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본 글은 1997년 4월 기술사무국 발족 이래 본 CWC협약의 이행실태를 전반적으로 조명하고 아직 미가입 국가인 북한 문제와 향후 전망 등을 소개할 목적으로 작성됐다.
‘가난한 자의 핵무기’ 가공할만한 위력
일반적으로 ‘가난한 자의 핵무기(Poorman’s Atomic Bomb)’라고 알려진 화학무기는 그 잔혹성과 비 인도성 때문에 그 사용의 금지와 보유중인 무기의 폐기에 대한 국제적인 논쟁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발전을 거듭한 화학공업은 다른 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화학무기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아울러 야포, 항공기, 미사일 등 투발 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은 화학무기의 사용 가능성과 그 효과를 배증시키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5년 4월 22일, 벨기에의 이프리스(Ypres)지방에서 독일군이 영불 연합군의 방어진지 돌파를 위해 사용한 168톤의 염소가스는 5,000여 명의 사망자와 1,000만여 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아래 표 에 따르면 이후 상호 보복공격 등으로 대전 기간 중 총 130여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지난 1980년대의 이란과 이라크 간의 걸프전 중에 이라크는 이란의 알 포우(al Faw), 바스라(Basra) 및 마이눈(Majnoon) 지방에 수포작용제인 머스타드(Mustard) 가스와 신경작용제인 타분(Tabun) 가스를 살포하여 방호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란 병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라크 군대는 1988년 3월 이라크 동북부 지방의 크루드 거주지역인 하라바(Halabja) 지역 일대에 다량의 신경가스를 살포하여 약 5,000여 명의 크루드 민간인을 살상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이 사건은 전 세계에 화학무기 사용 및 그 확산의 방지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더 고취시켰다.
1980년대의 국제사회 질서의 변화와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은 그동안 정체되어왔던 제네바 협상구도를 가속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984년 미국은 부시 부통령의 이름으로 강제사찰(Challenge Inspection)을 포함한 강력한 검증제도(Verification Regime)를 제시하였고 소련은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 개혁과 개방정책을 표방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제안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되었다.
1987년 소련은 자발적으로 자국의 화학무기 비축량을 공개하고 제3국에 배치된 소련의 화학무기가 없음을 공식 발표하였다. 특히 미국의 부시 대통령후보는 1988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화학무기금지협약의 타결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미소의 태도 변화는 마침내 양국의 화학무기 저장시설에 대한 상호사찰과 관련정보의 상호교환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 체결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는 제네바 협상을 가속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강대국 적극적 의지에 힘입어 태동
이러한 강대국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제네바 군축회의 화학무기금지 특별위원회는 1992년 8월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사용의 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의 최종안을 작성하여 동년 9월에 군축 본회의에 상정하였고 본회의는 이를 채택하여 유엔 총회에 보고하였다. 제47차 유엔 총회는 1992년 11월 30일 139개국의 공동이름으로 제출된 화학무기금지협약안의 조속한 체결과 모든 국가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1). 그 이듬해 초인 1993년 1월 13일 마침내 국제사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CWC에 세계 모든 국가들이 서명토록 요청하였고 그 이틀 후인 1월 15일에 130개 국이 서명함으로써 마침내 다자 간 협상체계를 구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본 협약의 발효를 위해서는 협약 제21조의 규정에 따라 1995년 1월 15일까지 65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토록 하였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내 비준 절차의 지연, 협약이행 준비기간 소요 등의 이유로 비준서 기탁을 지연시키다가 그 2년 후인 1997년 4월에 87개 국가들이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서 협약이 발효되게 되었으며 이어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본 협약의 시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rganization for the Prohibition of Chemical Weapons, OPCW)’가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탄생되어 본격적인 임무수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후 16년이 경과한 현재 총 188개국이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였으며 북한, 시리아, 소말리아, 앙골라, 이집트, 남수단 등은 현재까지 서명도 비준도 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물론 이중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는 국가는 북한이다.
