로와 환경’상생의 평행선 가능한가』에서는, 현재까지의 철도환경 관리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② 친환경철도구축의 걸림돌 & 해법 』에서는 철도건설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환경파괴 논란과 미래지향적 철도환경 구축을 위한 대책 등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철도와 환경의 뒤늦은 조우(遭遇)
‘규제준수’가 철도의 환경개념으로 굳어져

최근 철도청은 내년 공사화를 앞두고 수입창출을 위해 부동산과 레저산업에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운임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 오던 구조를 벗어나 ‘만성적 적자’를 타개하고 자생력을 갖춘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러한 자구책과 관계없이 주요 국책사업으로 수십여년 정부기구로 존속하면서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철도청이, ‘공사화 된 들 하루아침에 누적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내기도 한다. 제 아무리 공익과 국익에 부합된 행정기관이라도 주식회사의 경영마인드가 아니라면 생존할 수 없는 오늘날의 현실은 그래서 철도청에게 한잔의 쓰디쓴 고배와 같다.
그러나 그동안 철도경영체제의 합리화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이미 ’60년대 말부터 경영체제 변경 논의가 일부의 주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까지도 공사화 여건이 미비됨에 따라 법적 근거를 통해 경영의 자율성만을 확보해 온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고속철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철도의 경영합리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되었고, 체제혁신을 위한 근본적이며 실질적인 해답으로 철도청은 ‘공사화’를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기관의 내력이 이렇다보니 사실 철도에 환경개념이 도입된 것도 환경관련 법률과 제도에 대한 인식이 형성돼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오른다. 그래서 당시 여타 기관과 마찬가지로 철도의 환경시설 도입배경도 자발에 의한 ‘자의(自意)’라기보다, 시류에 따른 ‘수용’의 성격을 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사회기반시설도 규제와 감시의 그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93) 철도청 감사담당관실에 환경업무 T/F팀이 신설되면서 최초로 철도에 환경관리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환경개념이란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 발생되는 각종 유해물(오·폐수)을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범위안에서 최소한의 처리를 거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뒤이어 ’94년 차량본부에 환경계가 등장하고, ’00년엔 본청의 안전환경실에 환경관리과가 신설되면서 철도분야의 환경관리를 전담하는 현재의 환경관리과 체제를 골격을 갖추게 된다. - 현재는 환경업무 자체를 경영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지난 5월 경영관리실 산하로 이관된 상태 - 이 같은 환경조직의 변천사는 철도환경개선을 위한 연도별 투자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철도 환경관련 규정이 실질적으로 제정된 ’96년부터 시작된 투자는 ’98년에 이르러 정점에 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기점으로 공해방지 사업 예산에 투입된 예산은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는 환경관리가 전무해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시설투자가 활발했던 ’98년 이전과, 기 설치된 시설의 관련유지비용으로 투자가 진행됐던 이후로 구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이 기점은 뒤늦게 출발한 철도의 환경개념이 나름대로 체제를 갖추자마자, 그대로 ‘유지관리’의 체계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확대된 철도환경정책은 고려해보지 못한 채, 운영상의 효율성이 갖는 자체 한계가 사실상 철도환경의 전형으로 굳어진 것이다.




