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닷컴] 내 마음의 첫

글. 박미산 시인
사진. 김석종 작가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1-03 16:27:09
  • 글자크기
  • -
  • +
  • 인쇄

▲ 제공=김석종 사진작가

 

내 마음의 첫

-박정구

첫,
발음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첫사랑 때문일까
첫 상견례 때문일까
아니면 시집가는 딸아이 손을 잡고
첫발을 떼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첫 직장 첫 만남 첫 다짐……
맏이로 태어난 내게 첫, 이라는 의미는
끝의 반대가 아니라
시작과 연속이라는 중압감이었지만
첫, 이라는 격음 속에는
물오른 수컷의 향기가 나서 좋고
별리(別離)의 슬픔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 첫, 이라는 말에는 늘 설렘이 있고
떨림이 있다

-『오늘은 제가 그리움을 빌려야겠습니다』, 시인동네, 2001


첫, 이라는 말은 묘한 설렘과 떨림이 있다.
첫사랑, 첫 직장, 첫 아이, 첫 집,
개화를 앞두고 곧 터질 듯한 첫 꽃봉오리,
풀잎에 맺혀있는 첫 이슬,
잠에서 깨어나 비상하려는 새의 첫 날갯짓,
산등성이에서 떠오르는 오늘의 첫 태양,
첫 상견례,
시집가는 딸아이 손을 잡고 첫발을 떼던 순간,
새해가 되면 목표를 세워보는 첫 다짐,
그동안 나는 새해만 되면 얼마나 원대한 다짐을 펼쳤던가?
그런데 점차 줄어드는 포부 앞에서 작아지는 나 자신을 본다.
첫, 이라는 말속에는 물오른 수컷의 향기가 나서 좋고
별리(別離)의 슬픔이 있어서 좋다.
다시 새해가 왔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첫’이라는 말을 입속에서 되뇌어본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물오른 호랑이처럼 다시 포효하는 임인년 새해를 맞아
첫 다짐을 또 해야겠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