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그뿐인가. 조선후기 중국대륙의 지성들을 감탄케 한 한류의 원조 명필 김정희 선생의 생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우국충절의 화신인 매헌 윤봉길 선생의 충의사가 있다. 고을고을 마다 역사의 향과 충의가 서리지 않은 곳이 없다. 예산은 이런 역사 문화의 바탕위에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생태도시로 부상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10여 개 도시 밖에 없는 ‘슬로시티(SlowCity)’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최승우 군수와 전공무원, 9만 예산군민이 지혜를 모아 땀을 흘린 노력의 결정이다.
환경미디어 부설 ‘환경코리아리더십(이하 EFL)’과 (사)미래는우리손안에가 주관하고 환경부가 후원한 ‘우리강산 쪽빛순례’의 3차 탐방이 지난달 24일 하루 충남 예산에서 개최됐다. 환경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범 지방자치단체와 환경기업, 아름다운 생태환경 보존지역 등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순례하고 의견을 나누는 쪽빛순례는 예산이 3번째 방문지. 이날 행사에는 장영철 전국환경단체연합회 공동대표와 국내 환경관련 단체 인사, 환경관련 기업 CEO 등 20여 명이 참가, 예산군정을 청취하고 추사고택, 사과와인 생산현장, 충의사, 남연군묘 등을 탐방했다.
예산군청 방문 군정현황 및 중장기발전계획 청취
환경코리아리더십 회원들은 예산군청에 도착하여 최승우 군수와 인사를 나누고 회의장에서 예산 군정전반에 대해 청취했다. 류승순 녹색관광과장은 예산에 대해 “달팽이 체험관 운영, 힐링타운 치유프로그램 등 제2의 고향처럼 다시 찾고 머물고 싶은 슬로시티(SlowCity) 관광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저탄소 녹색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탄소포인트
제 운영,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아름다운 명품길 만들기, 친환경 생태농업단지 조성 등에 힘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산군은 세계 슬로시티협회가 선정한 제 121번째 슬로시티이며, 말 그대로 느림으로써 행복한 도시라는 의미다. 즉, 속도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이 느림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을 반추하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며, 약간 느린 말투만큼이나 정겹고 멋스러운 고장이다.
예산의 지리조건을 보면 동쪽은 차령산맥, 서쪽은 가야산맥이 남서쪽으로 달리고 있어 동부와 서부는 산지를 이루며, 총면적은 543㎢ 중 임야가 46%, 농경지 37%로서 농업에 이상적이다. 이러한 지리조건을 기반으로 행정서비스 관광휴양권역, 친환경 농특산업 중심권역, 첨단산업 정주생활권역, 전원 레저권역 등 4개의 권역을 차별화해 고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황금물결로 유명한 삽교평야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예산 쌀을 대표 브랜드화 하고, 전문 농업인력 양성 등 생산·유통·마케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군수는 예산의 대표 관광지인 덕숭산 수덕사, 가야산, 충의사, 삽교평야, 추사고택, 예당저수지, 임존성, 예산사과단지가 예산 8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9만여 명의 군민들이 열어가는 행복한 예산, 새롭게 떠오르는 기회와 가능성을 만나보라고 전했다.
선비의 의지가 담긴 추사고택
추사고택은 추사체라는 서체로 이름을 날린 명필 김정희 선생의 고택으로 안채, 사랑채, 문간채, 사당채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ㄱ’자 형태의 사랑채가 바로 보이는데 각 기둥에는 추사가 쓴 주련이 걸려있었고, 사랑채 댓돌 앞 마당에는 화단과 함께 ‘석년(石年)’이라 각자된 석주가 있는데 추사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라고 한다.
안채에는 6칸 대청과 두 칸의 안방과 건넌방이 있고, 부엌과 안대문, 협문 광등을 갖춘‘ㅁ’자형 가옥이다. 사랑채와 달리 안채 마당에는 왠지 모를 썰렁함이 느껴졌는데 그 이유에 대해 문화해설사는 “입구(口)에 나무(木)이 들어가면 괴로울 곤(困)이 되어버려 예로부터 ‘ㅁ’자형 가옥 마당에는 꽃과 나무 등의 식물을 키우지 않는다”며 유래를 설명했다.