철도청 환경조직의 현황과 역할
본청은 ‘관리’, 현장은 ‘환경팀’ 체제

따라서 현재까지의 철도환경을 논의함에 있어, 그 범주는 일차적으로 철도청내의 환경관리 현황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그 밖의 문제들은 거론되는 순간 이미 관할 철도환경을 벗어나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철도청이 추진하고 있는 환경사업은 ‘개선사업’의 의미가 강하다. 철도 시설을 운용함에 있어 발생되는 각 부분의 위해들을 최소화하고 규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관리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철도환경사업의 주된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환경개선사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오·폐수처리시설을 포함하는 수질부문, 차량 유지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부문, 시설물과 노변에 노출돼 있는 토양 부문, 그리고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포함하는 대기부문, 마지막으로 현재 철도환경에 가장 많은 소음을 불러오고 있는 소음·진동 부문이 해당된다.
이러한 각 부문은 철도청의 환경관리과가 환경업무를 총괄하며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제정·관리하고 있었다. 부서내 차량환경팀은 업무 총괄을 담당하는 한편, 폐수나 폐기물 등의 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시설환경팀은 소음·진동방지시설 설치와 영향평가에 따른 협의 이행등과 같이 시설에 관계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편, 실무 인력에 해당하는 지역본부와 철도차량관리단의 환경팀 인력은 대부분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환경시설을 취급하는 현장인력을 별도로 관리, 매분기별로 자체 평가 등을 실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차량관리단과 사무소의 환경관리 실태
유지보수상태 ‘우수’, 제한된 관리영역 ‘한계’

미디어는 이들이 운영중인 관련시설의 환경관리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대표적 철도시설인 대전철도차량관리단과 대전차량사무소의 환경시설을 직접 둘러봤다. 대전철도차량관리단은 여객·화물차량을 대상으로 차량정비와 개량, 검수 등을 담당하고 있는 대규모 정비기지다.
대전관리단의 환경관리인으로 선임된 차량기술국의 정순태 환경팀장은 수질과 소음분야의 기사 자격을 확보하고, 화물차량 1.2과, 여객차량과, 기계시설과와 함께 제반 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다. 현재 대전관리단이 운용중인 환경시설은 폐수처리장과 4개소의 지하공, 그리고 각종 도색작업등에서 발생되는 유해성분을 정화처리하고 있는 대기시설 등이다.
이 시설들은 수질(4종)의 경우 월 1회, 대기(2종)의 경우 월2회 외부 측정기관을 통해 환경자가 측정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차량정비국장과 환경팀장, 설비팀장 등이 주축이 되어 년 4회 자체 환경성과평가를 시행, 시설의 운영상태와 실적등을 점검해 오고 있었다. 정 팀장은 매월 전직원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관리규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비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제거하기 위한 시설(처리장)은 부지 외곽에 위치해 있다. 이 시설은 ’80년대 중반에 설치된 것으로 설비는 낙후돼 있으나, 오수의 유입량이 한정돼 있고 처리효율은 높아 기준치 보다 비교적 우수한 처리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편, 정비고내 도장시설의 개선시설인 흡착탑은 총 4개소에 설치되어 있었으며, 이들 환경설비는 주기적인 점검과 적시에 활성탄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밖에도 대전관리단에서는 검수차고 곳곳에 간이 윤활유 낙유받이를 설치하여 낙유가 직접 관로로 유입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기물보관장의 반입시간을 제한하는 관리단 자체의 노력도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었다.
또 다른 정비창인 대전차량사무소는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규모는 대전철도차량관리단에 비할 수 없으나, 환경시설은 비교적 최신화된 오폐수처리장을 확보하고 있었다. 차량사무소의 환경관련 시설은 현재 설비팀 차원에서 폐기물과 함께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동력차 등의 외부를 세차한 폐수는 지하 관로를 통해 자체 오폐수처리장으로 흘러들었다. 그밖에도 정비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에 대한 관리도 일반·지정폐기물로 분리돼 원활히 수거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대전차량사무소에서 지정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주로 폐휠터와 넝마, 구리스 등의 폐유와 접촉한 부속이 대부분이었다.
두 철도정비 시설을 둘러본 결과 철도청 산하의 환경시설은 비교적 유지관리가 상태가 양호했으며, 책임자 지정이 명확해 오염사고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다. 또한 환경직무에 대한 개선사례를 타 소속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01년 말부터 사례집을 발간해 각 소속의 실무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작지만 환경개선노력의 일환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규제준수 차원에서 시작된 철도의 환경관리는 기존의 시설을 유지·보수하고 운용하는 측면에 국한돼, 여전히 소극적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환경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해 공사화 이후 관련예산이 대폭 확대되고 조직의 역량에 힘이 보태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대목이었다.


