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COVID 팬데믹 하에서의 통합 물관리 과제와 시민체감형 수도정책

글.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1-05 1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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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인류 수명연장에 기여한 모래여과기술
1892년 가을, 아름다운 독일 엘베강(Elba)을 사이에 두고 있던 두 도시, 함부르크(Hamburg)와 알토나(Altona)의 시민들 간에 희비와 긴장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독일 산업발전이 한참 진행되던 중 갑자기 함부르크시에서는 콜레라 환자가 속출하여 그들 중에 상당수가 역병으로 사망하였는데, 이상하게도 건너편 알토나 시에서는 이러한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도시 사람들은 모두 엘베강 물을 원수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오직 함부르크 시민들만이 전염병에 걸린 것이다(아래 그림).

 

▲ 1892년 당시 독일콜레라 Outbreak (Cornell Univ.)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함부르크시에는 강물을 아무런 처리 없이 직접 공급하였고, 알토나 시민들에게는 여과시설에 거쳐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알토나 시민들이 사용하던 식수와 함부르크시의 식수를 비교연구하면서, 콜레라의 원인이 세균감염임을 알게 되었고, 이후부터 유럽 각국에서 수돗물의 세균감염 방지를 위한 모래여과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모래여과기술의 탄생 story이며, 이렇게 탄생한 여과기술은 인류 수명연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수도 보급으로 30년 수명 증가
1900년대 초까지도 영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전염병 등으로 인하여 불과 47세였고, 177년전인 1841년 영국 리버풀과 맨체스터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26세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인성 질병에 의한 수명 단축은 당시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영국 신문 『더 타임즈(The Times)』는 20세기 들어 인류의 수명이 약 35년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30년은 깨끗한 상수도 보급 덕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공학 한림원(National Academy Engineering) 또한 20세기에 이룩한 인류 최고 업적의 하나로 ‘상·하수도’를 들은 바 있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미국인 평균수명도 1900년대 47세였지만, 2000년대에는 77세로 늘어났다. 물론 의술의 발전도 기여하였으나, 무엇보다 위생적인 수돗물의 보급이 인간의 수명을 약 30여 년 증가시킨 주요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1908년 당시 서울 뚝도정수장에 근대 여과기법이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서울시민 평균수명은 당시 45세에서, 2020년에는 83.5세로 증가하였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코로나19 

▲ 제3차세계대전(세균전)

2020년은 마치 1892년 콜레라 창궐 직전 유럽발전의 상황과 같이, IT기반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생명공학 기술 덕분으로 인한 인간의 수명연장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하여 인류문명은 갑자기 멈추게 되었고, 인간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던 인류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과거 40세 수명으로의 회기를 경고해 주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는 이미 작년 12월 말 8000만 명을 감염시켰으며, 과거 2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미군병사 수인 약 40만 명의 무려 4배를 넘는 176만 명의 새로운 사망자를 기록한 채, 마땅한 치료제 하나 없이, 속수무책인 인류를 생물학 전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전쟁이다. 총과 칼을 들지 않았을 뿐, 결국 인류는 지금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의 발발원인에 대하여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며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규명된 것이 없다. 그러나 2003년 SARs와 2012년 MERs, 조류인플루엔자, 돼지열병 등과 같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물바이러스의 맥락에서 생각해볼 때,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불균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최근 각국이 앞다투어 탄소중립을 표방하면서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후변화정책을 실천하는 것만 보더라도 모두가 그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고자 최근 ‘그린뉴딜’과 ‘2050탄소넷제로’와 같은 적극적인 저탄소 정책추진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상황을 오히려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의 변화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수도 분야에서도 2019년 인천 적수사태로 ICT시스템에 1.37조가 투입되어 상수도 분야를 자동화시키는 ‘스마트 지방상수도’를 진행 중이다. 주로 재염소설비와 정밀여과장치를 ICT 기반으로 운영하거나, 자동수질측정, 자동드레인, 관세척 및 스마트미터시설 구축 등과 같은 자동관리 시스템에 지원되고 있다.