또한 걸려있는 주련 중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요(大烹豆腐瓜薑菜),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高會夫妻兒女孫)’를 읽으며 일흔하나에 과천의 과지초당(瓜地草堂)에서 생을 마감할 때 마지막으로 쓴 절필이라고 설명했다.
안채를 지나 사당채로 향하는 길목에는 30살 된 어린 백송이 있는데 이름답지 않게 얼룩덜룩했다. 이에 대해 해설사는 “백송은 40살부터 껍질이 벗겨지며 하얀 자태를 뽐낸다. 10년 뒤 다시 방문해 사실을 확인해 보라”고 설명했다.
한편 추사고택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약 200살 된 예산백송이 있는데, 이 백송은 추사가 25세 때, 생부 김노경을 따라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가지고 온 씨를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본디 백송은 중국 북부지방이 원산으로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번식력이 약해서 우리나라에는 수가 매우 적다고 한다. 하지만 고운자태를 뽐내는 예산백송을 보면서 어린 백송도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 믿으며 추사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사기념관은 추사 김정희의 서예정신과 위대한 업적을 조명하고 그가 남긴 작품과 유품들을 체계적으로 보존 및 전시해 추사선생의 다양한 면모와 위상을 알리기 위한 곳이다. 해설사는 “1819년 문과에 급제해 규장각 대제, 호서안찰사(충청도 암행어사)를 거쳐 병조판서에 이르는 등 학문과 관로에서 승승장구하다 나이 쉰다섯, 윤상도 옥사에 무고하게 연루돼 9년간에 걸친 제주도 유배를 시작으로, 예순다섯에는 2년간 함경도 북청에 유배되었으며 일흔하나에 과천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말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라며 추사의 대조되는 삶을 설명했다.
세상의 많은 위인들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 탄생했듯이 추사도 유배로서 지낸 고난의 세월을 예술로 승화시켜 ‘추사체’라는 불후의 명작을 완성시켰고,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 ‘진흥북수고경(眞興北狩古竟)’, ‘명선(茗禪)’, ‘판전(板殿)’ 같은 불후의 명작은 대부분 이 시기에 쓰인 것이라고 한다.
오찬장은 예산의 맛 집으로 유명한 기러기고기 전문점이었다. 기러기고기는 국내에서는 조금 이색적이나 프랑스와 남미에서는 이미 건강식으로 유명하다. 다른 조류에 비해 질병이나 전염병이 적고 지방이 적은 것이 특징으로 맛도 좋고 정력증강, 풍증의 치료와 예방, 일반 성인병 등에 좋으며, 중환자의 회복식, 성무력자의 강정식, 만성병 환자의 양생식으로 적합하여 가히 만인의 스태미너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산의 명물 사과 와이너리
예산은 특산물인 사과의 재배규모가 면적 1,217ha, 1,103농가에 이르고 연간 생산량은 2만 9,000여 톤으로 충남도내 57%를 차지할 만큼 전국적인 사과 주산단지다. 그 중 사과를 이용해 와인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과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 은성농원을 찾았다.
은성농원의 입구에는 드넓은 사과밭이 파릇파릇하게 펼쳐져 있어 멋진 장관을 보였지만 가을에 왔다면 빨갛게 매달린 사과와 같이 더욱 멋진 풍경이 반겨줬을 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은성농원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정제민 부사장은 EFL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사과 와이너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사과 와인 제조공정에 대해 설명했다.
“은성농원의 사과 와이너리는 양조장, 저장실, 레스토랑, 펜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과를 재배한다. 사과로 와인, 잼, 파이 등을 만들어 판매함과 동시에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서비스업까지 복합된 6차 산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 2010년 출시 이후 2011년 충남 대표명주 13선에 선정됐고, 2년만인 2012년 우리 술 대축제 과실주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과를 수확하는 가을철에는 사과 따기, 잼 만들기, 파이 만들기, 와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때문에 매일 평균 400명 이상이 찾고, 연간 3만 명 정도 방문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사과와인보다 파이, 잼 등의 매출이 더 높다며 웃었다.
정 부사장은 양조장과 저장실을 안내하며 사과와인에 대해 정통와인 방식으로 알콜도수는 12%, 한 달간의 저온발효와 1년의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드는 아이스 와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와인은 숙성 조건에 따라 맛이 변하며 가장 좋은 조건은 15도 이하의 온도 유지와 공기와 진동이 없어야 된다는 것.
