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기술원·회계기준원, 공시기준부터 데이터 산정·컨설팅 지원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앞두고 기업 실무 대응 지원 확대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22 12: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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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김한결 기자]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공시기준을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환경·기후 데이터를 산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본격화되면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중견기업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 등 관련 데이터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원장 남광우)과 한국회계기준원(원장 곽병진)은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이행지원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고 기업의 공시 대응을 위한 기준과 실무 지원수단을 소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후원했다.

 

2028년부터 지속가능성 공시 단계적 의무화
이번 세미나는 지난 7월 발표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계획에 따라 기업들이 새로운 공시체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가 기업의 사업과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하는 체계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시기준을 숙지하는 것뿐 아니라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디에서 확보하고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며 이를 어떻게 관리·검증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환경정보는 기업 내부 활동뿐 아니라 공급망 등 가치사슬 전반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기준원, 공시기준 실무 적용 방법 제시
세미나에서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제정한 한국회계기준원이 공시기준의 주요 내용과 실무 적용 방법을 설명했다.

기업들이 그동안 판단에 어려움을 겪어온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위험·기회의 식별 범위 등에 대해서도 기준서에 따른 실무적 접근방법이 소개됐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기업의 새로운 업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환경·안전·ESG 담당부서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시 과정에서 요구되는 정보가 기업의 경영전략과 재무정보, 공급망 데이터 등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부서 간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지속가능성 공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데이터를 상시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이를 공시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하는 내부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산업기술원, ‘데이터 확보’ 지원에 초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기업들이 실제 공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친환경경영 진단(컨설팅)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2022년부터 공시 기업에 환경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경영 진단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문 컨설턴트가 기업별 현안을 직접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상담하는 1:1 현장상담도 함께 운영했다.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확대되면 공급망에 속한 중소·중견기업도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환경 관련 정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도 단순히 자체적인 ESG 활동을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향후 거래처가 요구할 수 있는 환경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 ‘스코프 3’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를 준비하면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분야로는 스코프 3(Scope 3)가 꼽힌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업의 소유·통제 범위 등을 기준으로 스코프 1, 2, 3으로 구분된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량이며, 스코프 2는 기업이 구매·사용한 에너지원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이다. 스코프 3은 기업의 소유·통제 범위 밖에서 발생하는 가치사슬상의 간접배출량을 의미한다.

문제는 스코프 3의 경우 기업 내부 데이터만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원재료의 생산과 운송, 제품의 사용 및 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와 산정 범위 설정이 복잡하다.

이에 환경산업기술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스코프 3 산정 기준과 방법론을 실제 사례와 함께 담은 안내서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이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 5개 업종의 안내서가 마련됐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전과정 목록 데이터베이스(LCI DB)도 소개했다.

LCI DB는 원료 채취부터 수송, 생산, 사용, 폐기 등 제품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 관련 기초정보를 물질·공정 단위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다.

기업은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산정하거나 제품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실제 공급망에서 모든 배출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신뢰성 있는 배출계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환경정보 산정 과정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스코프 3 산정의 현실적인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공급망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신뢰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은 기업의 산정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2028년 기후변화 통합 리스크평가 플랫폼도 추진
환경산업기술원은 향후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변화 통합 리스크평가 플랫폼 개발사업도 소개했다. 해당 플랫폼은 2028년 시범 공개될 예정이다.

기후변화가 기업의 사업장과 공급망, 생산활동 등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사업의 방향이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순히 과거의 환경성과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파악하고 대응하는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경우 이러한 리스크 평가 도구의 중요성도 커질 수 있다.

‘공시 대응’ 넘어 공급망 경쟁력 확보로
지속가능성 공시의 의무화는 직접적인 공시 대상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공시를 위해 공급망의 온실가스와 환경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면 협력업체인 중소·중견기업에도 관련 데이터 제공 요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대응 역시 공시 직전에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 데이터를 평상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코프 3처럼 기업 외부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거래처와 협력업체 간 데이터 기준을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결국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은 ESG 담당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라 환경·생산·구매·재무·경영전략 등 기업 내부 여러 부서와 공급망이 연결되는 과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해서는 기준을 아는 것에서 나아가 데이터를 산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며, “기술원은 앞으로도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대하여 산업계의 공시 이행과 공급망 대응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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