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태계 교란 생물 중 하나로 지정된 환삼덩굴의 항변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5-25 11: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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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2019년 환경부는 환삼덩굴을 생태계 교란 생물 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환삼덩굴은 정말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일까? 아니면 교란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식물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생태계는 무엇이고 교란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생태계는 어떤 장소에 어울려 사는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이 어울려 이루어 낸 생물집단과 그들이 사는 서식처가 조합된 환경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근래 혹자는 비오톱(biotop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새로운 개념인 듯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독일어권에서 사용하는 생태계와 같은 개념이다.
교란은 이러한 생태계, 여러 종의 생물이 조합된 군집 또는 한 종의 생물이 이룬 집합체인 개체군의 구조를 파괴하고 그 환경을 변화시키는 사건,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 일상적인 변동 범위를 벗어나게 하는 것 등으로 정의된다. 교란은 그 유발 요인에 따라 자연적 교란과 인위적 교란으로 대별된다. 인위적 교란은 인간의 목적을 위한 벌목과 같은 것이고, 자연적 교란은 바람 (태풍, 폭풍, 선풍 등), 화재, 홍수, 가뭄, 화산폭발 등과 같은 물리적인 것과 병충해의 피해, 초식동물에 의한 피식, 굴을 파는 동물에 의한 피해 등 생물적인 것이 있다. 식물이 직접 교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앞서 언급한 다른 요인이 교란을 유발했을 때 그러한 장소를 선호하는 식물들이 그러한 장소에서 자주 발견돼 생태계 교란 식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덩굴식물들이 주로 해당되고 환삼덩굴이 그러한 부류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타감작용 (allelopathy)을 일으키는 식물이 그러한 오해를 받아 심지어 저해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촉진모델, 내성모델, 자연선택모델과 함께 천이 모델의 한 축을 이룬 경우도 있었지만 자연선택모델과 저해모델은 제한적이어서 일반론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릇된 정보로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된 환삼덩굴은 억울한 점이 있을 듯싶다. 무엇보다도 그릇된 정보로 그 식물을 잘못 관리해 오히려 생태계 훼손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필자는 환삼덩굴 바로보기 차원에서 그 식물의 생태적 속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 하천은 본래 수로가 중심이 된 수역과 수변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수변구역은 홍수의 강도와 빈도에 반응해 나지, 일년생식물구역, 다년생식물구역, 작은 키 식물 구역 그리고 큰 키 식물구역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하천을 인위적으로 관리해 하천의 단면이 수로, 고수부지 및 제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하천이지만 육상식물이 다수 침입해 있고 외래식물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인간의 간섭만 없으면 자연이 제 역할을 하며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제방 상에 보이는 찔레꽃처럼 말이다. <사진=이창석 교수>

 

환삼덩굴은 삼과에 속하는 일년생 덩굴식물이다. 대부분의 덩굴식물이 그렇듯이 환삼덩굴은 빛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따라서 교란으로 틈이 발생한 곳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장마철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식물이다. 또 하천에 가까운 장소로서 우리 인간의 간섭으로 맨땅을 드러내 놓으면 이곳에도 거의 단골로 등장하고, 농경 폐기물을 버린 쓰레기 더미에도 자주 등장한다.  

 

▲ 환삼덩굴이 제방으로 침입한 아까시나무를 피압해 고사시키고 있다. 그 공간을 이러한 장소를 생육지로 삼은 찔레꽃과 조팝나무가 채워가고 있다. 환삼덩굴이 외래식물 아까시나무를 제거해 자연천이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제방 상의 아까시나무는 주변 산지의 아까시나무 조림지로부터 확산된 것이다. <사진=이창석 교수>


이렇듯 환삼덩굴은 홍수로 인해 교란된 하천의 범람원에 들어와 교란된 강변 생태계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른 식물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전형적인 천이 초기 식물이다(사진 참고). 그러나 홍수 외에 다른 교란이 지속해서 발생하면 환삼덩굴은 그곳에 계속 머물며 그 생태계가 더 망가지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장을 방문해보면 우리는 이처럼 환삼덩굴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이 아니라 교란된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식물 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환삼덩굴이 아까시나무를 피압해 제거한 장소를 차지해가는 찔레꽃. <사진=이창석 교수>

 

▲ 환삼덩굴이 아까시나무를 피압해 제거한 장소를 차지해가는 찔레꽃. <사진=이창석 교수>

 

자연을 이루는 기본단위로서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 소임을 충실히 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 역할을 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는 우리의 환경을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체계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환경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떤 지역 또는 장소에서 환삼덩굴이 과도하게 번성한다는 것은 환삼덩굴이 그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환경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더 망가질 우려가 있으니 그들이 나서 그것을 막아주고자 번성하는 것이다. 환삼덩굴 같은 일년생식물은 수명이 짧다. 따라서 그들이 침입한다고 해도 그 환경이 제대로 된 체계만 유지하고 있다면 그보다 수명이 길고 경쟁력이 있는 다른 식물에 밀려 곧 그 장소를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식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잘못 인식해 그들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면서 그 장소를 계속 교란하면 그 식물은 그 장소에 더 오래 머물며 우리를 성가시게 할 것이다. 나아가 그보다 더 공격적이며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식물들로 그들과 유사한 장소에 자라는 외래식물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이 침입해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인간에게도 더 큰 피해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 환삼덩굴이 아까시나무를 피압해 제거한 장소를 차지해가는 찔레꽃과 조팝나무.<사진=이창석 교수>


우리는 이미 이런 경험을 한 바 있다. 아까시나무를 통해서다. 과거 과도한 이용으로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도입된 아까시나무 조림지는 조림 후 더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이루는 숲으로 자연 천이가 된다. 대체로 50년 이내에 그러한 천이가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숲을 빨리 바꾸어 보려고 서두른 적이 있다. 그런 사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주변의 아까시나무 숲은 이미 우리나라 고유의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지만 현명하지 못한 인간의 간섭을 받은 아까시나무 숲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가중나무, 서양등골나무, 미국자리공 등까지 번성하며 그 자리를 외래종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은 생태학자들에 의해 1세기 이상의 천이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자연의 과정에 맡기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다. 차선책은 자연의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바탕을 둔 관리가 돼야 한다. 그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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