제네바의정서-생물무기협약 주축
CWC는 전문과 총 24개조의 본문 및 화학물질 부속서, 검증 부속서, 비밀보호에 관한 부속서 등 3개의 부속서로 구성되어 있다. 본 협약의 전문에는 1925년에 체결된 제네바 의정서와 1972년에 체결된 생물무기협약의 원칙과 목표 및 의무를 재확인하고 본 협약 이전에 체결된 이 두 가지의 국제협약이 계속 유효함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또한 화학공업분야의 성과는 전적으로 인류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 제1조는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Never under any circumstances) 취해서는 안될 일반적 의무사항, 즉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 획득, 비축, 이전, 배치 및 사용의 금지와 타국의 영토에 버린 당사국의 모든 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2조는 ‘화학무기’, ‘독성화학물질’, ‘원료물질’ 등 각종 용어의 정의와 그 적용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모든 당사국은 협약 발효 후 30일 이내에 1946년 1월 1일 이후에 발생된 화학무기 관련사항, 오래된 화학무기와 유기된 화학무기 관련사항, 화학무기 생산시설 관련사항 및 기타 시설 관련사항에 대하여 그 보유 여부를 신고해야 하며 신고된 화학무기는 향후 10년 이내에 완전히 폐기하여야 하고 또한 자국의 영토뿐만 아니라 제3국의 영토에 배치된 당사국의 화학무기 및 그 생산 시설도 본 협약이 규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폐기하여야 한다. (협약 제3·4·5조)
본 협약은 화학무기 제조와 관련한 원료물질을 목록 1물질(12종), 목록 2물질(14종) 및 목록 3물질(17종)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총 43종류의 화학물질을 협약의 감시 하에 두도록 하였다.(협약 제6조) 당사국은 이들 원료물질들의 연간 사용량 및 생산량을 신고해야 하며 그 생산시설은 당사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목록 물질별 신고기준과 국가별 취급 가능한 총량은 부속서에 명기되어 있다. 또한 모든 당사국은 자국의 헌법절차에 따라 협약이행을 위한 보장조치로 협약에서 규정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자국내 이행 법안과 위반시 제재를 위한 형사입법을 제정토록 하고 있다. 또한 각국은 화학무기금지기구 또는 다른 당사국들과 협약의 이행과 관련한 각종 형태의 협력과 사법적인 공조를 할 수 있도록 국내 담당기관을 지정 또는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시설물 국제사찰단에 개방해야
협약 당사국은 신고한 모든 시설물들을 화학무기금지기구에 소속된 국제 사찰단에게 개방하여야 하고 또 국제 사찰단이 실시하는 현장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수용토록 하고 있으며 또한 국제 사찰관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에나 협약 (1961.4.18)’에 따른 면책특권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협약 제4·5조, 검증부속서 제2부) 특히 화학무기 보유를 신고한 당사국은 화학무기의 저장시설, 생산시설 및 폐기시설에 대한 사찰단의 사찰을 수용하여야 하고 사찰과 관련된 제반 비용은 피사찰국이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다. 화학무기와 그 생산시설의 폐기는 협약 발효 후 2년 이내에 시작하여 10년 이내에 종결토록 명시하고 있다.(협약 제4·5조)
화학무기금지헙약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특정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대하여 협약이행에 대한 의심이 있거나 명백한 협약위반의 증거가 있을 경우 화학무기금지기구에 강제사찰(Challenge Inspection)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협약 제9조) 사찰단은 72시간의 범위 내에서 사찰활동을 할 수 있으며 본 사찰을 제기한 당사국은 피사찰국의 승인하에 사찰활동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구 창설이후 현재까지 강제사찰을 제기한 당사국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협약 제 6조는 화학물질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고 있다. 즉 본 협약에서 금지하지 아니한 목적의 범위내에서 당사국들은 독성 화학물질이나 그 원료물질을 개발, 생산, 획득, 보유, 인도 및 사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각종 보호장비의 개발, 방호훈련, 폭동진압을 위한 최루탄의 사용은 당사국의 재량에 속하나 화학물질에 관한 부속서의 목록 1,2,3에 열거된 독성화학물질과 그 원료물질,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시설 등은 검증부속서 규정에 따라 검증조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만약 본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이 화학무기의 공격을 받았거나 위협을 받을 경우 당사국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지원과 보호를 요청할 권리를 갖는다. 현재까지 본 조항에 근거한 지원을 요청한 당사국은 없으며 2002년 9월 크로아티아(Croatia)의 제다(Zadar)에서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최초로 긴급지원훈련을 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화학무기 폐기 = 세계적 흐름
화학무기 자체와 그 생산시설은 CWC협약 제3조와 4조에 따라 협약 발효 후 30일 이내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4월 최초 협약 발효 시에는 87개 국가 중 31개 국가만이 기술사무국에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이는 신고서의 작성요령과 신고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원인도 있었으나 회원국 상호 간의 서로 눈치 보기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후 해를 거듭하면서 신고서 제출 국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2년 말에는 총 188개 회원국 대부분이 신고를 완료하였다.
