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강 하구둑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4-22 17:27:08
  • 글자크기
  • -
  • +
  • 인쇄

▲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에 이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진지 오래되었지만 금강하구는 매년 20만 마리가 넘는 철새들이 다녀가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하국둑으로 막혀 생태적 가치가 크게 축소된 이곳이지만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을 찾으며 무지한 우리에게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는 곳이다.


▲ 하국둑에 모감주나무군락이 이어지고 있다. <제공=이창석 교수>
어마어마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날카롭게 다듬은 돌들을 촘촘하게 쌓아 놓은 하구둑이기에 생태학자들의 긍정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 자연은 다시 선물 하나를 던져 주고 있다. 모감주나무군락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모감주나무 수백 그루가 생물들이 거의 살 것 같지 않은 금강 하구둑의 돌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관리자들에게는 성가신 존재였는지 계속 베어낸 흔적이 있다. 그러나 워낙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기에 그러한 과도한 간섭에도 견디며 수백 그루는 족히 될 정도로 가족을 이루어 놓고 있다. 덕분에 천연기념물 모감주군락을 더듬어본다.

 

‘천연기념물’이란 용어는 1800년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그의 남아메리카 여행을 기술한 《신대륙 열대 기행》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 말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용어로 정착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 농경시대와 달리 자연파괴가 심해지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이다. 즉, 자연파괴를 우려하여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연보호를 부르짖게 되면서부터이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자연의 상징으로서 향토애와 연결시킨 것은 프로이센이다. 1906년 발족한 ‘프로이센 천연기념물 보호관리 국립연구소’의 활동원칙 제2조에 의하면 “천연기념물이란 특색 있는 향토의 자연물로서 지역의 풍경, 지질, 동ㆍ식물 등이 본래의 장소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지정 및 보호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총독부가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호령’을 공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법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 공포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였다. 고유한 한국의 자연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기념물 성격의 자연물을 보전·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위원회에서는 1963년 728점의 지정문화재를 재분류 지정하면서 98점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현재 지정된 천연기념물은 456점에 이른다.

 

▲ 돌틈에 정착한 모감주나무 <제공=이창석 교수>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키 작은 나무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의 모감주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138호), 전라남도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소재 모감주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428호),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소재 모감주나무 군락(천연기념물371호) 등 일부 해안에 규모가 작은 군락으로 자생하고 있는데 희귀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 돌틈 여기저기에 자라고 있는 모감주나무 <제공=이창석 교수>

모감주나무의 꽃은 6월 말부터 8월까지 노란색의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여름 꽃으로 원추화서로 피며,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여 ‘황금비 나무(golden rain tre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세모꼴의 초롱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루비 빛으로 물드는 단풍도 화려하다. 모감주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의 공원수나 가로수로 인기가 높으며, 벌들이 꿀을 생산하기 위해 꿀을 채취하는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높다. 나무의 열매는 불교에서 염주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비누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천연비누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식물은 희귀종으로 앞서 언급한 세 지역과 일부 해변에 몇 그루씩 자생하고 있다. 내륙에서는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월악산 송계계곡, 대구시 동구 내곡동,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월전리 등에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감주나무를 처음 연구한 고 이영로 교수는 중국 원산의 모감주나무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파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후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통해 내륙에서도 대면적의 모감주나무군락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재고가 오래 전부터 요청되어 왔다. 그러나 해변에 성립한 모감주나무군락의 환경특성을 보면 이영로 교수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 하구둑으로 가두어진 물가에 성립한 모감주나무군락. 모감주나무군락이 주로 성립하는 해변이나 계류 변과 유사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제공=이창석 교수>

해변에서 그들이 숲을 이루는 장소를 보면 바닷물이나 모래 바람에 노출되어 그 영향을 빈번하게 입는 장소로서 식물이 살기에 안락한 장소는 못 된다. 종자를 많이 생산하고 그들의 산포기능도 뛰어나지만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뒤지는 이 식물은 이렇게 안락하지 못한 장소를 그들이 사는 장소로 선택하여 오늘날까지 도태되지 않고 살아 남았다. 따라서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왔다.

 

내륙에서는 계류 변을 그들이 사는 장소로 선택하여 물이 굽이치며 물가의 흙을 깎아 그것을 쌓아 놓으면 그곳에 종자를 묻어 싹을 틔워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이곳 역시 불안정한 장소이기는 매한가지다.

 

해변과 내륙의 모감주나무 생육지의 환경특성을 종합해보면, 이 식물은 자연이 유발하는 교란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스트레스 내성식물 (stress tolerant)로 판단된다. 경쟁력이 떨어져 다른 식물들이 정착할 정도로 안정된 환경에서는 그들과의 경쟁에 밀려 사라지지만 그들이 주로 자라고 있는 해변의 모래언덕과 같은 곳에는 주기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들이 해염은 물론 모래까지 날려 그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맨땅을 일구어내며 그들의 생육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내륙에서도 그들의 생육환경은 홍수 시 물 흐름이 이루어내는 모래와 자갈 무덤이 된다.

 

이처럼 우리들이 보기에 불안정한 환경이 그들의 본래 생육지이다. 그러나 국가의 천연기념물 관리방법을 보면 지나치게 감상에 젖어 울타리는 필수적으로 도입되고 이러한 식물의 속성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 자연을 자연상태에 맡겨두는 것도 관리의 한 방법이다. Let it be!

정말 어렵게 정착한 금강하구둑의 모감주나무군락이 자연의 과정에 맡겨지기를 고대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