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에 들면서 산업화가 가속되고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전기를 이용하는 전자 및 전기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가전제품이나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원하지 않는 전자파(불요 전자파) 뿐만 아니라 전파를 의도적으로 발생하여 통신이나 에너지를 전달하는 무선통신기기 및 의료장비로부터 방출되는 전자파가 우리 주변에 홍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태양광, 지자기장, 감마선, 우주선 등 자연으로부터 발생하는 전자파가 더해져 인간은 다양한 전자파환경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전자파라는 말만 들어도 암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부각되어 지레 겁을 먹는다. 전자파는 과연 암적인 존재인가? 전자파가 없는 우리의 일상은 가능한가? 어쩔 수 없이 전자파와 함께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법인지 알려면 전자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파는 전기자기파를 말하는 것으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결합된 파동이다. 전기장(전계)의 개념은 마이클 페러데이가 처음으로 소개하였는데, 전기적으로 대전된 전하 또는 시변 자기장 주위에 형성하며, 전기적으로 대전된 전하가 다른 전하에 가해지는 힘을 말한다. 전기장은 전압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전압이 증가할수록 전기장세기도 증가하게 된다.
전기장의 단위는 N/C(Newton per Coulomb) 또는 V/m(Volt per meter)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전기장은 금속이나, 건물, 인체 피부 등의 전도체 물질로 쉽게 차폐가 가능하고, 전기장 발생원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세기는 급속히 감소한다.
자기장(자계)은 윌리엄 길버트가 발견하였으며, 도체 또는 도선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도체 또는 도선 주위에 자기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자석의 N극에서 자기력선이 나와 S극으로 향하는 원리도 자기장이 형성된 것이다. 자기장은 전류의 흐름과 관계되는 것이므로 전류가 증가할수록 자기장세기도 증가한다. 자기장의 단위는 테슬라(T) 또는 가우스(G)를 사용한다. 자기장은 물질로 차폐가 어렵고, 차폐가 잘 되지 않으므로 전자파의 인체영향을 평가할 때 주로 언급된다.
전기장 또는 자기장 중 어느 성분이라도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되면 전기장이 자기장을, 자기장이 전기장을 교대로 발생시키면서 빛의 속도로 공간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러한 전파 특성을 이용하여 이동통신(휴대폰, 와이파이), 방송(라디오, TV, DMB), 가전제품(전자레인지, 인덕션히터), 교통(RFID, 네비게이션), 의료(MRI, X-Ray, 적외선치료기, 저주파치료기) 등 다양한 응용분야가 현재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이러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발생원이 전자제품이나 핸드폰, 무선통신기기 등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같이 보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자외선(UV), 가시광선, 적외선(IR),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구자기장도 자연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파의 일종이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전리층과 지표와의 정전기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장은 날씨가 좋은 경우에는 0.1~0.5kV/m, 폭우가 있는 경우 3~20kV/m가 되며, 지구 자기장은 약 40~50μT 정도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는 기본적으로 매일 일정량의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파는 매질 간의 상호 작용에 따라 전리와 비전리 전자파로 구분한다. 전리 전자파는 매우 큰 에너지를 갖고 있어 매질에 영향을 주어 전리작용(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되어 전하를 띄는 이온화 현상)을 일으키는 고에너지의 전자파로서 입자성이 강한 전자파이다. 보통 파장이 100nm 이하(광양자 에너지는 약 12eV에 해당)인 핵 방사선, X선, 감마선, 우주선 등이 포함된다. 인체 세포분자 등을 이온화시켜서 생체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법적으로 강제관리 대상이다. 비전리 전자파는 전리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낮은 에너지의 전자파로서 파동성이 강한 전자파이다. 파장은 100nm 이상이며, 가시광선, 마이크로파, 전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생활 속의 전자파 노출량은 얼마나 될까?
생활 속에서의 전자파라고 하면 쉽게 가전제품과 휴대전화를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220V, 60Hz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극저주파(60Hz) 전자파를 방출한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에서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생활가전제품 36개 품목을 제품과 밀착하여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60Hz 전기장과 자기장 모두 국내 전자파인체보호기준(60Hz에서 전기장 강도는 4166 V/m, 자속밀도는 833 mG) 대비 매우 미약한 수준(0.01~0.2% 수준)이었다.
