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좋은물’ 허위효능 유포 가능성 배제못해
‘국산 해양심층수’ 시장선점 선두다툼 ‘각축전’ 예고
좋은 물을 마시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환경오염의 악화추세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대돼왔다. 인간은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시고자 하는 기본욕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장수 주 요인으로는 주변환경, 특히 좋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꼽는다.
장수촌에 대한 분석자료에는 어김없이 좋은 물을 음용한 노인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만큼 이 요소들은 인간의 생존과 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존재이며, 지구상에서 인류가 생명을 이어가는 한 미래에도 주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 두 요소 중 특히, 물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유별나다. 고대의 대표적 우물 중에는 깊이가 500m에 달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암반 중에 90m로 파 내려가 낙타로 물을 길어 취수한 예도 남아있다. 오염원이 다소 제한되어 있던 당시 실정에 비하면 경이롭기까지 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한때, '돈을 물쓰듯한다'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만큼 물은 도처에서 취하기 쉬운 존재였고 그 희소성에 대한 개념자체가 전무했다.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상수도가 지표수로 충당되다보니 강, 하천의 각종 대형 오염사례를 통해 각인된 부정적 인식은 사람들의 물 소비 패턴을 자연스레 바꿔놓았다.
‘천연수’에서 ‘정수기’로, 다시 음료수처럼 시중에서 돈을 지불하고 사서 마시는 ‘지하 샘물’로 이어지는 국내 물 소비패턴이 바로 그것이다. 역으로 이 현상이 물에 대한 ‘희소인식’을 부각시키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아무리 고도의 정수처리기술을 갖춘 정수장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음용수로 부적절’하다는 근본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일련의 물에 대한 소비적인 흐름은 ‘물 흐르듯’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먹는 샘물의 경우는 이 흐름을 타고 아예 하나의 생필품 상품으로 버젓이 자리잡았다. 이 '샘물'의 경우 상품의 차별화 차원에서 오염원에서 더욱 격리시켜 취수하다 못해, 이제는 아예 취수 대상이 되는 원수를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대상으로 찾거나 물의 ‘기능성’ 부분을 강조하여 시장에 수입 등장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청정빙하를 대상으로 정수한 수입산 빙하수와 국내에서 일부 계층을 통해 폭발적인 판매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일본산 심층수(深層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심층수(深層水)란, 한자 그대로 직역하자면 깊은 바다층의 물이다. 일본에서는 일반화 되어있는 고경도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 용어조차 익숙하지 않다. 국내에 신비의 바닷물이라고 홍보되고 있는 해저 심층수가 선보인 것은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관계자들은 특정 부류를 타겟으로 판매되고 있는 방식 때문에 이들이 국내 먹는 샘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0.5%이하로 보고 있다. 2ℓ들이 한병에 15,000원을 호가하는 ‘고급물’을 음용할 수 있는 부류는 일부 부유층인 특권층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고급물’이 점차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상점을 통해 얼굴을 내밀고 있고, 일부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샘물업계가 팔짱만 끼고 있는 점도 적잖이 의아할 뿐이다.
예상컨대, 선진국에서 각종 기능성 샘물들이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이들이 가진 시장 잠식력은 무심코 간과할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국내 업계가 추이를 예의주시 해야할 사안이기도 하다.
심층수에 대한 판매업체의 설명은 특별하다. 북대서양의 그린랜드 주변 얼음이 용해되면 염분농도차(鹽分濃度差)에 의해 물이 수직으로 침전한다고 한다. 침전된 물은 4000m의 심해까지 이르고 200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한번도 대기중의 공기와 접촉되지 않고 심해를 흘러서 대서양으로 도달하게 되는데, 해류의 방향과 지형을 따라 용승한 것을 수심 400m 부근에서 취수한 물이 바로 심층수란 것이다.
