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태계 보고 광릉숲을 지켜내는 것은 국가와 지역의 자존심이다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9-08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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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광릉숲 장수하늘소가 올해를 포함해 8년 연속으로 관찰되었다. 천연기념물 제218호인 장수하늘소는 DMZ 남쪽에서는 오직 광릉숲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지정된 수도권 유일의 생물권보전지역이다. 광릉숲은 인구밀도가 높은 동북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저지대 성숙림이다. 일반적으로 저지대는 도시와 농업 같은 인간 중심의 토지이용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왕 또는 귀족이 남겨둔 것을 제외하면 오래된 숲을 찾아보기 어렵다. 600년 이상의 보존 역사를 지닌 광릉숲은 가슴높이 직경이 1 미터가 훌쩍 넘는 초거대 개체를 비롯하여 장수하늘소가 번식하는데 필요한 큰나무들을 오랫동안 제공하고 있다. 1932년부터 2020년까지 12개 생물군에 걸쳐 연구된 광릉숲의 생물다양성은 총 6251종에 이르며, 장수하늘소를 포함하여 모든 종이 복잡한 상호작용 관계망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 기사(2021.5.14. 세계일보 ‘늙어가는 숲’ www.segye.com/newsView/20210511519577)에 따르면 나이든 숲은 다양성이 낮고, 탄소흡수 기능 또한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든 숲 중 하나인 광릉숲은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더구나 멸종위기종인 광릉요강꽃, 장수하늘소, 담비, 하늘다람쥐, 수달, 구렁이, 자라, 둑중개, 올빼미, 까막딱따구리 등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숲의 나이가 적어도 500년 이상인 광릉숲의 순일차생산(순일차생산은 수목이 년 간 흡수하는 탄소량을 말하며, 숲의 탄소흡수량과 동일한 의미를 나타냄. 순일차생산량에서 토양 동물과 미생물에 의한 토양호흡에서 유래한 탄소량을 뺀 것을 순생태계생산(Net ecosystem productivity, NEP)이라고 함. 일반적으로 순생태계생산성은 키가 작은 어린 숲은 토양온도가 높아 토양호흡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음의 값을 나타낼 수도 있으며, 젊은 숲일 때 최대치 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었음.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균질한 임분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된 연구에서 얻은 결과로서, 광릉숲과 같이 높은 다양성을 갖춘 자연림을 대상으로 진행된 최근 연구에서는 장령림 단계에서 높은 생태계생산성을 유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발표되고 있음.)은 헥타르 당 3.5 탄소톤 (C ton ㏊-¹)으로서, 비교 지역인 100년 된 숲의 2.0탄소톤(C ton ㏊-¹)보다 높다. 물론, 광릉숲은 높은 수준의 보전 관리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다른 지역보다 생산성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광릉숲은 뚜렷이 높은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을 보이며, 우리나라 저지대 산림복원 또는 식생의 건전성 평가에 필요한 참조생태계(reference ecosystem)로써 오랫동안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광릉숲은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큼 중요한 생태자원이기에 그 주변이 인간 중심의 토지이용으로 급변하는 것을 완화하고, 부정적 변화를 되돌리는 활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1990년대와 2010년대 사이 20년 동안 광릉숲을 둘러싼 주변 지역은 농경지 약 10%, 그리고 산림이 약 3% 감소하고(광릉숲 주변 지역의 20년 동안 진행된 토지피복 변화는 핵심 생태계 기능 요소로서 산림과 농업지역의 큰 감소를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음) 대신 도시지역과 개발 중인 나지가 약 5% 증가하였다.

