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롭게 한줌 빛으로 산화한 형제를 위해

故 이의광 서기관을 애도하며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2-27 00: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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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영안실
먼지만 날아 다닐 것 같던 텁텁한 공간
사내들의 눈물샘을 여기저기 찾을 수 있었다.

마흔여섯, 세살바기 막둥이 웃음 속에
장렬히 한줌 빛으로 산화한
참 공무원 서기관 이의광.

그랬다. 짓누르는 그래서 곤한 잠 한번
잠들 수 없었던 영원한 청년 의광.
온 나라가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을 때
어느 교수의 비수로 박히는 독침을
알몸으로 받아넘기며
빛나는 논리로 허구와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의광.
그대는 수도인의 구심점이며
젊은 후배들에게는
그늘을 드리우고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던 신선한 숲이었다.

사람들은 교수와의 전쟁은 피하자고 했지
공무원의 한계라고 맥주 잔에 거품을 피우며
눌러 앉았지
의광, 그대는 허구만은 지우자며
서울시 역사상 법정소송을 했지
행정의 달인 고건 시장도 당신을 말릴 수 없었지
학계에는 정도관리의 규율을 정하게 하고
이제 세상은 의로운 빛으로 소독을 했지
몸서리치는 5년 간의 상처투성이 전쟁을 끝내고
그대는 맥주 잔을 드리우며 공무원의 참된 정신
알려준 빛나는 투사로
연구소 귀퉁이에서 연구를 했지
그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하고
잊혀져간 영어공부도 하며
동료들의 아픈 가슴에 신선한 생수를 선사하고
전국의 수질공무원들의 지혜로운 나침반이 되어 주었지

화학 원소 따위에 머물지 않고
환경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제주도에서
통일의 둔덕 문산까지
당신을 부르는 곳은 기꺼이 다가갔지

담배 피워 물며 상수도 물길을 염려하던 의광.
물 속에 숨겨진 비밀을 먼저 찾고자 했던 참 공무원 서기관 이의광.
이천사년 이월 이일 저녁,
46년 삶 속 스무 해 공직에 몸담아 혼 불로 살아온 당신
한세상 아낌없이 살았노라
즐겁게 산책하다 돌아갔노라

천국에서도 돋보기 같은 안경으로 그대는 지켜볼 것이라 믿소,
함께 한 후배들이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음에
남기고 간 술 한잔
우리 그때처럼 자유의 축배를 들지 않겠오...이의광인형

2004년 2월 5일-이의광 서기관의 영전에 살아있는
자들의 마음을 담아 삼가 애도의 시를 바칩니다.


