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있는 어류 모두 잡아봤지요
‘4대강 비극’ 물고기들 사라져 가슴아파
“2010년 12월 18일 추운 겨울날, 남한강에서 어류 채집활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근 공사장의 인부 7~8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뛰어오는 거예요. ‘저 놈, 빨갱이 잡아라’고 소리치며 달려드는데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아 다 버리고 도망 온 적이 있어요.”
그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가 바로 민물고기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나이는 어리지만 물고기 선생님이나 박사로 통하는 성무성군(23, 서원대학교 환경공학과 2학년)이다.
처음 통화할 때 성군은 주위 사람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라며 아픈 신상을 얘기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가 안 들렸어요. 세포가 아예 없었고 여섯 살 때까지 말을 전혀 못했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류도감 보고 박사님 찾아가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이때부터 언어치료를 집중적으로 시키면서 조금씩 말을 하기에 이르렀고, 자기도 노력을 많이 해 지금은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성군은 어렸을 때부터 유독 그를 귀여워하시던 할아버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민물고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는 가까운 냇가에 데리고 나가 민물고기를 몇 마리씩 잡아주시며 사투리를 가르쳐 주시곤 하셨다.
그러던 그가 물고기에 본격적으로 미치게(?) 된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라고 한다.
“그 때가 2006년이었는데 어느 날 서점에서 어류도감을 보게 됐어요. 너무 신기했고 더 많이 알고 싶어 물고기로 유명하신 박사님께 전화해서 당장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죠. 하하.”
성군은 아빠와 함께 박사님을 만나 궁금했던 이것저것을 여쭤보면서 자기도 우리나라 민물어류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꾸구리 집단 서식지 발견
그 교수님은 당시 “어려서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물고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하셨는데 지금은 물고기에 대한 열정이 많은 학생이라고 자랑까지 한다.
성군은 4대강 사업 이후 집 근처 남한강 수계인 섬강에서 살다시피 했다. 수십 종의 어류를 채집, 표본화했고 멸종위기 2급 어종인 꾸구리의 집단 서식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2009년부터 2년을 넘게 경기도 여주를 기점으로 강원도 원주, 횡성, 홍천까지 탐사 구역을 넓혀 꾸구리 채집과 탐구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제57회 전국과학박람회에서 ‘섬강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 집단 서식지 환경 특성에 관한 탐구’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기자에게 보여준 당시의 37쪽짜리 탐구논문은 고교 1년생이 작성한 것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 있고 완벽한 것이었다.
“중-고교 때 물고기에 빠져 공부는 잘하지 못 했어요. 하지만 지금 민물고기 잡아 이름 알아맞히기 하라면 전국서 1등일 겁니다.”
성군에게 몇 종류의 물고기를 잡아봤느냐고 물어보자 “남한에 있는 물고기는 다 잡아봤어요. 현재 북한을 포함해 210여 종이 살고 있는데 140종 정도는 채집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대학을 생물학과에 가야 했었는데 자신의 부족으로 환경공학과로 간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그는 꾸구리를 예로 들며 2013년 이후로 멸종-희귀어종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완벽한 채집일지 4권… 장차 어류생태학자가 꿈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고 할까요. 4대강 개발 이후 강바닥 변화와 수질의 악화로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여건이 안 좋아졌다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성군은 환경단체나 학계 등에선 물고기 보호 전도사로도 통한다. 그는 여전히 시간 날 때마다 강이나 냇가서 채집중이며 모든 것을 치밀하게 기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보여준 4권의 채집일지는 가히 혀를 끌끌 차게 하고도 남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4대강에 대한 것 자체가 사회 한편에선 자기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영 불편하다. 6년 전 쯤 한 모임에서 꾸구리 살려야 한다고, 4대강 개발 멈춰야 한다고 외쳤더니 무슨 반국가단체 회원으로 매도한다며, 4대강을 정치적인 성향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과거 민물고기 동호회에 활동했던 당시 회원들이 제대로 기르지도 못하면서 멸종위기 종이나 희귀어류를 개인의 욕심을 위해 기르는 모습과 일부는 멸종위기 종임을 뻔히 알면서 육식성 어류의 먹이로 주는 모습을 보고 동호회 내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사실에 대한 축소 은폐 뿐만아니라 성군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세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동호회는 떠났지만 이 일을 겪은 후 민물고기에 대한 존재를 알릴 때 물고기는 먹거리나 도구 및 장식용이 아니라 존중받고 함께 공존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힌다.
성군은 기자와 처음 만나 2시간이 넘도록 열변을 토했는데도 그는 오늘 밤새껏 얘기하자며 지칠 줄을 몰랐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꾸 자기보고 선생님, 박사님 하는데 제일 듣기 거북하고 경계하는 말이라며,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어류를 보호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일 뿐이며 장차 어류생태학자가 꿈이라고 했다.
취재 중에도 여기저기서 물고기에 대해 알아보려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하는 말 “참, 고향이 청주라고 하셨죠. 요즘 무심천 물이 많이 좋아졌는데 저랑 언제 물고기 채집 한번 하시죠.”
올해 안에 민물고기 박사와 무심천에서 족대 한번 잡게 생겼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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