美·러시아 금년 중 전량 폐기 완료할 듯
화학무기금지기구가 정식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화학무기(CW)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당사국은 미국, 러시아, 인도, 기타 1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며 애초에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베트남, 이란, 에티오피아,큐바, 파키스탄 등 국가들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4개국이 신고한 총 화학작용제(Chemical Agents)의 양은 약 7만 MT(매트릭 톤)으로 860만 발의 포탄과 특수 용기에 충진되어 있으며 기타 41만 2,000여 발의 포탄과 용기는 화학작용제를 충진하지 않은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작용제는 총량의 63%가 신경작용제(Nerve agents)이며 이중 VX와 사린(Saline)이 각각 28%, 22%로서 총 50%에 달하고 소만이 13%이다. 또한 혈액작용제(Blister agents)인 머스타드(Mustard)와 루이사이트(Lewsite)는 35%이고 나머지 2%는 이원화 화학탄, 목록 2 화학물질 및 독성 폐기물 등이다. 2012년 말 현재 러시아와 미국을 제외한 모든 당사국들, 즉 인도, 리비아, 알바니아, 익명을 요구한 한 당사국 등은 화학탄과 그 원료물질의 폐기를 100% 완료하였다. 작년 말까지 러시아는 약 70% 그리고 미국은 약 85%를 완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금년 중에는 전량 폐기 완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은 서명도 비준도 않은 유일한 국가
북한은 현재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서명도 비준도 하지 않은 아시아의 유일한 국가이다. UN보고서 등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면 약 2,500톤 ~3,000톤 정도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화학무기는 주로 신경(Nerve agents) 및 질식가스 종류이고 북한 내 여러 곳에 분산하여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기술사무국(네덜란드 헤이그 소재)은 거의 매년 북한의 가입을 촉구하고 총회 관찰자(Observer)로 참석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북한은 단 한 차례도 참석한 적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북한의 화학무기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가려져서 과거 어떤 정부도 공개적으로 북한의 화학무기 폐기를 공론화한 적이 없으며 그간 북한의 핵개발 문제만이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온 실정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발 또는 테러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핵무기보다 오히려 북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의 폐기가 현실적으로 훨씬 긴박하고 절실한 문제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다분히 북한 정권안보 또는 체제유지 목적이나 근자의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은 화학무기를 이용하여 유사시 남한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남한 체제를 흔들기 위하여 국지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북한의 화학무기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 제조되어 약 50여 년이 지난 상태이므로 보관용기의 부식 등으로 유출 위험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CWC 협약가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폐기 경험이 있는 남한의 기술 지원과 폐기비용 일부지원을 약속하면 북한의 수락을 받아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아시아의 유일한 미 가입국으로 남아 있는 북한을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도록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만약 북한이 가입한다면 ‘남한의 재정적·기술적 지원으로 북한의 화학무기 폐기를 지원토록 하겠다’는 천명은 국제사회로부터 대단히 환영받을 것으로 사료된다.
대량살상무기의 폐기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CWC 협약은 과거 어떤 국제협약보다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북한을 마지막으로 지구상에서 화학무기의 완전한 폐기의 날을 맞게 된다면 한반도는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지역으로 후손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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