휴대전화 기지국의 최대 송신 전력은 수 와트(W)에서 수십 와트(W) 이상으로 다양하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서의 전자파 세기는 국제 노출 기준치보다 1/100 이하로 훨씬 낮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2007년부터 매년 약 4,000개의 휴대폰 기지국에 대한 전자파 강도를 측정하고 있으며, 측정 결과는 전체 무선국의 99%가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의 1/10 미만으로 매우 미약하다. 또한 측정 결과는 누구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를 한다.
2009년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병원, 인구밀집지역 및 지하 철 역사 등 1,260개 장소에서 생활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전자파의 세기를 측정하였다. 전자파인체보호기준 값의 약 1/400 수준으로 전자파 세기가 측정되었으며, 대부분은 기준 값의 1/1000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상세한 결과는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력선으로부터 발생되는 전자기장 세기는 전력선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히 감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선으로부터 발생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사업법상의 전기설비기술기준에 지표면 1m 높이에서 노출 기준치가 전기장의 경우는 3.5kV/m, 자기장의 경우는 83.3μT 이하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전력회사에서는 이 규정치보다 충분히 낮은 값이 되도록 여유도를 가지고 전력선을 건설하고 있다.
전자파 인체영향의 척도
전자파 환경에서의 인체영향은 직접영향과 간접영향으로 나누며, 직접영향은 열적영향, 자극영향, 비열영향으로 분류한다. 각 영향에 대한 원인과 평가척도, 측정방법은 모두 다르다. 열적영향은 특정 레벨을 초과하는 강한 전자파가 인체에 도달하면 전신 또는 부분적으로 체온이 상승하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데, 주로 RF 대역에서 발생하는 영향으로 RF 전자파로 인해 인체 세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 전자파인체흡수율을 통해 측정및 평가한다. 자극영향은 주파수가 낮고 강한 전자파에 인체가 노출된 경우에는 체내에 유도된 전류가 신경이나 근육을 자극하는 영향이다. 신경계의 기능은 체내의 전기, 화학적 변화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므로, 아주 강한 세기의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스트레스를 일으키거나 심장질환, 혈액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생리학적 변화를 유발하여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도전류밀도를 측정하여 평가한다.
비열영향은 자극영향과 반대로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약한 레벨의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세포나 조직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향인데, 아직까지 인체에 영향을 준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접촉 전류에 의해 강한 전류가 인체로 흐를 경우 전기적인 쇼크나 화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간접영향이라고 한다.
생활 속에서 강한 전자파에 노출되는 상황은 거의 없으며,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전자파인체보호기준 이하에서는 특별한 생체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자파 생체 영향 연구를 통해 어떻게 전자파가 생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기전을 찾기 위해 전세계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인체보호기준 보다 큰 값으로 더 가혹한 노출조건에서에서 수행함에도 동물실험(In Vivo), 세포/유전자 실험(In Vitro)에서는 특이한 영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대중매체나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전자파 역학조사가 되겠다. 대부분의 휴대폰 역학조사에서는 휴대폰 사용과 암과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했으니 일부 그룹에서 꾸준하게 영향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불확실한 전자파 위험에 대한 인식 및 대처
전자파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이나 최근 들어 전자파의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과 확인되지 않은 증거들을 통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홍보가 미약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전자파 괴담만 인터넷과 SMS를 만연한 상태이다.
전자파 유해성 언론보도는 국민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선정적이며 과장적인 표현보다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에 기초로 해야 한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인 정부 및 전문가 그룹, 이해 당사자 간의 정보전달 및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이를 전담할 수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의 전자파정보센터(가칭)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과학적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과학적인 연구결과만을 기다리지 않고, 잠재적인 위험성을 예견하여 차후 심각한 위험성에 대한 조치를 미리 적용하는 관리정책인 사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사전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여 전파법을 개정하거나, 전자파와 관련된 제도를 보강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휴대무선기기 및 무선국에 대한 전자파등급제를 시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전자파 전담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 제안되었으나 몇 년째 지지부진하다. 이처럼 전자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인들이 전자파의 장기 노출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조심한다면, 전자파로부터 더욱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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