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우보만리(牛步萬里)

글. 구자용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2-05 1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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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 정수장

 

▲ 구자용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2021년 소띠해를 맞이하여 언론사의 인터뷰, 기사 등에서 새해의 다짐과 함께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사자성어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호시우보는 호랑이와 같이 예리하게 사물을 꿰뚫어 보고, 소와 같이 신중하게 걷는다는 뜻으로 상수도시설의 노후화, 영세 수도사업자의 재정적 어려움 등 고질적인 우리나라 지방상수도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부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우리 상수도와 닮아있다. 호랑이와 같이 우리나라 지방상수도의 현실을 바라보고,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으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이라는 우보(牛步)를 내딛은 것이다.
호시우보와 함께 자주 쓰이는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소의 걸음은 느리지만, 우직함, 성실함, 꾸준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상수도가 우직하게 걸어가야 할 만리길은 무엇이며, 만리를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우리 상수도를 그려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小考를 본 기고문을 통해 모두와 나누어보고자 한다.

호시(虎視)_우리나라 지방상수도의 현주소
우리나라에서는 1908년 뚝도정수장 완공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정수시스템을 갖춘 근대상수도가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대도시의 일본인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상수도가 설치되었으나, 이 당시 설치된 상수도는 광복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한국전쟁의 휴전 이후 사회 재건과 함께 상수도는 본격적인 보급과 발전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아픔을 떨치고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겪었다. 경제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사회기반시설들이 집중건설되고, 이를 원동력으로 각종 산업이 더더욱 발전하기 시작하는 선순환이 지속되었다. 특히, 물은 인류 생활과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로 충분한 물 공급을 위하여 상수도 시설 또한 경제성장기 당시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다.
그 결과 <그림 1>과 같이 1959년 360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우리나라 상수도시설은 2019년 말 기준 전국 161개 지방상수도 사업자와 1개 광역상수도 사업자가 우리나라 총인구 5,312만 명 중 97.7 %에 해당하는 5,167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1959년 52만㎥/일에 불과하던 정수시설 용량은 2019년 말 기준 3,054만 ㎥/일(일반 정수시설 2,742만 ㎥/일, 공업용 정수시설 312만㎥/일)으로 증대되었으며, 상수관로 연장은 222,259km(도수관 3,514km, 송수관 12,217km, 배수관 125,306km, 급수관 81,222km)에 달하고 있다.

 

▲ <그림1> 급수인구와 급수보급률 추이(1959년~2019년)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기 마련으로, 상수도 또한 급격한 양적성장으로 충분한 수량을 각 가정과 산업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으나, 상수도시설을 집중설치하였던 시점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 상수도시설이 집중적으로 증가하는 문제에 직면하였다.
상수관로의 경우, 다음 <표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전체 관로 연장 대비 지방공기업법에서 규정하는 법정내용연수를 초과한 관로인 경년관의 비율은 2009년 4.4%(6,793km)에 불과하던 것이 2019년 기준 17.5%(39,001km)로 증가하였다. 또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적으로 상수관로 신설률은 3.3 %, 교체율은 0.8% 수준으로, 지속적인 관로 신설과 교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수관로의 평균 연령은 10년간 3.7년 증가하였다.

 

▲ <표1> 경년관 비율, 관로 신설·교체율, 연장가중 평균연령 추이(환경부, 2009~2019)

 

한편, 상수도시설의 노후화는 상수관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마시고 사용하는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처리시설은 2016년 기준 전국 486개소 중 50%를 상회하는 286개소(58.8%)가 20년 이상 경과되어, 상수관로의 상황만큼 정비 및 개량이 시급하다는 보고도 접할 수 있다(환경부, 2016). 이러한 상수도시설의 노후화 추세 속에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는다면, 상수도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사고 피해규모는 대형화될 우려가 있다. 또한 상수도 시설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직접적으로 수돗물 생산원가의 증가로 이어지나, 현실화되어 있지 않은 낮은 수도요금만으로는 수도사업을 영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2017년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은 다음 <표 2>와 같이 특·광역시와 같은 대형 수도사업자보다 영세한 규모인 시·군 지역 수도사업자일수록 수돗물 생산원가는 비싸고, 수도요금 현실화는 저조하며, 상수도시설에 다시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 또한 열악한 실정이다.

 

▲ <표2> 특·광역시, 시 지역, 군 지역의 요금현실화율 및 재투자 여력(환경부, 2017)

 

결국 노후 상수도시설 누적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수도사업의 재정 악순환을 가속시키고, 이러한 악순환은 상수도 서비스 수준의 저하로 이어져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리나라 지방상수도의 현실 속에서 다행스럽게도 전국적으로 상수도시설을 개량하는 사업인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2017년부터 개시되었다.