따라서 심층수는 외부의 오염원과 접촉한 적이 없는 순수한 물이며, 미지의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유익하다고 관계자는 주장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특정성분의 포함량에 따른 성분과 기준에 관한 자료는 아직 없으며,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규명도 일본을 중심으로 현재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물은 우수한 용매임에 틀림없으며 각종 미네랄과 용존가스 등 여러 가지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대동소이 하지만 똑같은 수치의 성분함량은 거의 드물다. 따라서 음용수 수질기준 등에 관한 기준도 음용수로서 허용되는 경도 등의 각종 성분의 최대치만을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심층수가 국내로 수입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다. 국내 먹는물 관리법 제3조, 제5조, 및 제29조에 따르면 먹는샘물을 "암반대수층안의 지하수 또는 용천수 등 수질의 안전성을 계속 유지 할 수 있는 자연상태의 깨끗한 물을 먹는데 적합하도록 최소한의 물리적 처리 등의 방법으로 제조 한 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산 심층수 제조공정의 경우, 취수와 동시에 추출과 전기분해와 성분혼합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우리나라는 먹는물 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처리범주를 벗어나 있다고 환경부는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의 공공성 유지, 수질의 안정성유지, 국내 관련업체의 시장경쟁성 및 외산의 시장 잠식력 등의 복합적 여건을 덧붙여 규제의 이유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현행 먹는물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먹는샘물의 수질기준 및 제조공정에 적합하지 않아 먹는샘물로 수입하거나 판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점에서 발생한다. 환경부 측에서 제시한 나름대로의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만 수입업체는 이를 우회하여 식약청으로부터 혼합음료로서 관련 인허가를 받기 위해 굳이 첨가물을 넣어 허가를 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혼합음료 통관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별도의 설비로 첨가물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표시 및 광고에 먹는 물로 혼동될 우려가 있는 항목을 넣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급생수’로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인식,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입 판매업체의 액션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에 비해 혼합음료로 인·허가한 식약청의 경우 관계법령 적용에 관한한 비교적 유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11월 초, 식약청 식품규격과 관계자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의 해양심층수 시설에 대한 시찰을 다녀온 바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환경부와 식약청의 반응은 서로 상반되는 대비구조를 형성해 가고 있어 관계자들로 하여금 두 기관의 불협화음으로도 비약되어 비춰질 요소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심층수에 대한 관심을 보인 곳은 사실 해수부가 아니라 한국해양연구원과 일부 민간기업이다. 단지 ‘식수원과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자원’이란 명분하에 해수부가 이들이 추진해온 해양심층수 개발을 포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해수부는 ‘05년까지 민간자본을 포함한 500억원을 들여 동해 고성 앞 바다에 심층수 취수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미 60억 정도의 예산을 투입한 상태이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도에 취수관을 설치하여 본격적인 설비마련에 들어가며, 늦어도 '05년말까지 상품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속초의 해양심층수의 한 관련업체는 얼마전 모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며 가속화된 ‘상품화 전쟁’의 뇌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 업체는 품목신고만을 허가받았을 뿐 아직까지 검사증빙서류를 속초시 측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빠르면 1∼2년 이내에 실현될 ‘국산 심층수’에 누가 먼저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냐를 두고 업체와 해수부측이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사안은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음료시장을 점유한 대기업으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혀 심층수 시장의 잠재력과 시장성에 대한 중견 음료업계의 관심도 수준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선진국의 경우, 해양심층수에 대한 연구와 상품화가 나름대로 일정궤도에 올라 수산과 식품, 음료와 농업 및 화장품업계에까지 다양한 분야의 산업화에 이용되고 있다. 해외에서 해양심층수를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은 미국으로 그 역사가 30여년에 달한다. 차가운 기후에서 자라는 채소를 재배하기 위해 밭 밑에 파이프를 매설하고 그 안에 차가운 해양심층수를 통과시킨 것이 시초였다. 하와이주는 해양심층수로 연간 약 4천만달러의 실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본도 ‘85년 과학기술청 주관으로 연구를 시작해 ‘94년부터 고치현 무로토시에서 사업을 전개, 일본내에서 400여종의 심층수 관련상품으로 10조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해양심층수 개발은 이제 초기 단계를 갓 벗어난 걸음마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현재 불거져 있는 먹는샘물과 혼합성음료의 수질기준 논란을 환경부가 어떤 방향으로 개정 추진하느냐에 따라 심층수에 대한 관련업계의 행보가 도출될 것으로 점쳐진다.
심층수에 관해 현재의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검증되지 않은 채 유포되고 있는 효능부분이다. 공식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싸고 좋은물’이라는 인식만으로 허위효능이 유포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효능부문의 검증문제에 대한 판단을 소비자의 선택에만 떠넘기고 있는 환경부도 문제다. 조속히 식약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채널을 구축하여 자체적인 효능검증과 세계적인 기준 설정추세에 따른 적절한 복안을 제시,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환경부의 역할이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深層水’가 일부 특수층을 대상으로 한 ‘心層水’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해수부가 제시한 비전처럼 ‘고가의 대체자원’으로 승화될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단초가 될 것이다.
취재/이상복 기자
환경미디어는 향후 심층수와 관련한 국내 동향과 추이를 지속적으로 심층 보도할 예정이며, 환경부 수도관리과 (먹는샘물 담당) 강원우 주사를 통해 관련현안에 대한 분석자료와 동정을 독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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