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생태원 엿보기…자연을 본떠 “자연성을 더하다”

국립생태원 생태 읽기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2-05 08: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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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환경생명공학과

 

생태 현장재현 ‘연구공간’
국립생태원은 크게 연구공간과 전시·체험·교육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생태원 본관, 복원생태관, 생태교육관, 방문자 숙소로 이루어진 연구공간은 포란형의 안정된 입지에 위치하여 안락한 느낌을 준다. 건물들은 모두 3층 이하로 소박해 보이지만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생태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꾸몄다.


▲ 국립생태원의 연구공간. 건물 주변의 숲도 해당 장소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하고 자연적으로 성립한 숲의

모습을 본 떠 조성하여 그들이 발휘하는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극대화하였다. 

 

주변에는 일상적인 조경 대신 실제 자연을 본뜬 숲을 조성하여 자연성을 더했다. 복원생태관 주변에 조성된 느티나무군락과 동백나무군락, 생태교육과 주변의 졸참나무군락과 상수리나무군락, 본관 주변의 갈참나무군락과 소나무군락이 이러한 숲에 해당한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친숙한 자생 수종인 상수리나무로 조성하여 미래의 가로수 조성 방향을 제시하였다.  


▲ 나저어못의 모습. 보이지는 않지만 물속으로 부유식물, 부엽식물 및 침수식물이 자라고 있고,

물가에는 정수식물, 습생대식물 그리고 연목대식물이 이어지며 수변식생대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연구공간에는 조류복원의 시험장이 될 생태연못(나저어못)을 갖추고 포유류 복원의 시험장과 각종 연구용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포장을 마련하여 생태연구 본연의 현장 실습 중심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었다. 그중 나저어못은 앞으로 실험용으로 도입할 저어새, 황새, 두루미 등의 조류 서식에 적합한 수심을 갖추고, 수생식물로 노랑어리연꽃, 줄, 부들 등을 도입하고 호안에는 개키버들과 버드나무를 완충 식생으로 도입하여 생태적 다양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생태 변화추이 ‘한반도 숲’
연구단지를 빠져나와 전시·체험 공간에 들어서면 한반도 숲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숲은 한반도의 남쪽에 성립하는 난온대 상록활엽수립으로 시작해 난온대 낙엽활엽수림, 온대 낙엽활엽수림, 냉온대 낙엽활엽수림을 거쳐서 아한대 침엽수림으로 마무리된다.

 

이 지역과 생태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숲, 특히 난온대 상록활엽수림과 아한대 침엽수림을 이곳에 조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여야 했다. 그러나 국립생태원의 주요 연구업무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하며 적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으로서 교육 차원에서 조성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추진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 숲은 조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순응 관리하여야 하고, 그 결과를 검토하여 유지가 어려울 때는 과감한 교체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국립생태원의 가로수. 자생식물로 조성하여 미래의 가로수상을 제시하였다.

 

이 한반도 숲은 국립공원과 같이 보존이 잘 된 지역을 선정하여 방형구를 설치하고 그 안에 출현하는 모든 식물의 공간 분포를 조사하여 조성을 위한 설계도로 삼았다. 이러한 방법은 생태적 복원의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생태적 복원의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러한 방식의 정통복원을 실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전국의 개발예정지를 수소문하여 식물 굴취허가를 신청하고, 허가가 나면 현지 조사를 통해 필요한 식물을 표지한 다음 이식팀이 중장비와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 그들을 캐낸 후 장거리를 운반하여 현장정보에 기초한 설계대로 심는 엄청난 작업을 통해 이 숲이 이루어졌다.  


한반도 숲의 끝부분에는 고산생태원을 조성하여 생태적 다양성을 높였다. 고산생태원은 백두산, 설악산, 지리산과 한라산의 정상부 생태계를 모델로 삼았다. 따라서 이 고산생태원 역시 생태적 체계로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곳 역시 교육 차원에서 도입한 공간으로 이해해주면 된다.

 

또 생태적 체계에서 고산대는 수목한계선 이상이고, 백두산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산에는 수목한계선이 없으므로 이 장소의 정확한 표현은 아고산대생태원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 이름 또한 일반인의 이해를 쉽게 하려고 변경하였다. 그러나 고산의 생태적 조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최대한 기울였다. 풍혈시스템이 하나의 예다. 이 시스템은 지하에서 끌어 올린 찬 공기를 돌 틈으로 흘려 식물의 뿌리 근처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고산과 유사한 온도조건을 갖추기 위해 도입하였다.


고산의 건조한 토양조건은 화산암 거석과 거친 굵은 모래를 도입하여 갖추었다. 사실 식물의 저온에 대한 내성과 건조에 대한 내성은 유사한 기작으로 유지된다. 저온에 대한 내성은 추운 겨울 동안 동사를 방지하기 위해 체내 수분을 최소한으로 유지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결국 건조에 대한 내성과 맥을 같이 한다.

 

한편, 건조한 장소에 생육하여 획득된 식물의 작은 크기는 더운 여름을 견디는 데 유리하고, 색이 엷은 거친 마사토는 태양광선을 많이 반사해 더운 여름 동안 토양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생태적 복원 갖춘 ‘습지’
국립생태원 유역(watershed)의 최북단에는 120여 년 전에 조성된 용화실못이 위치한다. 애초 농업용으로 조성되었던 이 못을 국립생태원에 어울리는 못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태적 복원기법이 적용되어야 했다. 우선 그동안 쌓인 퇴적토를 걷어 내어 새들이 살기에 적합한 수심을 확보하였다.


