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발해온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쓰여 졌으면 하는 바램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곧 현실이 되고, 그것이 형체를 가지고 태어나서 세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백년기술의 김은희 대표는 창업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15년이 지났으니, 이제 85년 밖에 안 남았다.
“백년기술을 설립할 때, 적어도 우린 백년이상 살아남는 기업이 되고 싶었습니다. 기업의 수명은 의외로 짧습니다. 미국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 수명은 24년 정도입니다. 요즘 첨단기술의 수명도 매우 짧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습니까?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백년이상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창업후 15년이 지났으니, 이제 85년밖에 안 남았네요.”백년기술 김은희 대표는 이렇게 여전히 백년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IMF경제위기 직후, 정부는 연구원 창업을 활성화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해양연구원에서 첫 창업의 문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온실 같은 정부출연연구소의 환경과는 달리, 세상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과도 같았다. 연구개발과 제품화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G7 3단계 4년 동안 정부 연구비를 지원받아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현장에 설치하여 운영하면서 품질을 개선하여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3년이 더 걸렸다.
“연구용역사업은 주로 4,5월에 계약하는데, 12월에 사업이 끝나면 새 사업을 계약할 때까지 매년 춘궁기를 넘기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10년을 버티면 100년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자체기술로 개발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제조업으로 척박한 땅에 뿌리박기에 성공하기 까지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직원들의 화합으로 어려움들을 극복해 낼수 있었다.
발명가들이 만든 회사, 백년기술
“백년기술에는 여러 명의 발명가가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에는 발명가, 연구 개발자, 생산자, 영업, 이렇게 네 가지 부류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발명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지요. 발명가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창안함으로써 회사에 원천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와 함께 회사를 창업한 사람들은 사업과는 거리가 먼 발명가들이었지만, 이제 네 종류의 사람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며 더욱 강한 힘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백년기술 직원들은 누구나 회사의 기술력이 환경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이미 기반기술이 확보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새로운 장비도 1년 내에 상품화가 가능하다.
“백년기술은 환경, 화학, 전자, 기계, 건축토목, 조경, 소프트웨어, 통신 등에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통합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단기간에 쉽게 따라올 수 없습니다.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전쟁터에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지루한 화학실험을 대신해 줄 로봇의 탄생
백년기술의 주력제품인 수질 원격분석시스템 ‘로보켐(RoboChem)’은 지루한 화학실험에서 벗어나고픈 몽상에서 시작됐다.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친 후 환경대학원으로 옮겨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대표는 “매일 똑같은 실험, 지루하고 반복적인 화학분석을 대신해 줄 로봇은 없을까하는 몽상을 실현시킨 것이 바로 로보켐”이라고 설명한다.
‘Robot’과 ‘Chemist’의 약자인 ‘RoboChem’은 백년기술의 브랜드 네임. 백년기술의 온라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자동분석기는 ‘RoboChem COD’, 온라인 총질소 자동분석기는 ‘RoboChem TN’, 온라인 총인 자동분석기는 ‘RoboChem TP’등으로 불린다.
수질자동측정장치는 하천, 호수, 바다의 수질을 원격에서 측정하여 보내주는 로봇이다. 현장에 출장을 가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수질의 변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생긴 것은 냉장고처럼 생겼지만 RoboChem은 냉장고가 아닌 로봇”이라는 김 대표는 “이 장비가 사람을 대신해 24시간 365일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시약을 주입하고, 화학 분석을 해 냅니다. 자동차도 밤에는 쉬고, 세탁기는 하루에 한두 번 돌아가지만, 수질자동분석기는 일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수질자동측정기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내구성과 내환경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수질 자동측정장치가 가동되는 현장은 실험실보다 매우 열악하다. 기온 변화도 심하고, 전원도 불안정하다. 시간에 따라 시료의 변동성도 매우 크다. 극한의 조건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독점했던 시장을 깨뜨리다
열악한 환경에서 쉬지 않고 가동되어야 하는 제품의 특성 때문에 수질자동측정장치 시장은 40~5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일본, 독일의 경쟁사들이 독점해 왔다. 환경부는 1,2종 하폐수처리장의 방류수에 대해 자동측정을 의무화했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약 3천억원정도의 국내시장이 형성됐다. 백년기술의 제품이 출시된 후 외산 제품과 대등하게 경쟁하게 되면서 외산 제품의 가격이 과거보다 절반으로 떨어졌고,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이익을 가져왔다.