아울러 브랜드 네임인 ‘추사’의 탄생에 대해서는 “가을을 대표하고 예산을 대표하는 과일이 사과이고 추사 김정희의 고향이기도 하여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예산 사과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덕산 스파캐슬에서 7~10월 간 사과와인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 양조공부를 하며 예산 사과 와이너리를 구상했다는 그는 “와이너리 사업은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토리와 히스토리가 만들어져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유럽의 역사 있는 와이너리에 비해 미약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한다는 관점으로 10~20년 정도 내나보고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이다”라고 사과 와이너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예산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6차 산업 개발 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과 관련해 향후 사과의 고장인 예산군의 주요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국정신을 일깨우는 충의사
1972년 사적 제229호 및 보물 568호로 지정 받은 충의사는 예산이 낳은 매헌 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이다.
충의사에 도착한 EFL 일행은 가장먼저 윤봉길 의사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에 묵념을 하고 그의 일대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윤봉길 의사는 1908년 6월 21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서 태어나 11세 때는 덕산 보통 학교에 입학, 그 이듬해인 12세 때 일제의 식민지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스스로 자퇴 후 19세에는 농촌부흥운동을 전개했다. 농촌부흥운동에 대한 일제의 탄압이 극심해져 국내에서 활동이 어렵게 되자 윤 의사가 1930년 23세에 중국으로 망명하여 1932년 4월 29일 그의 나이 25세, 중국 상해 홍커우 공원에서 개최한 일제의 천장절 겸 전승기념 축하식장을 폭파하는 거사에 성공했다.
기념관에는 거사 직전 김구선생과 윤 의사가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영상이 나온다. 그 영상에는 윤 의사가 김구선생에게 ‘저의 시계는 앞으로 한 시간 밖에 흐르지 않을 것이기에 제 시계와 선생님 시계를 바꾸시지요’라고 하는 말에 그의 굳은 의지가 나타나 방문자들을 숙연케 했다.
거사 직후 체포된 윤 의사는 그 해 5월 25일 상해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같은 해 11월 18일 일본 대판 위술형무소에 이감됐다가 한 달 뒤인 12월 19일 금택형무소 교외 삼소우 공병작업장에서 총살형으로 25세 일기로 순국했다. 이러한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에는 유물 56점이 전시되어 있고, 짧지만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그의 생애를 매직비젼 등 복합 영상모형으로 연출돼 있어 찾는 이들의 충의정신 학습장이 되고 있다.
천하의 명당 남연군묘
덕산 가야서 터 위쪽에 자리 잡은 남연군묘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인 ‘이구’의 무덤이다. 풍수지리가 일컫는 명당의 조건을 모두 다 갖춘 국내 최고의 길지로 알려져 있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 경기도 연천에 자리 했던 남연군묘는 풍수지리설을 믿은 대원군이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온다고 지목한 옛 가야사 터로 이장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7년 후 고종이 임금으로 즉위하고 다음으로 순종이 왕위에 올라 천하의 명당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남연군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독일인 에른스트 오페르트가 두 차례에 걸친 조선과의 통상교섭에 실패한 뒤 대원군과 통상문제를 흥정하기 위하여 시신과 부장품을 도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대외적으로는 서양인의 위신이 크게 떨어졌고 크게 노한 대원군은 통상수교거부정책을 강화하고 천주교탄압을 가중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해설사는 남연군묘 건너편 서원산 자락에 보덕사를 가리키며 “남연군묘를 이장하고 고종이 임금으로 즉위하게 되자 가야사를 불 지른 것에 대한 속죄하는 마음과 고종즉위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에서 서운산 기슭에 절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방단 일행은 귀로에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덕산 온천 리솜리조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고찰 수덕사 입구 한정식식당에서 만찬을 하고 상경했다.
한편 우리강산 쪽빛순례 4차 탐방은 6월 중순 께 충북 단양에서 이루어진다. 단양은 전국에서 찾고 싶은 관광지 1위에 오른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로 역사유적과 생태관광이 조화된 명소. 단양을 전국 제일의 관광지이자 무농약 생태농업을 일군 열정 많은 김동성 군수가 관광도우미를 자청, 회원들을 안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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