 

우보(牛步)_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상수관로 정밀조사 사업
과거 상수도시설 정비는 지자체 수준에서 단순 경년관 개량 사업 등을 추진하는 소규모 자체 사업 형태로 수행되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형태는 체계적인 사업관리가 되지 않고, 전문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단순 땜질식, 임시 대응 수준으로 진행된 것이 한계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 <그림 2>와 같이 상수도시설 노후화, 영세 수도사업자의 열악한 재정여건 등 우리나라 지방상수도 사업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혁신하고자 환경부는 2017년부터 2028년까지 12년간 차등적으로 사업비의 50~70%를 국고보조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 <그림2>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통한 수도사업의 선순환 구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103개 지자체의 노후 상수관로 3,332km와 22개 지자체의 노후 정수장 30개소 정비를 계획하여 추진 중이며, 이러한 전국적인 국고지원사업은 우리나라 상수도시설 노후화 현실에 단비 같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인천과 서울에서 발생하였던 수돗물 적수 사고로 인하여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환경부에서 마련한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에서는 상수도 시설 정비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당초 2028년까지 12년간 계획하였던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2024년 조기 완수하는 것으로 계획 변경하고, 더 나아가 노후 상수관로 정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밑그림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적으로 송·배수관로에 대하여 간접평가(관로제원, 운영이력, 매설환경 등을 고려하여 관의 상태를 추정)를 수행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직접평가(현장 굴착 후 관이 노출된 상태에서 직접 조사)를 실시하는 상수관로 정밀조사 사업을 계획하여 수행하고 있다(환경부, 2019a; 환경부, 2019b).
2021년 현재에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는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상수관로 정밀조사 사업은 앞서 언급한 지방상수도 사업이 처한 악순환의 현실을 타개하기에 시의적절한 사업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다음 <그림 3>과 같이 상수관로의 경우, 설치된 지 20년이 경과한 노후 상수관로 중 5.3%, 노후 정수시설 중 10.5%를 지원 대상 물량으로 선정하여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소 한계점이 있으며, 향후 상수관로 정밀조사 사업은 조사결과를 활용하여 노후 상수관로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더 나아가 노후 상수도시설 정비를 실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 <그림3>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대상 물량(환경부, 2015)      

 

우보만리(牛步萬里)_만리(萬里)를 가기 위한 Post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지방상수도 사업의 현실을 파악하여,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상수관망 정밀조사 사업을 전국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고품질의 상수도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받고, 수도사업자는 재정적 선순환을 달성하여 지속가능한 상수도시스템이 구축하는 것이 목적지로 하는 만리길을 가기 위해서는 향후 상수도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노후 상수도시설 정비사업의 정기화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현재 수행중인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대상 물량은 극히 일부분이다. 현행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대상 상수관로 물량인 5.3%를 해당사업과 동일기간인 8년을 주기로 정기사업화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더라도 2016년 기준 상수관로 전체 연장을 정비하는 데만 약 15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 현대화 사업을 수행하면서 신규 매설한 관로의 노후화를 고려하지 않은 추산 결과로 엄밀히 따져 보면 151년 그 이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화 사업 대상 물량을 6%(기존 사업 대상 물량 대비 367km 증가)로 확대하고, 8년마다 정기적으로 정비사업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노후 상수관로를 100% 정비하는 데에는 약 130년으로 기존보다 전체 노후 상수관로 정비 주기를 단축시킬 수 있지만, 이 또한 노후 상수도시설의 증가세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같은 노후 상수도 시설 정비사업은 1회성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어렵게 내딛은 첫걸음을 계속해서 이어나가 우리가 목표하는 만리길을 쉼 없이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1단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종료되는 2024년 이전 2단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계획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2단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1단계 사업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1단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수행하면서 상수도시설 정비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될 것이고, 현재 수행하고 있는 상수관로 정밀조사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적소(適所)에 필요한 정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 속에 반영되어 수행 중인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사업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필두로 하는 다양한 기술이 상수도 분야에 접목되어 상수도의 운영 및 유지관리 효율성이 증대되어 노후 상수도시설 정비사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2단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상수관로 정밀조사 사업을 밑그림으로, 1단계 사업과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 사업을 발전적으로 연계하여 국민의 수돗물에 대한 요구수준을 달성하고, 재정자립도가 부족한 영세 수도사업자는 선순환 궤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느리지만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한 보 한 보 꾸준하게 걸어간다면, 만리 길도 멀게 느껴지지만 못 갈 것이 없다. 지금 우리는 두 번째 큰 걸음을 위해 조속히 준비하여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참고문헌>
환경부, 1995~2020, 상수도통계 1994 ~ 2019.
환경부, 2015, 지방상수도시설 노후도 실태조사 및 정비사업 타당성 조사.
환경부, 2016, 상수도시설 정비사업 업무처리지침 작성 연구.
환경부, 2019a,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
환경부, 2019b, 상수관로 정밀조사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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