환경부의 수질 TMS는 하폐수처리장으로부터 공공수역으로 배출되는 오염부하를 감소시키고 불법배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수질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의 수질 TMS는 중국, 베트남, 대만 등 여러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환경부는 수질 TMS를 시행하기 전에 경쟁력 있는 수질자동측정장치를 국산화 개발하게 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내 시장을 토종기술로 지켜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백년기술의 수질자동측정기는 하폐수 처리장의 방류수 감시 이외에도 하천과 호수, 바다의 수질을 측정하는 국가 수질자동측정망에도 설치되어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농도가 낮고 염분이라는 분석 방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해수 분석을 고려하여 개발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폐수가 아닌 농도가 낮은 하천이나 호수에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바다 위나 바다 속에서 가동될 경우까지 고려한 제품 설계 때문에, 기존의 외산 장비보다 훨씬 작고 컴팩트하면서도 배터리로 작동될 수 있다.
물고기 폐사를 사전에 예보하는데 성공
백년기술은 안양천에서 물고기가 집단폐사하는 것을 네 차례나 사전에 예보하는데 성공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저희가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계기는 안양천에서의 물고기가 죽는 것을 알아 맞춘 덕분이었다”는 김 대표는 “안양천을 시작으로 팔당호와 경안천 등 팔당 상수원까지 저희 자동 측정소가 납품되어 있다”고 덧붙인다. 자동측정기가 현장에서 측정한 자료를 수집한 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내일 몇 시쯤 물고기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예보하는데 성공했다. 하천 물고기의 폐사는 독성물질의 유입보다는 용존산소 부족의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강우예보와 측정값 분석을 통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농도로 용존산소가 떨어지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던 공무원들도 예정된 시간에 맞춰 물고기들이 떠오르자 백년기술의 기술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백년기술이 설치한 자동측정장비들은 비가 내린 후, 유역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비점오염(빗물오염)의 영향을 정확하게 규명함으로써, 유역관리와 비점오염 관리 강화라는 하천 수질개선 정책방향을 선도하는 역할도 해냈다.
하지만 백년기술의 남은 85년은 로봇들이 생산해 내는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에서 판가름 날 전망. 김대표는 21세기는 센서의 시대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 널려있는 센서들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들로부터 유용한 정보들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워터그리드, 비점오염 저감 등 신사업 확장
백년기술은 환경부 수질 TMS와 국가 수질자동측정망 등 자동측정장비 시장 분야뿐만 아니라 하천 수질정화, 비점오염 관리, 물순환 생태도시 조성 등 소중한 물을 보전하고 되살리는 사업 분야에 뛰어 들었다. 백년기술은 플라스틱 조립식 우수 저류 시스템과 빗물오염 처리시설, 월류수 처리시설 등을 바탕으로 국토부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백년기술은 수질자동측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데 이어 물 관리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얻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백년기술은 최근 해외 시장 개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로 폭을 넓혀가기 위한 전략이다. “볼펜이던 자동차던 어떤 제품도 국내시장은 세계시장의 약 2%에 불과합니다. 세계 시장으로 나가면 국내시장의 50배의 시장이 있습니다. 단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이지요.” 백년기술은 해외 시장개척을 위해 수중에 계류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적인 개념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전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백년기술은 10년 안에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으로 발전할 것입니다.”라며 자신 있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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