길샘 김동환 올림

2월 2일의 슬픔 故 이의광 서기관의 순직을 애도하며

입춘을 맞아 만물의 생성이 움트는 2월 2일 본지에는 도무지 감당키 어려운 비보가 날아들었다. 서울시 상수도연구소 이의광 수질관리과장이 근무중 순직했다는 비보다.
이과장은 이리황등초등, 중, 이리고를 나와 원광대 농화학과와 2년 전에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석사를 받은 바 있다. '83년 환경부에 입사하여 수질, 환경, 폐기물정책업무를 담당하다가 '92년 서울시청 수질보전과업무를 시작으로 서울시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관악구 생활공해관리업무를 받아오다가 서울시 최초로 상수도연구소가 정식 출범하면서 '97년부터 상수도연구소 수질관리과장으로 근무해 왔다.
그의 대외적인 공적은 부임과 함께 닥쳐온 바이러스 분쟁 속에서 보여준 경쾌한 논리적 맞대응은 일반 공무원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혼불이며 의지를 보여준 멋진 드라마였다.
그를 알게된지는 이제 10여년이 넘는다. 하지만 그는 일상적 공무원의 행태와 다른 점이 많았다. 술을 좋아해 그의 아내와 함께 새벽녘까지 상수도 수질의 발전방향과 침체된 연구소직원들의 사기,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실비판을 안주삼아 술을 먹기도 했다. 그 당시 쏟아져 나온 안주거리들 치고 상하거나 비위가 상한 음식은 없었다. 모두가 공감하고 진솔하며 현실을 염려하는 걱정거리들이었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서울대 김상종 교수가 바이러스분석자료를 제시했을 때 실험방법 절차와 실험실상황을 보자며 과연 진실된 분석이었는가 면밀히 파헤쳐 보던 그의 뚝심은 상관들에게 오히려 미움을 사기도 했다.
그는 홀로 걸어가는 공무원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지식을 기꺼이 나눠주었고 방향설정을 분명히 해주었다. 인간적으로는 소외된 동료들에게 베품과 정성을 다한 보살핌도 꽤나 괜찮은 인간미를 던져주기도 했다. 기자들을 다루는 솜씨도 넉넉했다. 무조건 감추는 편협된 방식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문제점을 밝히며 해결점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설득력은 차라리 감동이고 충격이었다. 본지는 그에게서 나온 꽤나 괜찮은 내용도 덮어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방 수질관련 공무원들과 대화와 협력으로 함께 동반자적 논의를 하자는 의견도 그의 생각이었다. 단피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업무지상주의의 공무원집단에서도 할말을 하면서도 술과 대화와 사교성이 능한 수질전문가가 있을까. 국회, 시의회, 기자들에게, 전문성 없는 상관에게 쉽게 풀어가며 해설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구수하고도 인간적인 화술은 그의 장점이기도 했다.
눈은 그다지도 나쁜지 돋보기 같은 안경을 쓰고 섬세하게 들여다보던 그의 끊임없는 배움과 연구의 바탕은 척박한 연구집단들에게는 차라리 기둥이었고 횃불과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언젠가 동료직원이 새장가를 든다고 두 번 가니 조촐히 치르는 데 축시나 한 수 읊조려달라고 부탁하던 리얼리즘도 지닌 이의광 서기관. 생전에 나의 시와 그림이 함께 박힌 작품 한 점 주리라 약속했는데 졸지에 헤어짐을 당하니 할말이 없다. 넉넉한 품성과 장손집 맏형 같은 품격으로 동료들을 이끌던 정겨움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때로는 술독에 빠져 다음날 상관의 속도 썩히긴 했지만 …
바이러스 논쟁 속에 5년간 혈전을 벌였고 그 후유증에 당신은 곤한 잠 한번 자지 못하고 자신의 영역을 한 단계 올려보고자 애쓰던 모습도 아름다운 공무원상이었다.
업무노트에 적힌 2월 2일 날의 업무기록은 당신이 생전에 적은 마지막 업무인가 보오.
- 암사 박기영씨 승진 축하, 수질평가위 연구소 방문, 시의회 업무보고준비, 26일 본부장님 내방,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발전을 위한 구상을 해야, 상수도 인력의 고급화를 하자 등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놓았구려. 그리고 광나루집 유가네 칼국수와 만두라는 대목도 눈길을 끄는구려.
지금 박수환 소장을 비롯한 연구소직원들은 당신을 차마 떠나 보낼 수 없는 참담한 속에 넋을 잃고 있고 강북정수사업소 허방련 과장은 술과 눈물로 밤을 세우는 구려. 영안실에서 저토록 많은 사내들의 눈물샘을 만났다는 것이 당신보다 값지지는 않겠지만 그 넋을 충분히 짐작케 하오. 이의광 서기관, 이제 한 계급 특진의 서기관임명장을 영정과 함께 보면서 당신과 지내온 어제의 기억들을 지울 수 없소. 우리는 공무원과 기자가 아니라 그저 물을 염려하고 상수도발전을 함께 고심해온 동료며 벗이었다는 점은 분명한가 보오.
이제 술이 고프면 언제라도 하시라도 함께 할 수 없는 멀고먼 곳으로 당신은 이주를 했으니 그저 아쉽기만 하오. 잘 가구려. 가거들랑 우리나라 수도 발전에 따가운 충고를 던져 주구려, 당신이 뿌려놓은 저 씨톨들이 잘 영글 수 있게끔 한마디 조언을 바랄 뿐이오.
故 이의광 서기관의 영전에 부치는 글

- 길샘 김동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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