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연구와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최근에 우리들이 목도하고 있는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은 생물산업 기술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고 있다. 2000년 6월에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블레어 수상이 공동으로 발표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Human Genome Project) 연구결과의 공개방침은 이러한 변화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전체(genome)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어느 한 생물체가 갖는 유전정보의 총체를 뜻한다. 따라서 유전체 연구는 생물체가 지니는 유전정보의 구조와 기능, 그것들이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유전체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실로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방법론적 기술 혁신을 통해 생물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종래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방법이 생물체의 요소들을 하나씩 분리하여 각각의 성질을 밝히는 것이었다면, ‘유전체적’ 연구방법은 개개의 유전정보를 대량으로 단시간 내에 분석함으로써 생물체의 거동을 정보의 집합체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물체를 세포, 조직 및 기관으로 이루어진 유기체로 보던 기존의 관점에서 기능과 정보의 집합체로 보게 됨으로써 종래의 생물학적 연구를 위한 대상으로서 생물체를 바라보는 관점, 연구내용, 방법, 목적이 모두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전이(paradigm shift)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유전체 연구는 생물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파급효과를 지니는 도구기술(tool technology)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새로운 생물제품의 개발은 물론이고 기존 생물공정의 혁신적 개량이 유전체 연구의 응용에 의해 가능해짐으로써 생물산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생물산업이 타 산업분야와 같은 효율성과 속도를 가질 수 있게 됨으로써 신산업 시대의 성정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같은 생물산업에 있어서 기술 패러다임의 전이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따라가 기술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생명과학 분야 선진국인 미국, 일본 및 유럽 선진국의 몇 개 국가에 불과하다.
특히 이들 국가들의 기술독점은 인간유전체프로젝트(HGP)의 수행과 그 결과의 활용에 있어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데, 앞에서 말한 HGP결과의 공개 방침도 이를 활용할 능력 면에 있어서 자기 나라들이 자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 이 같은 유전체 데이터의 활용 능력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간에는 생물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차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는 지금 산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 및 식물, 동물의 유전체(genome) 데이터를 확보함과 동시에 이들로부터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어 특허화함으로써 지적재산권의 권리선점을 위한 치열한 접전이 전개되고 있다.
즉 일차 경쟁이 유전체(genome)해석의 주도권 확보에 있었다면 제2차의 경쟁은 이렇게 얻어낸 유전자(gene)의 기능을 해석, 특허화하고 산업적으로 응용하는데 누가 먼저 해내는가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류에 따라 Funtional Genomics의 연구가 포스트게놈시대의 화두로 제시되고 있으며,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Proteomics, Metabolomics 등의 신조어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영역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분야들은 새로운 분야인 만큼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이제야 진입기에 들어서는 단계에 있으므로 개발도상국에도 우수인력의 확보만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경쟁이 가능한 분야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경우 유리할 수도 있는 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현상으로서는 생명공학기술이 다른 분야 즉 정보기술이나 물리화학기술 등과 융합하여 새로운 과학기술영역을 형성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생명체가 가진 유전정보를 산업적 목적에 따라 재설계, 가공하여 새로운 용도로 사용코자하는 시도가 앞으로 새로운 미래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게놈 시대의 도래 유전체 연구(genome research)는 생물산업의 기술개발에 있어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인 연구 방법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관련된 의약, 농업, 식품, 화학, 환경 등 다양한 산업적 응용에 있어서도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생물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dT다. 그리고 또 이러한 유전체 연구는 생물산업에 있어서 기술개발체제, 지식의 창출 방식, 윤리사회적 문제 등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포스트게놈 시대에서 특히 산업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문이 지식의 창출 방식 중 유전체특허와 관련된 사안이다. 유전자 특허는 어떤 유전자든 그 기능을 먼저 밝힌 사람이 그 유전자의 사용에 관한 권리를 전유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제도로서, 해당 유전자를 사용하려는 개인, 기업 또는 국가는 이를 위해 기술료를 지불하여야만 한다.
이에 따라 유전자는 생명공학 세기에 있어서 ‘녹색 황금(green gold)’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따라서 유전자 특허의 보유 규모가 향후 생물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며 이를 위해 각국의 생물산업 기업들은 치열한 유전자특허 전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서 1998∼99년 동안의 미국특허를 분석한 결과 생물산업 관련 특허 중 유전자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이 1/3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안두현·정민교, 2000) 앞으로 생물산업에 있어서 특허의 확보여부가 바로 경쟁력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표4>에서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유전체연구의 영향으로서 중요한 또 하나의 사안은 환경 및 사회윤리적 문제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부가 주관, 입법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가칭)생명윤리 기본법」에서 거론되고 있는 바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맞물린 배아간세포(embryo stem cell)의 취급 문제, 유전자변형 생물체(LMO:Living Modified Organisms)의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문제 등이 향후로도 계속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의 생물산업 육성전략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이와 같은 세계 추세를 감지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생명공학 기술의 확보와 자국 생물산업의 강화를 위해 정책적 차원의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표5>참조)
특히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술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자국이 소유한 지적재산권의 침해 문제에 매우 예민하며 이를 국제교역 문제에 포함시키는 등 다가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개발에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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