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디어=김한결 기자] 2030년 전국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전면 시행을 앞두고 폐기물 처리체계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폐기물 처리 인프라만으로는 직매립 금지 이후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공공소각시설 확충과 함께 지자체 간 처리시설 공동 활용, 민간소각시설 활용, 재활용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각시설을 새로 짓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시설 확충이 완료되기 전까지 발생할 처리 공백에 대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전국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직매립금지 폐기물 적정처리 방안 마련 설명회’가 지난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설명회에는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직매립금지에 따른 처리방법과 절차, 공공·민간 처리시설 활용방안, 지자체 간 상생모델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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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홍경률 경기 군포시 위생자원과 주무관, 손기옥 경기 광명시 자원정책팀장, 최진규 한국폐기물재활용업협회 사무처장, 강준구 전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정책과장, 조동두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장미수 충북 청주시 폐기물지도팀장, 장기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전무. |
2030년 전까지 지역별 처리능력부터 진단해야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강준구 전 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과장은 ‘2030년 전국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에 따른 안정적 이행 방안’을 주제로 직매립금지 시대에 필요한 폐기물 처리체계의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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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준구 전 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과장 |
핵심은 단순히 소각시설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생활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과 공공소각시설의 처리능력, 가동률, 정기보수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실제 처리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진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직매립이 가능했던 시기에는 처리시설이 부족하더라도 매립이라는 최종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직매립이 제한되면 소각시설의 가동 중단이나 처리능력 부족이 곧바로 폐기물 처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공소각시설은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불가피하다.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기간뿐 아니라 보수기간에 발생하는 폐기물까지 고려한 ‘상시 처리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전 과장은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확대, 지역 맞춤형 처리시설 조기 확충과 함께 공공소각시설의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민간소각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도자료 역시 강 전 과장이 필요할 경우 공공소각시설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소각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결국 직매립금지에 대한 대응은 하나의 시설이나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 처리망을 기본으로 하되 다른 지자체와 민간시설을 연결하는 다층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광명·군포, ‘시설 신설’ 대신 기존 소각장 공유
두 번째 발제에서는 실제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처리 공백을 줄이고 있는 광명시와 군포시 사례가 소개됐다.
손기옥 경기도 광명시 자원정책팀장과 홍경률 경기도 군포시 위생자원과 주무관은 ‘직매립금지 폐기물 교차소각을 통한 상생모델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광명시와 군포시는 지자체가 보유한 소각시설의 여유 처리용량을 서로 활용하는 교차소각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한 지자체가 소각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의 여유용량을 인접 지자체와 공유해 처리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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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명시와 군포시의 데이터를 통해 보는 교차소각 성과 |
실제 양 지자체의 교차소각 사례에서는 군포시가 광명시로 728톤을 보내고, 광명시가 군포시로 304톤을 보내는 방식으로 총 1,032톤의 폐기물을 교차 처리하는 모델이 추진됐다.
보도자료는 이 같은 교차소각의 효과로 공공예산 절감, 365일 공공처리망 확보, 광역적인 발생지 처리 원칙 구현 및 온실가스 감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 모델은 직매립금지 이후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처리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지자체의 소각시설이 정기보수에 들어가거나 일시적으로 처리능력이 떨어질 경우 다른 지자체의 여유용량을 활용할 수 있다면 민간시설 의존도를 낮추면서 공공 처리체계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각시설이 몇 개 있는가’보다 현재 있는 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지적이다.
민간소각시설, ‘공공 부족분’ 메우는 보완망으로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기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전무는 ‘공공시설 부족에 따른 민간 소각시설 활용 실태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민간소각시설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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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전무 |
직매립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공소각시설을 단기간에 대폭 확충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민간 처리시설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공소각시설은 입지 선정부터 주민 수용성 확보, 행정절차, 환경영향 검토, 건설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사업기간 단축과 행정절차 간소화, 재정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갈등과 환경영향 논란 등으로 단기간 내 시설을 신·증설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설명회의 문제의식이다.
장 전무는 민간소각업계가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준공영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처리비 인상폭 제한과 중·장기 계약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30년 직매립금지 전면 시행을 앞두고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폐기물 처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민간시설 활용이 공공시설 확충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민간소각시설은 공공 처리기반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발생하는 처리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공 처리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외 처리’ 확대가 또 다른 지역갈등으로
직매립금지의 또 다른 쟁점은 폐기물의 관외 처리다.
처리시설이 부족한 지자체가 다른 지역의 소각시설이나 민간 처리시설에 폐기물을 보내는 방식은 당장의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폐기물이 유입되는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과 지역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충북 청주시의 경우 수도권 직매립금지 이후 관외에서 유입되는 소각 물량이 증가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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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시 공공 폐기물 처리시설 현황 |
장미수 청주시 폐기물지도팀장은 관외 처리가 가능하다는 명분이 오히려 지자체의 자체 공공시설 설치 의지를 약화시키고 관외 민간위탁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발생지 처리 원칙 준수, 폐기물 감량·재활용 촉진,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지역 지원 확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는 직매립금지 정책이 단순한 폐기물 처리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간 형평성과 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각 이전에 ‘감량·재활용’부터
이번 설명회에서는 소각시설을 늘리는 것 외에도 생활폐기물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회수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폐기물재활용업협회 최진규 사무처장은 종량제 봉투 안에도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민간 재활용업체를 활용할 경우 지자체의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별·파쇄·분쇄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의 대체연료나 SRF(고형연료) 등으로 자원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직매립금지에 따른 처리대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하게 한다.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자원으로 회수한 뒤, 재활용이 어려운 잔재물에 대해서만 소각 등 에너지회수 방식을 적용해야 처리시설 부족 문제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30년, ‘소각장 숫자’ 아닌 ‘처리체계 연결’이 관건
이번 설명회에서 제시된 대안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공공 처리기반 확충이다.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능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둘째는 지자체 간 처리시설 공동 활용이다. 광명·군포의 교차소각 사례처럼 기존 공공시설의 여유용량을 서로 공유해 시설 이용 효율을 높이고 처리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민간 처리시설의 보완적 활용이다. 공공시설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까지 민간소각 및 재활용시설을 활용해 처리 공백을 메우되, 민간 의존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공공 처리기반 확충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결국 직매립금지 시대의 핵심은 단순히 ‘소각장을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다. 발생량을 얼마나 줄이고, 재활용량을 얼마나 늘리며, 남은 폐기물을 어느 시설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 단위의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조재구 대표회장 역시 직매립금지는 기초지방정부가 직접 직면한 문제라며 처리시설 확보, 재정 부담, 주민 수용성 확보 등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김형순 이사장도 민간소각업계를 공공인프라 확충 전까지 생활폐기물 처리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보완수단으로 평가하면서, 직매립금지의 충격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공공 처리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30년 전국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제한적이다. 이제 지자체별로 필요한 것은 시설 확충 계획만이 아니라 발생량·처리능력·여유용량·정기보수 일정·관외 처리 가능 여부 등을 종합한 실질적인 처리 로드맵이다.
직매립이라는 최종 처분 수단이 사라지는 만큼, 공공시설 하나에 의존하는 방식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공공시설을 기본축으로 지자체 간 교차처리와 민간시설 활용, 재활용 확대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직매립금지 이후 폐기물 대란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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