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코리아는 세계2위의 생산력과 품질 경쟁력인 ‘槍(창)’으로 무장한 채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연륜에 이른 국내 주요업체의‘철옹성’의 방패를 위협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고자 쉽사리 속내를 내비치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로 관급공사위주의 시장 여건에 정량의 ‘밥그릇’을 두고 할당된 양을 별다른 경계심 없이 소화해오던 국내 주철관업계로 보자면, 밥상에 ‘숟가락’이 하나 더 얹혀진 사건에 가까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영화계의 ‘스크린쿼터’처럼 ‘파이프쿼터’라도 진행시켜 ‘자진삭발’로 전전긍긍 애타는 마음을 달래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현재 정작 ‘밥그릇’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대부분의 국내업체는 안색의 변화를 상대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초연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 주철관 시장을 포화상태로 분석한데 그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이는‘눈싸움’에서 판정패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처음부터 기가 눌린 병사의 경계심 어린 얼굴은 역으로 상대의 ‘사기진작’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처럼 초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방어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충돌한 적이 없는 양측은 서로의 전력을 분석하며 관심 있게 시장판세를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보는 시각보다 궁극적으로 신흥주관의 사례를 신호탄으로 국내 주철관시장에도 개방의 물살이 불가피하리라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신흥코리아의 김석인 대표는‘장수(將帥)’로서‘전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품질에서 국내업계의 어느 곳과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밝힌다. 후방 전투본부격인 하북성의 신흥주관유한공사가 매년 75만톤 정도를 해외 각국으로 주철관을 수출하고 있고, 지속적 설비투자를 통해 ‘05년까지 연산 130만 톤 규모로 확장할 계획으로 있어 사업추진의 가속도를 한층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흥은 국내판매사업본부와 해외판매 사업본부로 조직을 구성, 다각적인 판로 개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신흥주철 KS인증 받고
국내 시장 입성
특히, 지난 7월 국내 한국표준협회로부터 KS인증을 획득한 것과, 최근 해외판매 사업본부가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제치고 3억불 규모의 계약을 수주한 것도 힘을 보탠 원천으로 작용했다. 한마디로‘사기충천’의 기세가 올라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실제로 이들 제품을 살펴보면 세라믹 에폭시, PE, PU 코팅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개발, 국내의 모든 설치 환경에 가능한 제품이다. 그동안 국내업체가 DN80∼DN1,200 구경까지 생산한데 반해 이들의 제품은 DN3,000의 초대형 주철관까지 포괄하고 있어 경쟁 업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자랑하는 원심주조 기술은 길이 6∼8M의 전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특히 DN3,000구경 주철 직관은 세계최초로 개발하여 현재 중국 남수북조 사업에 공급되고 있다. 신흥코리아는 국내에 1만평 규모의 물류창고를 마련, 후속 지원체계까지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격의 제품은 상징적으로 광활한 중국시장의 국내 입성을 알리는 듯 하여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신흥은 표면적으로 당분간 가격경쟁에 앞서 품질경쟁으로 국내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으로 국내 업계와의 동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국내진출은 사뭇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진출이 조심스러운 것은 굳이 비교 우위의 입지에 있는 국내경쟁자를 자극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될 경우 뜻하지 않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분히 국내의 시장방어를 의식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신흥이 국내 업계가 선점하고 있는 1,000mm의 품목보다 대구경관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공헌한 것도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해도 잘못된 해석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중국주철 품질, 경제성 완전무장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당사자와 국내 관련업체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한정된 시장에 대한 ‘밥그릇’ 싸움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정면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국내주철관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국내 주철관업계는 이에 따라 가격경쟁이 치열해 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고, 품질우위에 대한 논란 또한 점차 가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객관적 품질우위와 시장전략, 여기에 수요자의 인식이 변수로 작용하여 향후 주철관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단순히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내산업의 보호차원에서라도 심각히 제고해 볼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부문에서도 양측의 입장차는 극명했다. 신흥측은 국내의 상하수도 관련산업에 자극제로 작용하여 경쟁적 품질향상 등의 동반상승효과를 강조한 반면, 국내업계는‘생존권’까지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번 상하수도 전시회에 마련된 신흥의 부스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다. 현재 국내업체들은 중국 신흥의 신생업체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 둘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현재 국내 주철관시장은 묘한 음색을 연출하고 있다.
당연히 국내의 주철관업계가 이와 같은 상황을 미리 예측하거나 대비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가 의문시 될 수 밖에 없다. 폐쇄적인 국내 주철관시장의 구조와 보수적 성향에 스스로 안주해 있다가 뒷통수를 맞는 꼴을 당한 것은 아니었는지, 결과적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감수 해야하는 현실에 봉착해 자가당착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이제 뒤돌아볼 시점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품질평가가 진행된다면 소비자는 결국 좋은 제품을 선택할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볼 때 국내시장의 희비는 일단락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국내업계도 부단한 기술개발노력 등 드러나지 않게 노력을 경주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내 주철관 업계들은 기술개발을 통해 나름대로의 수출 성과도 이뤘고, 각종 인증도 다수 획득했다. 수요 개척을 위한 갖은 우여곡절 끝에 어느 정도 판로구조를 개척해놓은 시점에서 수입업체의 무혈점령이 달가울 리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각종 리스크와 변수에 대한 단계별 예방대책을 갖추고 한층 강화된 자구노력을 실천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게된다.
문제는 당면한 현실에 대한 관련업계의 냉철한 판단이다. 과거에 국내시장에 저품질 중국산 주철관이 보급되기는 했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 내적으로 무장한 신생업체를 과거와 동일시하기에는 현실이 확연히 다르다. 일정부분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국내 관련업계의 중압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로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놓고 볼 때 국내업계는 품질 향상은 물론, 납품의 모든 과정까지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국내시장의 판도 변화를 되돌릴 수 없다면, 자의든 타의든 거스를 수 없는 국제화의 대세를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으로 변화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빗장은 풀렸고 손님은 이미 안채로 들어섰다. 안방까지 내주고 나서 문지기를 원망하면 때늦은 후회다. 그만큼 국내의 관련업계가 국제화시대의 개방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자가당착에 빠져 있었던 점은 시기를 놓쳤지만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하는 분위기조성이 시급한 이유다.
취재 / 이상복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