방어적 철도환경, 조직의 ‘역할증대’부터
과감한 기술투자 ‘환경성’향상에 기여할 것

현재 철도청이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기초 환경시설은 운용에 따른 부산물적 폐해를 복구하는 방어적 개념이 강하다. 즉, 차량유지관리상에 발생하는 폐수나 폐기물을 법적 기준에 근거해 처리하고, 잦은 민원이 발생하는 연변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노변에 방음벽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여론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게 국가기관 특유의 체계적 조직 구조 속에서 별무리 없이 업무가 진행되게 마련이다. 공공조직은 늘 하향식 감사체계와 상향식 보고체계를 통해 당해 업무의 추진상황이 면밀히 투영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억압’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할별로 세분화된 각 부서(철도청의 경우 환경관리과)가 조직의 합목적에 부합하는 일은 물론, 궁극적으로 조직의 영속과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역할의 문제다. ‘역할’이 한정되어 있으면 ‘역량’도 역할 내에 한정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철도의 환경문제를 접근하다 만난 첫 번째 복병은, 사실상 현 조직의 역할 한계와 철도 전반의 소극적 환경개념이다. 여기에서 ‘소극적’이 의미하는 것은 주어진 역할의 얼마나 해내고 있느냐하는 성취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 자체가 가진 근본적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철도와 관련된 환경시설을 확인한 결과를 보더라도, 현 환경조직은 주어진 역할을 흠잡을 데 없이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적은 인력과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유지보수’에 국한돼 있다는 사실은 한반도종단철도, 나아가 시베리아횡단 철도와의 연계를 꿈꾸는 철도르네상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철도의 환경인식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점은 공사화를 앞두고 있는 철도청이 향후 조직 정비시에 유념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운용상의 환경 위해(危害) 저감은 물론 궁극적으로 철도의 ‘환경성’ 향상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힘있고, 폭넓은 조직으로 거듭나야 함이 마땅하다.
이처럼 한 조직의 ‘역할론’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철도가 떠 안고 나가야 할 환경문제가 친환경교통수단이란 ‘가점’을 부여받고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폐선(廢線)처럼 자기진단과 관련 기술개발의 기회를 갖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지했다시피, 규제준수 차원의 수동적 사후 환경관리개념은 이제 철도환경분야 전반의 과감한 기술투자와 지원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기에 다다른 것이다.


선진철도의 화두는 단연‘환경’
해법의 실마리 어떻게 찾을 것인가

환경산업은 첨단기술과 항상 맞닿아 있다. 또한 첨단기술은 고부가가치의 환경기술로 혜택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철도기술선진국은 알고 보면 환경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주축이 되어있다. 이들은 적극적인 연구투자를 통해 취약한 부분의 철도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의 동향정보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환경 친화적인 교통 수단으로서 철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간선철도와 도시권철도의 권역으로 나누어 재래선의 고속화와 기존선의 정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철도가 환경에 미치는 피할 수 없는 부하로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소음과 진동, 국내에서도 한때 논란이 되었던 전자장(고속철 전자파)등의 문제에 대해 영향을 분명히 규명하고 저감대책을 개발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기술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철도백서에 따르면, ’63년 9월 철도청이 발족된 이후 국내 열차의 최고속도가 60년대의 80km/h 수준에서, 90년에는 140km/h로, 그리고 00년대에 접어들어 고속철도의 등장에 따라 300km/h 대로 급상승하여 어느덧 손꼽히는 철도선진국 반열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철도환경분야는 이와 동반한 성장을 꾀할 수 없었다. 철도분야는 늘 정책적 배려와 막연한 환경우위성에 힘입어 건설과 운행,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보이지 않는 수혜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철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할인승차권’을 과감히 관련기술개발과 연구분야로 되돌리고, 철로와 환경이 항구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비책을 서둘러 찾아 나서야 한다. 철도산업의 육성을 위해 지난달 발표된 ‘철도산업기본계획’의 내용엔 환경이 아쉽게도 비중있게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일은 철도가 국민들에게 비교우위의 친환경 교통으로 확실한 인증을 받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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