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정 채상장, 한국 전통 죽세공예품의 정수

채상은 평생친구이자 천직...부친 이어 전승
민경범 | valen99@hanmail.net | 입력 2015-04-24 15:21:37
  • 글자크기
  • -
  • +
  • 인쇄

 

전라남도 담양하면 사계절 푸른 대나무의 자태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관광명소이자 죽공예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죽제품 생산지이자 집산지인 담양에서 자란 사람들이 죽세공품 제작기술을 익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는 비출 수 없는 삶의 애환도 함께 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요무형문화제 제53호인 채상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최근 들어 ‘채상’이 뛰어난 예술성과 견고함을 바탕으로 명품 살림살이의 하나로 인기를 끌면서 전통의 맥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채상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채상을 통해 전통공예의 맥을 잇고 제2대 장인인 서한규 선생의 뒤를 이어 기능보유자로 인정된 서신정 장인이 채상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후진 없는 전진만을 추구하며 홍보와 연구에 매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비단처럼 고운 대나무 상자 ‘채상’
채상은 죽세공품의 일종으로 ‘색이 있는 상자’ 또는 ‘비단처럼 고운 대나무 상자’라는 뜻으로 채상장은 이러한 기능을 가진 장인을 말한다.


채상은 대나무를 종잇장처럼 얇고 가늘게 쪼개서 꽃자주, 노랑, 녹색 등으로 염색하고 아름다운 무늬로 배합하여 만든 상자로 염색을 한 대오리로 짠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 여러가지 문양을 새겨넣은 부채
“죽세공예품 중에서 가장 정교한 세공을 요하는 것이 채상이다. 채상은 대를 가늘게 오린 대오리에 색색의 물을 들여 세올뜨기로 여러 가지 무늬를 수놓 듯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죽세공예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며 “채상장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천직”이라고 소개하는 제3대 보유자로 인정된 서신정(56세, 여) 장인. 서 장인은 제2대 서한규 명예보유자의 제자이자 딸로 다양한 작품 제작과 전승 활동으로 그리고 평생의 친구가 되어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 서신정 장인이 작업하는 모습과 채상전수전시관 내부 모습

 

 

 

사대부는 혼숫감, 궁중에서는 봉물을 담는데 사용
“채상은 고대 이래로 궁중과 사대부의 여성이 즐겨 사용하던 공예품의 하나로 통풍이 잘되고 습기나 곰팡이가 생기지 않아 오래 담아 두어도 냄새가 배이지 않는 특성으로 처녀들이 시집갈 때 혼숫감을 담거나 여인들의 반지그릇, 보석함, 옷 등을 담아 두는 용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옛 선비들이 궁중 야근을 할 때 입을 옷을 담아가기도 하고, 임금님이 승하했을 때 봉물을 담아 보내는 데에 사용했는데 좋은 채상을 진상한 댓가로 나라에서 참봉, 봉사 등의 벼슬까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장인은 말한다.


전통문화 계승에도 부전여전은 부정할 수 없는 듯 하다. 좋은 채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 좋은 왕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겉대와 속대를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장인도 서한규 선생과 마찬가지로 죽전(竹田)에서 대를 구입하지 않고, 담양의 황토밭에서 자란 3~4년생 겨울 대나무를 엄선해 재료로 사용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나무는 수분이 적어 병균이 없고 단단하다.


채상은 수행하는 마음과 정성으로 탄생한 결과물
“채상은 겉 상자와 속 상자의 2중 구조로 되어 있다. 비단처럼 화려하게 절어내는 것이 겉 상자인 반면, 짱짱하게 지탱해 주는 것이 속상자의 미덕”이라고 서 장인은 말한다.


“채상 한 벌을 만들자면 열세 번의 과정, 수만 번의 손질이 가지요. 대나무를 종이처럼 가늘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색을 입힌 대오리로 수십 종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과정은 스님들의 수행만큼은 아니겠지만 수행하는 마음과 정성으로 작품에 임한다”고 서 장인은 말한다.


서 장인의 채상은 치자· 쪽· 잇꽃 ·갈매 등으로 천연염색을 한다. 1대에 이어 2대인 아버지 까지는 화학염색을 했지만, 2000년대부터는 섬유시장에서 자연염색이 대중화 되면서 지금은 90%이상 천연염색을 한다. 채상 짜기에 사용되는 문양 또한 태극문양, 만자(卍字)문, 격자(格子)문 등 기하학적인 모양과 수(壽), 복(福) 등이 있지만, 지금은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50여종류의 문양을 만들어 채상의 아름다움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채상장은 3대, 혈연으로는 2대째 계승, 가업으로 이어지길 희망
서 장인은 “문화재청과 담양군의 지원으로 지어진 채상전수관에서 채상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군에서 전기세 정도로 약 500여만원이 지원되고 있지만, 고가인 채상을 판매해서 운영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으로 관광상품을 판매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채상은 1970년대 플라스틱 제품의 범람으로 죽제품과 더불어 그 수요가 줄면서 종사자가 단1호에 불과하자 정부가 그 기술이 단절될 위기를 극복하고자 1975년 중요무형문화제 제53호로 지정하고, 김동련 선생을 초대 기능보유자로 인정하고, 2대에는 1987년 서한규 선생이 그 맥을 이어받고 3대로는 2012년에 서신정 장인이 보유자로 인정되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채상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채상장으로는 3대째이고 혈연관계로는 부친에 이어 2대째 이어 오고 있는 채상은 150여년이란 역사를 가슴에 않고 전수자인 남편과 그리고 아직 3대째 이어지는 가업으로의 계승을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신중한 판단을 기다리는 아들이 있기에 서 장인의 내일은 밝다. 

[환경미디어 민경범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