그다음에는 직사각형 모양을 장타원형으로 전환하여 가장자리 효과를 줄이고, 호안 사면의 경사를 낮춰 자연성을 높였다. 이에 더하여 완만한 경사의 중도를 조성·유도함과 동시에 횃대를 설치하여 경관 요소 다양성을 높였고, 북단의 습지에는 내호를 조성하여 지표면의 거칠기를 증가시키고 사행 유로를 유도하여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의 정화율을 높였다.


그리고 호안 사면에는 완충 식생을 도입하여 이 못의 생태적 복원을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자연의 보답으로 이어져 이곳은 천연기념물 원앙의 번식장소로 계속 활용되고 있고, 매년 여러 마리의 큰고니가 찾는 장소가 되었다.


용화실못 밑에는 다랑논을 형상화한 후 묵논과 웅덩이, 람사르 등록 습지 및 하천의 배후습지를 모델로 삼아 각각 3개씩 총 9개의 습지 모델을 조성하였다. 각 습지는 수심에 따라 부유ㆍ부엽식물, 침수식물, 정수식물 및 습생대식물을 도입하고, 논두렁 격의 습지 간 경계사면에는 완충 식생을 도입하여 습지 식생의 공간적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


그 밑에는 물 깊이를 달리한 다랑논에 앞에서 언급한 생활형 별 수생식물을 배치하여 수생식물원으로 꾸몄다. 앞의 9개 습지와 수생식물원을 묶어 습지생태원으로 이름 지었다.

 
습지생태원 아래로 펼쳐져 있던 논에는 그 중심에 폭이 다른 물길을 내고 나머지 부분은 자연의 과정에 맡기는 자발적인 복원(passive restoration)을 추구하여 온전하고 건강한 하류하천의 재생을 유도하고 있다.


이 하천 경관(하천은 수로, 범람원 및 제방 생태계가 합쳐진 공간으로서 복합생태계, 즉 경관)의 동쪽에는 에코리움(ecorium) 진입로가 나 있고 서쪽에는 한반도 숲길이 나 있어 양옆에는 어쩔 수 없이 제방이 생겼다. 이 인공제방이 주는 생태적 이질성을 줄이기 위해 제방 사면은 가능한 한 완만하게 다듬었고, 그 사면의 하단은 개키버들로 그리고 상단은 버드나무로 완충 식생대를 조성하였다.

사슴생태원 모습. 초지 외에 물웅덩이, 그늘목, 돌무더기 등 동물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경관요소를 담았다. 

‘사슴생태원’과 ‘방문자센터’
이 하천 경관 남단에는 방문자센터가 위치한다. 방문자센터에는 국립생태원 여러 곳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갖추어져 있고, 국립생태원 건립과정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며, 국립생태원 건립에서부터 앞으로 수행할 연구와 교육 내용을 담은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관이 갖추어져 있다. 이에 더하여 국립생태원 각 지소가 갖는 생태적 의미가 설명되어 있고, 국립생태원 건립에 적용된 친환경공법과 운용에 쓰일 신재생에너지가 소개되어 있다.


방문자센터 아래에는 사슴생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사슴생태원에는 고라니와 노루가 도입되어 있고, 추후 대륙사슴과 사향노루를 도입하여 국내 서식 사슴류 4종을 모두 갖춰 사슴생태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들의 서식에 필요한 요소를 갖추기 위해 물웅덩이를 조성하고 지소의 생태적 조건에 어울리는 그늘목과 초지도 조성하였다.

한반도숲의 모습. <위: 동백나무숲, 아래: 소나무숲>
생태보고 ‘DMZ’ 재현
방문자센터에서 Ecorium 정문으로 가는 길의 양옆에는 지소의 생태적 특성에 어울리는 느티나무와 팽나무를 도입하여 가로수로 삼았다. 이 길은 향후 그들이 자라 수관 폭이 넓어지면 숲 터널을 이루도록 조성하였다. 이 길의 중간중간에는 길 폭을 넓히고 지소의 생태적 특성에 어울리는 버드나무 그늘목과 벤치를 도입하여 쉼터로 조성하였다.


이 길 동쪽에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라진 귀중한 생태적 공간을 창출하였다. 길에 가까운 저지대는 띠형과 원형의 웅덩이를 만들어 우선 지형적 다양성을 확보한 후 초본 우점식생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개키버들군락, 버드나무군락, 오리나무군락, 갈참나무군락과 졸참나무군락을 배치하여 평지 습지에서 구릉지에 이르는 경관 요소를 온전하게 갖추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65%를 차지하여 이용 가능한 토지가 많지 않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높고 쌀을 주식으로 삼아 저지대의 평지와 경사가 완만한 산자락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농경지나 주거지를 비롯한 인간의 생활공간이 차지해 왔다. 따라서 국토 대부분 지역에서 평지 습지와 저지대 구릉지가 온전한 자연 상태로 이어진 공간을 찾기가 극히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립생태원에서 이러한 공간을 재현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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