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던 16대 국회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방문하는 날을 떠올려 본다. 국정감사 모니터 단으로 참가하는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회원들이 배포한 의원들의 질문서를 들고 개회를 기다리는 동안, 기자와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서성이는 로비를 음료수와 과일이 담긴 쟁반을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한복 아가씨들이 있었다.
행사 모델은 아니고, 누구일까. 피감기관의 여직원인가. 검은색 최고급 승용차가 정차하기 무섭게 달려들어 문을 열며 꾸벅 인사하는 이는 호텔 벨보이는 분명히 아니다. 나이 지긋한 공무원들이 그 앞에서 절절매는 걸 보아 피감기관의 장인 것 같다.
개회할 때 잠시 앉았다가 한참 후에 술콰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은 어떤 국회의원은 다른 의원의 발언까지 차단하며 피감 공무원을 들들 볶는데, 거의 시비조다. 저자거리에서 저런 식으로 말붙이면 싸움나지 싶다. 야지 놓는데 싫증이 나는지 한참 나갔다 점심 마치고 들어온 그 의원이 자신의 질문 시간이 되자 질문지를 읽는데 가관이다. 더듬거리는 폼이 보좌관이 써준 원고를 아마 한 번도 미리 읽지 않은 모양이다. “요즘 열대가 문제입니다!” 모니터 단은 어안이 벙벙했다. 웬 열대? “마약이 그들에게 퍼지고 있어요!” 아뿔싸! 그 의원은 ‘十代’를 ‘열대’로 읽었던 것이다.
모니터 단이 이름을 확인하기 어렵도록 자신의 명패를 돌려놓고, 금줄을 쳐서 접근을 통제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개회 때 정족수만 넘으면 하시로 들락거려도 조건이 만족되는 걸 십분 활용하는 의원들은 도무지 지분하게 앉아 귀 기울이는 법이 없다. 화장 진한 한복 아가씨들이 하루 종일 바쁜 게 무슨 잔칫집 같고, 질의 퍼붓는 이와 허튼 대답하는 이가 따로 노는 감사장은 무료하기만 하다. 오직 모니터 단만이 긴장 상태다.
바로 그 무렵 한 국회의원은 “시민단체는 누가 뽑아주었나요?”하며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자신들은 민주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합법적 선량이지만 시민단체는 아니므로 대표성도 없는 시민단체가 선량이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참견하지 말라는 대 국민 선전포고였다. 내 참 기가 막혀서. 선거불참도 유권자 의견이라고 볼 때, 그 국회의원, 모르긴 해도 유권자의 과반수 지지를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보자가 많았다면 투표 참여자 절반의 지지도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지역을 대표한다고 기세등등하다. 그의 말이 곧 지역 시민들의 말은 아닐 진데, 그는 자신의 발언에 앞서 지역 유권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을까.
발의할 시민이 많아 대의제를 택한 민주주의에서 의원은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야하건만, 마주치는 이에게 경쟁적으로 고개 숙이는 선거철 말고 국회의원들은 주권 가진 시민들을 도무지 상대하려 않는다. 그래서 시민들이 직적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다. 개개의 시민들은 목소리도 영향력도 작으므로 같은 뜻을 가진 단체로 모였다.
어떤 이는 누가 시민단체를 견제하느냐고 묻는다. 국회는 이론상 행정 사법이 두루 견제한다지만 어디 그런가. 돈과 권력의 크기에 따라 반응 정도가 다른 행정과 사법을 보아온 시민들은 교과서 같은 말을 미더워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누가 견제할까. 시민들 스스로 견제한다. 회원들은 물론 시민단체끼리 견제하는 까닭에 시민단체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렇지 않다면 시민들은 회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전문성이 있지만 가진 자를 중심으로 편중되었다. 전문성은 많은 부분 이권과 관계한다.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중 약사 출신은 비아그라의 자유판매를 찬성하지만 의사 출신은 반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의원들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그 투자에 일방적인 관심을 보이지만 과학기술이 미칠 사회적 생태적 영향에 관심도 없고 또 무지하다. 그 점은 다른 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1998년부터 거리에 나와 관련법 제정을 촉구한 시민단체들이 비윤리적이라고 평가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을 압도적 통과시켰다. 시민들보다 자본의 의지를 살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시민단체는 당선운동을 선호한다. 한심한 정도가 도를 넘다보니 일단 솎아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여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이지, 바른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단체들은 시민 의견에 충실하려는 의원을 위해 적극적인 당선운동을 펼쳐나가고 싶어한다. 여성단체는 여성의 권위와 복지를 상대적으로 더 생각하는 후보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이고, 환경단체는 당연히 환경을 생각하는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만한 인물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FTA 협정 국회 비준을 앞두고, 전국에서 달려온 수천 명의 농민들이 국회 밖에서 비준반대를 외칠 적에, 춥고 배고픈 농민들은 차가운 김밥을 먹으며 울분을 삼켰지만, 국회의원들은 고급 바다가제요리를 즐기다 비준을 통화시켰다. 그런데 중국은 작년 4천만 톤의 곡물이 부족했다는 외신이 나왔다. 중국이 해외에서 부족분을 충당하려할 때 우리와 가격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외신은 분석한다. 때를 같이하여 영국에서 공개한‘미 국방부 비밀보고서’는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으로 네덜란드 헤이그는 물에 잠기고 영국은 시베리아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식량자원의 부족은 국가 간 생존투쟁을 불붙여 전쟁과 기아가 속출하고, 한국은 핵무기를 생산할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하는데, 보고서를 총괄한 미국 최고 전략가는 그런 현상은 20년이 지나지 않아 현실화 될 것으로 경고한다.
무시무시한 경고는 내일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는데, 우리는 어떤 후보를 국회로 보내야 할까. 이번에 ‘초록국회 만들기 네트워크’로 모인 환경단체들은 초록후보를 찾는다. 지속 가능하고 건강해야 할 내일을 위해 일할 ‘초록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직접행동을 모색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낙선운동은 솎아낼 후보를 지적했다. 온갖 공약과 소문이 난무하는 와중에 시민들은 남은 후보 중 어떤 인물을 고르면 좋을까. 초록후보! 자식 키우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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