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 흡수원’ 이탄지...심각한 위기상황

글. 김형균 한-인니 산림센터 이탄지복원 사업관리자
농업생산량 증대 위해 자본 투입, 인위적 농경지 만들어
한-인니 정부 협력 잠비주 이탄지 복원 본격 착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6-02 17: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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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균 한-인니 산림센터 이탄지복원 사업관리자

 

2019년 가족들과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잠시 거주하였다. 딸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얼마지 않아 연일 휴교령이 내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큰 산불로 인하여 건강에 해를 끼칠 만큼의 심각한 연무가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뒤덮는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산불인지 이해하기도 상상하기도 어려웠지만, 숨쉬기 곤란할 정도의 연무가 연일 이어져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년 후 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명이 떨어졌다. 산불로 훼손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주 이탄지를 복원하라.

 

▲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연무 <제공=김형균 한-인니 산림센터 이탄지복원 사업관리자>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이탄지와 이탄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하다. 하지만 석탄은 그리 생소한 단어가 아닐 것이다. 석탄은 지하에 매몰된 식물의 잔해가 오랜 기간 압력과 열을 받아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반면 이탄이란, 이러한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의 유기물을 말하며 이러한 유기물이 배수와 통기가 불량한 습지 등에 장기간 퇴적된 토지의 형태를 바로 이탄지라고 부르다.  

 

이러한 이탄지는 그 넓이가 비록 지구 지표의 약 3%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지구 토양 내 탄소의 약 30% 가량을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 모든 숲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량의 약 2배에 해당한다니 정말 엄청난 양이다. 또한 이탄지만의 독특한 환경으로 인하여 다양하고 특별한 동식물의 식생이 구성되어 있어서 그 환경적 보존 가치도 매우 높다 할 수 있겠다.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이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탄지 보유국중 하나이며 전 국토에 걸쳐 약 2천만ha의 이탄지가 분포되어 있고, 이 넓이는 한반도 전체의 면적(2.2천만ha)과 비슷한 넓이의 면적이다.


이러한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 이탄지가 최근 수난을 격고 있다.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해 이탄지를 활용하고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인위적으로 습지의 물을 배수하고 있으며, 더 효율적인 경작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미 건조화 된 이탄지에 방화를 하여 그 유기물들이 타면서 엄청난 양의 연무와 탄소가 배출된다. 이러한 활동들로 지구 온난화를 막아줄 '탄소 흡수원'인 이탄지를 태워버림과 동시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무로 인해 인근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으며 여러 국제선 항공기 운항에도 매우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2021년 3월 24일 잠비 이탄지 복원사업 현장 사무소 개소식 <제공=김형균 한-인니 산림센터 이탄지복원 사업관리자>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인 이슈에 양국간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적용하고자 2016년 5월 16일 양국 정상이 배석한 가운데 한국 산림청장과 인니 이탄지복원청장간의 한-인도네시아 이탄지복원 및 산불관리 MOU를 체결하였다. 이후 철저한 이탄지 복원과정 연구와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을 준비하여, 2020년 9월 양국간 협약서(Letter of Arrangment)를 서명하였으며, 2021년 3월 24일 잠비주 현장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장 사업에 착수 하였다. 산림청과 인니 환경산림부의 공동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잠비주 이탄지 복원사업은 산림청 산하 한-인니 산림센터(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에서 그 사업을 수행하며 앞으로 2년간 미화 3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진행된다.

 

▲ 잠비 이탄지 복원사업 현지언론 보도 내용 <제공=김형균 한-인니 산림센터 이탄지복원 사업관리자>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림훼손 지역 식생 복원사업을 넘어서 이탄지 근접마을 지역민들의 소득향상과 효과적으로 이탄지를 보호하기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그리고 소규모교육센터 건립을 통한 일반인 대상 이탄지 보호 및 활용 교육프로그램 등을 도입하여 보다 주민 참여적인 이탄지 복원과 보전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또한 단순히 한국의 자본과 기술만을 앞세워 추진하는 공적원조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및 대학과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협조 하에 사업을 설계하여 프로젝트의 효과성과 보편성을 높였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 화재로 훼손된 이탄지 복원 예정지역 현장조사 <제공=김형균 한-인니 산림센터 이탄지복원 사업관리자>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에 대하여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그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설명과 이해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동시에 이러한 이탄지 복원활동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작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려해 본 적이 거의 없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해외 이탄지 복원사업에 사업관리자로 임명되어 인도네시아 잠비로 파견되는 본인은 그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느낀다. 앞으로 2년간 최선을 다하여 성공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사업을 마감하고, 이를 모범적인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사례로 남기고자 한다. 그리하여 양국의 산림협력과 나아가 외교협력 분야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현장에서 우리 한-인니 산림센터 식구들과 함께 오늘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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