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피티, 누전이 되어도 전기가 들어온다?...놀라운 ELPD(전기누설차폐) 기술

기업탐방, ㈜티피티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5-11 11:05:55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강유진 기자]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발표한 ‘감전재해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약 500명가량 감전으로 인한 사망과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1. 대형 파이프 연결부 용접 작업자. 파이프 내부로 진입하여 용접면 사상 작업을 하던 중 핸드그라인더 전원선의 피복 파손부에 접촉해 감전으로 사망.

사례2. 전기실 고압 배전반에서 전력설비 부분방전 감시장치 설치 작업 중 충전부인 변압기 단자대에 신체 일부가 감전되어 사망.
 

▲ 감전재해조사 <사진제공=한국전기안전공사>

 

누전차단기의 딜레마

전기는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기 때문에 산업현장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도 전자파나 미세한 전기누설이 있다. 이러한 전기 누설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누전차단기다.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 내부에서 누전이 발생했을 때 감전을 막기 위해 전기의 흐름을 차단시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누전차단기로 인해 감전사고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때로는 더 큰 재앙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보자.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에는 수많은 냉장·냉동식품이 있고 이를 적정 온도로 보관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 만약 편의점 냉장고에 누전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차단기는 전기 공급을 끊어버릴 것이다. 1차적으로 전기 감전사고는 막았다. 하지만 식품의 손상과 이를 제때에 파악하지 못 하고 판매한 제품을 섭취한 고객들의 피해는 막대하다.  

 

최근까지 이 딜레마를 해결할 기술은 없었다. 누전을 막느냐, 2차 피해를 막느냐. 이 갈림길에서 항상 누전을 막는 것을 선택해 온 것이다.

에너지보존법칙 안에서 새로운 답 찾다
2012년,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전기누설차폐 기술이 등장했다. (주)TPT글로벌의 안춘훈 대표가 특허 등록한 ‘ELPD’가 그 주인공이다.

 

전기 누설이 발생할 때 차단을 시켜 감전 위험을 막고 동시에 전기를 흐르게 해 2차 피해도 막는 기술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안 대표는 “연구 개발 할 당시, 학자들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에선 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학자들은 옴의 법칙의 하나를 없앴다고 불가능하다고 했다. ELPD는 옴의 법칙을 어긴 게 아니고 차폐를 한 것이다. 전류·전자파·자계가 흐른다. 하지만 차폐를 시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 하게 한 것이다” 

▲ TPT 제품 <사진제공=TPT>

 

안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누전을 막으려다 더 큰 2차 피해를 가져온 사례로 꼽는다.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건물이 붕괴되자 원전으로 물이 스며들어 갔다. 자연히 누전차단기가 작동해 원전 냉각펌프 모터를 중지시켰다. 냉각기가 정지되자 과열로 인해 원전이 폭파된 것이다. “원전 펌프에 ELPD 기술이 있었다면 냉각수는 계속 돌아갔을 것이고 원전이 터지는 일은 막았을 것이다.” 

 

ELPD 기술은 2013년 발명특허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 앞에서 설명을 하는데 열두 명 심사위원 중에 이 기술을 이해하는 분이 두 분 밖에 없었다. 특히 위원장님이 엄청난 기술 개발을 했다며 에너지 보존 법칙에 맞는 거라고 평가했다.”  

 

ELPD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지중 케이블에 사용되면 전기 누설로 인한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고압전선의 전주와 변압기의 경우도 전자파가 많이 발생하는데 ELPD를 설치하면 전자파를 막을 수 있다. 가로등의 경우 등주 안에 전기가 새어나와 감전 위험이 있는데 침수가 되어도 가로등의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ELPD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의 고압 베터리도 물속에 빠지면 전기가 차단되는데 ELPD 기술을 이용해 운전가능하다. 가정에서는 헤어드라이기나 세탁기 등 제품 전자파를 줄여준다.

전기의 새로운 역사
안 대표는 본래 방폭분야에 종사했었다. 대기권에 전자파나 스파크가 튀면 폭발이 일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 방습과 방수 기술을 사용해 폭발을 막는다. 하지만 방수는 세월이 흐르면 산화되고 깨진다. 바늘 구멍만한 틈으로 공기가 유입되어 폭발한다.

 

그래서 근원적으로 스파크가 튀지 않게 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보니 여기까지 연구가 이어지게 됐다. “한전에서 지중매설 시 사용하는 호주 산 접속제는 방수의 원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방수는 깨지는 문제가 있다. ELPD는 방수가 아닌데도 물에서 전기를 공급한다. 실험 영상을 보면 미량의 전류가 흘러 나온다. 물속에 전류가 흐르는데 물고기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양의 전류인 것이다. 전기를 아는 사람은 다들 깜짝 놀란다.”

 

2000년부터 혼자 연구개발에 매진한 안 대표는 “처음에 이런 거 개발한다고 하니 다들 엉뚱한 소리 한다고 했다. 지금은 미국, 독일에서 특허 받으니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 발명특허대전 금상 수상 <사진제공=TPT>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기술
안 대표는 “처음엔 기술만 있으면 다 될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의 벽은 높았다”고 말했다. 2012년 처음으로 특허를 받고, 2013년 발명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지만 정부 인증을 받지 못 했다. 기술표준이 없다보니 정부에서도 처음 보는 이 기술에 대한 인증을 해결하지 못 했던 것.

 

2017년에 되어서야 표준 없이 시험 성적서를 발행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10개국에 특허를 받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미국과 독일에서 특허 인증을 받아낸 것이 큰 성과다.  

 

어려운 기술 개발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R&D도 신청해 보았지만 특허이전이라는 계약이 매번 발목을 잡았다. “국가 R&D를 한 번도 못 했다. 한전에서는 특허이전을 요구했다. 좋은 조건도 아닌 담당자가 바뀌면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마주하고 싶진 않았다. 한전이나 LH공사 같이 전 국민의 안전을 도모 할 수 있는 공기업에서 기술개발을 서포트하고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 외에도 정부 제안하려고 여러 부처를 찾아갔지만 서기관부터 이 기술을 이해하지 못 하니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모르더라.”  

 

그래서인지 ELPD 기술은 한국보다 중국이나 호주 등 해외에서 더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술을 보여주면 더 이상 기술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어떻게 적용하고 거래할지 논의한다. 근데 한국에서는 기술자체를 파고든다. 어떤 원리인지 따지고 기술을 오픈해 달라는 식이다.”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카피 제품을 만든 업체도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모두에게 전기 안전을
안 대표는 ELPD 기술을 사용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하게 생활 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싶은 꿈이 있다. R&D 센터를 구축해 연구 개발과 대량생산에도 힘쓸 예정이다. “산업이 발전하면 전기는 더욱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안전한 전기 산업을 위해 대중과 산업계에서 많이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