새로운 법과 제도 정비로 세수확보를
사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몰아닥친 물 분야에서의 큰 충격은 ‘물관리일원화’에 따른 변화였다. 2019년 6월 법안의 시행으로 물관리일원화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과거 30년 동안 약 4조 원 이상의 지방상수도 관련 손실이 수자원과 수질 분야의 이원화로 발생되었고, 이로 인한 관련 정책의 비효율성, 예산편성의 부적정성 등과 같은 수많은 문제가 상존했었다. 물과 관련된 일을 하려면 항상 국토부와 환경부의 업역 갈등 속에서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 통합물관리의 시행으로 환경부의 일원화된 창구에서 통합적으로 진행하게 되어 물 분야의 신기원이 이룩된 셈이다.  

 

아직 국토부에 존치된 하천법 관련 분야도 조속한 시일 내에 환경부로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물관리의 총론이 국가물관리 기본계획과 유역물관리 기본계획의 수립이라면, 각론은 7개 부처에 걸쳐 존재하고 있는 약 97종류의 물 관련 법정계획에 대한 통합과 역할재조정이다.

 

▲ 물관련 법정계획 조정안(KEI, 2020)


통합물관리가 7개 부처의 업무에 실타래같이 얽혀 있는 물관련 업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와 더불어 업무조정이 요구된다. 예산과 업무조정은 기존 조직에 강한 저항이 예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수확보를 위한 새로운 법과 제도를 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농업용수의 경우 물사용량이 전체 용수 사용량의 50%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농업용수비용을 통해 새로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사실 농업용수에는 기존에 요금을 부과하지 못했던 구조적인 문제와 농업용수 수리권에 따른 법적문제가 내재해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통합물관리시대이므로 대승적 차원에서 물전문가와 농민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국가적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 국민이 답한 10년 후의 물관리 미래상 설문결과(KEI, 2020)


국민이 안전한 수돗물 체감하게
이러한 통합물관리의 변화 가운데서 수돗물의 위기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국민이 물관리 분야에서 피부로 체감하는 분야는 수돗물 분야이다. 이것은 지난 환경부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우리나라 물관리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일반 국민 3000명에게 물관리 기본방향에 관한 설문조사(KEI, 2020)를 실시했던 자료를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 전국상수도 인력 현황의 변화(서울시 보고서, 2020)

 

‘향후 10년 후 바라는 물관리 미래상’이라는 질문에는 ‘깨끗한 수돗물을 충분히 공급받는 것’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더라도 국민이 안전한 수돗물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2019년 인천 적수사태와 2020년 인천유충사태로 연속해서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최근 일련의 수돗물 위기의 원인이 다양하지만, 그중에 우리가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상수도 분야 전문인력의 감소문제가 있다. 

국내 상수도 분야 직원 수는 그림 5와 같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상수도의 경우, 2017년 총직원 수가 2002년 14,925명에서, 11,231명으로 약 75.2%로 감소하였으며, 행정직 직원 수는 1,774명에서 2,173명으로 증가하였으나 기술직은 9.536명에서 6,394명으로 67.1%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ICT를 이용한 Smart 시스템으로 가면서 자칫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은 자동화에 따른 전문인력의 감소이다. 단순한 작업은 무인화가 가능하지만, 매우 전문적이면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은 전문가가 더욱 필요하다.


이처럼 국민은 더욱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원하고 있으며, 실제 국내 수돗물 맛은 세계 7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낮아지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전문가와 소비자(일반시민)의 직접 음용률은 무려 30%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그림 6참조). 즉, 상수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물전문가 집단은 33.6%가 수돗물 직접음용을 하지만, 반면 소비자들은 단지 2.1%만이 직접음용을 하고 있다. 정수기 사용률도 물전문가는 15%인 반면 소비자는 46.9%에 다다른 것을 보면 분명히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서로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앞으로 수돗물 공급자는 Top down 방식의 수돗물 시설 인프라개선에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Bottom up 방식의 수돗물의 개념으로 시설개선과 시민교육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계속해서 수돗물을 외면할 것이다.

2021년 코로나 종식과 통합물관리 정착
19세기 콜레라 역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뒤, 이러한 여과필터의 적용으로 다시는 콜레라가 창궐하지 못하였으며, 정수처리라는 과학기술의 토대 위에 인류는 오늘날과 같은 과학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고, 20세기 우주개척을 가능케 하는 엄청난 과학기술을 지니게 되었다. 2021년을 시작하면서 비록 코로나 역병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는 있으나, 1982년 콜레라를 극복하고 인간수명을 2배로 연장했던 인류의 지혜로 분명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할 것을 믿으며, 이와 동시에 2021년에는 통합물관리 정착과 더불어 시민참여형 수돗물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는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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