 

▲ 제공=이창석 교수

 

이것은 동일시기에 국가 전체 산림면적 감소 비율(10만7000㏊, 1.6 %)의 약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우리나라 산림면적은 1972년(659만7000㏊)부터 2015년(633만5000㏊)의 43년 동안 26만2000㏊가 감소하였음(출처. 산림기본통계 2016)). 광릉숲은 포천시, 의정부시, 그리고 남양주시에 걸쳐 있으며, 농경지, 주거지, 그리고 산업지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최근 광릉숲 주변으로 기피 시설들이 늘어날 수 있어 지역 사회의 불안한 시선 역시 늘어나고 있다. 광릉숲 중심부와 인접하여, 의정부시에서는 자원회수시설 내 소각장 증설과 예비군훈련장 건설 움직임이 있으며, 포천시는 섬유‧가구 산업단지 조성 추진, 그리고 남양주시의 가구산업단지 조성 추진 계획 등이 있다. 이렇듯, 수도권에 위치한 광릉숲은 다양한 부정적 변화에 직접 노출되어 있어 이에 대한 정부와 자자체, 그리고 시민 사회의 합리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 제공=이창석 교수


광릉숲 주변에 풍부하던 습지로서 논은 대부분 사라졌고, 포도밭과 시설재배지 같은 다른 농업 유형이나 공장과 창고 부지로 변하였다. 광릉숲 중심부의 서쪽인 의정부 민락지구(광릉숲의 서사면에 접한 의정부시 민락지구. 과거 농업 중심의 토지이용이 모두 사라지고 아파트 중심의 주거지 및 상업지구가 조성되었음. 광릉숲 외곽에서 농업지역이 사라진 것은 논습지와 초지 같은 광릉숲과 도시 사이의 완충대 및 외투 생태계가 사라진 것과 같음)는 논·밭이 사라지고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었다. 또한 광릉숲을 지나는 도로 주변에는 신규 숙박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과거의 것은 새롭게 재개장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에 따른 많은 부정적 영향 중, 택지 그리고 숙박시설 개발에 의한 자연 및 농경지의 감소, 그리고 인공야간조명의 급증이 가져올 광릉숲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광릉숲의 중심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다행히 광릉숲 주변에 완충지역을 설정하고 해당 사유지를 꾸준히 매입하여, 급격한 개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광릉숲 완충지역은 1997년 ‘광릉숲 보존 종합 대책’ 수립 시 설정 작업이 시작되었고, 2004년 관련 법률 제정이 이루어진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오랜 기간 매입한 완충구역 내 사유지들이 가져온 광릉숲 보전에 대한 기여도 및 관리 전략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국립수목원의 노력과 함께, 광릉숲의 역사·문화적, 그리고 생물다양성 가치를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 포천시, 의정부시, 그리고 남양주시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국립수목원과 함께 신청하였다. 광릉숲의 문화 및 역사성, 그리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후대에 온전하게 물려주며, 지역의 자연과 문화 자원의 지속성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통해 광릉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었고, 청정한 광릉숲의 인상은 농산물의 생산과 판매 촉진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 광릉숲 주변에 대한 기피시설 유치와 개발 압력은 지역 사회가 약속한 보전지역 가치의 지속성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광릉숲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과 카페 같은 소비환경이 만들어지고 증가할 수밖에 없다. 광릉숲이 위치한 수도권 북부는 많은 개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변화는 피해가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최근의 급격한 토지이용의 부정적 변화는 우리의 관심 정도에 따라 완화시킬 수 있다. 지구 차원에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진행 중인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변화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여 후세대에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 중요한 것은, 보전지역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지역의 현재 상태를 항상 점검하고, 현재와 같은 개발 과정, 그리고 개발 결과가 가져올 장기적 영향을 충분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설악산생물권보전지역에서 협력지역 확장을 둘러싼 주민들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사이의 갈등, 오색삭도 건설을 둘러싼 오랜 갈등에서 생태계 보전을 위한 지역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

이에 더하여, 현재의 과도한 인위적 이용을 일정 수준의 과거로 되돌리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매우 빠르고 크게 감소한 습원으로서 논 또는 습원식생을 되돌리거나 만들어 내는 지역 사회의 노력은 분명 유효한 활동일 것이다. 광릉숲 주변의 개발로 인해 논·밭이 모두 사라진 것은 광릉숲의 핵심 생물다양성을 보완하고 보호해 주는 외투가 벗겨진 것과 같다. 광릉숲이 품고 있는 역사·문화, 그리고 생물다양성이 보전지역의 핵심 가치이며, 최근의 변화가 핵심 가치에 줄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영향을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보조자료

▲ 제공=이창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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