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의‘인간다운 삶’

헌법에 명시된 각종 사회복지 혜택 받아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1-26 15: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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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언제 어느 때나 늘 강자와 약자가 있어 왔다. 강자는 부모를 잘 만나서, 혹은 지능이 뛰어나거나 체질적으로 강하게 태어나서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며 약자는 이와 반대로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지 못했거나 노쇠하고 병약하여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므로 인간 사회는 어차피 불평등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약자들에 대해서는 크고 작은 시혜가 베풀어져 왔다. 가깝게는 친지나 이웃에서부터 크게는 종교단체나 사회단체, 또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불우한 사람들에게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도움을 베풀었던 일은 어느 국가 어느 사회나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의 미풍양속인 상부상조의 전통도 이러한 시혜의 한 단면이다. 우리 선조들은 서로서로 돕고 사는 것을 아름다운 풍속으로 장려하여 왔으며 그 흔적이 많은 전설로 내려오고 있기도 하다. 가령 남을 돕고 사는 사람이 후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든지 입신출세하게 되었다는 등의 설화이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장자못 설화'는 이러한 사회 윤리를 외면하는 것에 대한 금기(禁忌)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자못 설화란 어느 승려나 또는 도사가 어느 마을 부잣집에 가서 시주를 요청하자 자린고비인 부자는 바랑에 쌀 대신 똥을 퍼주었다는 얘기로 시작된다. 승려나 도사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가자 이 모습을 보다못한 그 집 며느리가 몰래 쌀을 담아 가지고 와서 건네는데, 이 승려나 도사는 고마움을 표하며 아무 날 아무시에 천둥번개가 치고 큰비가 내릴 것이니 그 때 결코 뒤를 돌아보지 말고 산이나 언덕배기로 도망치라고 일러준다. 과연 그 말대로 그 때가 되어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자 며느리는 집을 나와 도망치는데, 며느리는 신신당부하던 충고를 잊고 자기 집이 어떻게 되는가 싶어 돌아보다가 그만 몸이 굳어 돌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부잣집은 벼락을 맞고 쏟아지는 빗물에 잠기어 마침내 그 자리에 커다란 못이 생겼다는 설화이다.
이 설화가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형태로 전해지는 것은 우리의 옛 사회가 그만큼 상부상조의 전통을 장려하려 했던 것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전국 도처에 세워져 있는 시혜비(施惠碑), 또는 시혜불망비(施惠不忘碑)도 이러한 풍조의 한 단면이다. 어느 지역에 흉년이 들어 주민들이 큰 기근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인근 마을의 부자가 곡식을 풀어 구황(救荒), 즉 기근을 면하게 했고 주민들이 이에 보답하기 위해 비석을 세워 그 사실을 길이 전하게 한 것이다.
주위의 불우한 이웃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일은 인간 사회에서 늘 있어 왔고,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은 이를 장려해 왔다. 어차피 인간 사회는 평등하지 못하게 마련이며 갖가지 우여곡절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사회복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도움이 조직적으로, 또는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사적으로 또는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 대해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가 사회복지라 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화되고 공식화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국가가 사회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제도화시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사회복지의 출현은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어 시민 사회가 등장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점들을 내포하게 되었고 이의 해결을 위해 국가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시민 사회의 진전은 사회의 민주화, 즉 개인의 생활과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나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불평등을 초래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또 다른 부자유를 강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성숙된 시민들의 의식은 좌절을 겪지 않을 수 없었고 개인의 자유는 축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적극 개입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시키고 국민 모두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복지국가에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평등과 자유는 사회복지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평등은 사회적 자원의 적절한 분배를 통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사회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통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이 보장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자유란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한 개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의 자유를 말한다. 개인이 권리로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자유를 국가가 인정하며 이의 확대를 위해 국가가 노력하는 의미에서의 자유이다. 이 외에도 사회복지는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를 구현하고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여 사회 구성원의 통합을 이룩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제도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발달은 개인이나 취약 계층의 문제를 더 이상 가족이나 지역 사회에 맡겨둘 수 없게 했으며 이들의 문제를 치유하여 진정한 사회통합을 누리기 위해서는 보다 규모가 크고 혁신적인 사회적 장치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사회복지는 제도적 장치로서 종전의 가족이나 지역 사회의 기능을 대체하여 명실상부한 사회통합을 지향하려는 제도이다.
사회복지의 실천은 사회복지관련법의 제정에 의해 가능해진다. 사회복지법 관련은 헌법상의 생존권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생존권이란 개인의 생존 혹은 생활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여러 가지 권리들을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고, 국가는 이에 대해 보장할 의무를 지니는 권리를 말한다.
역사상 헌법에서 최초로 생존권의 이념을 규정한 것은 1919년 독일의 바이마르(Weimar)헌법이었다. 이 생존권의 목적은 개인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인 생활에 개입하며, 그 구체적 내용은 공공정책이나 사회복지정책을 통해서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헌법으로 이러한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실현의 형식으로 사회복지법을 제정해 놓고 있다.
사회복지법관련에는 헌법의 하위법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부터 아동복지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모부자복지법, 건강보험법, 국민연금법 등이 있으며 이러한 법들을 통해 사회복지가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자기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취약 계층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게 하는 수단인 셈이다.
우리 헌법에는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제31조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 제32조에서 근로의 권리, 제33조에서 노동 3권, 제34조에서 인간다운 생활권, 제35조에서 환경권, 제36조 3항에서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기본권, 즉 생존권을 규정해 놓고 있어 이의 실현을 위해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인 배려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생존권의 법적 성격은 추상적 권리설을 따르고 있다. 생존권에 대한 법적 성격에는 생존권이 국가의 사회 정책적 목표와 강령을 선언한 것에 불과하다는 프로그램 규정설과 법적으로 부여된 권리라는 법적 권리설이 있는데, 법적 권리설은 또한 추상적 권리설과 구체적 권리설로 나누어진다. 이 중 추상적 권리설은 생존권이 비록 추상적일지라도 법적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 이행이 재판에 의해 강제될 수 없을지라도 국가의 생존권 보장의 의무는 헌법에 의거한 법적 의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구체적인 권리설은 생존권이 현실적 효력을 갖는 규정이고 완전한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우리나라는 추상적 권리설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관련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권리, 즉 사회복지 수급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생존권 또는 구체적인 의미에서의 복지권을 실현함으로써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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