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저가 공급계획 ‘특혜’에 주유소업계 반발

유류세 인하로 고유가 완화 해답 찾아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4-02 13: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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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는 급등하는 기름값을 잡기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으로, 도입 1년여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전국 886개소(1월 말 기준)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알뜰주유소를 중심으로 석유를 저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주유소업계가 반발하고 나서 알뜰주유소가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유소업계 “형평성 잃은 알뜰정책 즉각 중단하길”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28일 물가관계부처회의에서 3월 초 휘발유 판매가가 전국 평균 리터당 2,000원 초반대로 형성될 경우, 석유공사가 확보하고 있는 재고 물량 소진시기까지 1,800원 고정가격(출하도)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유가상승에 따른 단기적 유가 고점 완화대책의 일환으로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렴한 물량을 알뜰주유소에 집중 공급하는 것이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저가로 석유를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정유사 계열의 인근주유소 판매가격도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사)한국주유소협회(회장 김문식)를 중심으로 한 주유소 업계는 이에 대해 열악한 업계상황에 추가적인 타격을 불러오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하며, 실행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3월 8일 제2차 긴급회장단회의를 통해 이번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논의했다.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이번 저가 공급 계획에 대해 “형평성을 무시한 반(反) 시장 정책”이라며 “알뜰주유소가 이미 특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까지 시행되면 800여 개의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전국 1만 2,000여 개 주유소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형평성 잃은 정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주유소업자 사지로 내모는 행위… 강경히 대응할 것
현재 일반 주유소의 매출이익은 리터당 평균 50원이 안 된다.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와 동등하게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유사 공급가(1,930원 추정)보다 130원이나 저렴한 1,800원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것은 일반 주유소는 판매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정책을 최대 화두로 하여 고유가 책임을 주유소업계에 전가하는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대형마트주유소 도입, 농협주유소 확산 등이 그 예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대기업 일방에 유리한 ‘임기응변식’ 정책을 펼쳐왔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알뜰주유소를 지원하여 영세한 주유소를 핍박하는 것은 현 주유소 업계의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 주유소 사업자도 엄연히 이 나라의 국민임에도 불구, 현 정부가 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를 망각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 럽다”며,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알뜰주유소 저가 공급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분노한 1만 2,000여 사업자들은 실행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부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주유소업계의 대응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지만, 정책이 시행될 경우 동맹휴업이나 집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정책 시행 시 4대 일간지에 성명서를 제출 하는 등 편법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가능할 경우 모든 주유소에 현수막을 걸어 업계의 의견을 적극 표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유가가 낮아지면 주유소는 마진이 낮아지고 정유사는 주유소 공급가가 낮아진다고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전환 신청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물량을 일반 주유소들도 전자상거래에 등록해 거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가 현재 주유소에게 이송되는 경우가 많아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켜 정유사와 주유소 차원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또 석유공사의 계약 준수, 저가판매 실적 등이 우수한 주유소를 우대할 예정으로, 물량이 제한적인만큼 계약 이행 실적이 저조하고 판매가 인하 의지가 부족한 주유소를 계획에서 제외할 수 있음을 전했다. 주유소에서 마진을 높게 잡을 경우 가격인하 효과가 없어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폐업주유소 지속적인 감소세… 올해는 더 증가할 것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주유소시장에 규제완화 정책과 과도한 경쟁촉진 정책을 펼쳐오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협받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주유소협회의 ‘연도별 영업 및 폐업 주유소 수 추이’ 자료에 의하면 전국 영업주유소 수는 2010년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지만, 2010년 1만 3,003개를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2012년 영업주유소는 200개 감소한 1만 2,803개이며, 2012년 기준 폐업주유소는 전년(205개) 대비 27% 증가한 261개소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만 쉬어도 적자가 나는 주유소가 수두룩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되면 올해는 작년의 2배 이상으로 도산하는 주유소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유소 매출이익률이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진 알뜰주유소가 시장에 가세함에 따라, 인근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에 대한 정유사 공급가격의 인하 없이 주유소 판매가격만 낮추면서 매출이익이 하락돼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의 도입 목적은 대기업 정유사의 경쟁유발 효과다. 그러나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가 등장한 이후 소수의 알뜰주유소 운영자와 그 주변 일부 주민에게 국한되어 혜택이 돌아가고, 이미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던 영세한 주유소의 경쟁만 부추겨 경영난을 가중시켰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주유소협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9개 주유소의 전환전과 전환후 판매량을 각각 3개월간 분석한 결과, 알뜰주유소 판매량은 최대 176% 급증하는 등 평균 39% 급증했다. 반면 알뜰주유소 인근 주유소 판매량은 해당 알뜰주유소의 전환전과 전환후 최대 46%까지 급감하는 등 평균 6% 감소한 상황이다.


외형적 확대 치중으로 부작용 낳아… ‘가짜석유’ 적발

주유소업계는 이에 대해 외형적 확대 치중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보급 및 장려했을 때는 알뜰주유소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구실을 마련해야 했지만, 시장상황에 대한 인식과 검증철차 없이 알뜰주유소 확산에만 급급해 과도한 시장개입을 했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대부분의 주유소가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주유소들로 석유품질보증프로그램 의무화를 통해 품질 보증을 약속했으나, 정부가 의도한 만큼 알뜰주유소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외형적 확대에만 쫓겨 품질보증을 선택제로 전환하여 한 보 ‘후퇴’한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알뜰주유소에서 가짜석유가 적발된 것이다. 작년 전남 순천 등 가짜석유를 팔아온 알뜰주유소가 적발되면서 모범적인 주유소를 선정하지 않은 정부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유가 완화 해답은 ‘유류세 인하’

아울러 업계는 정부의 허술한 유가 관리에 따른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의 대다수는 알뜰주유소를 정부가 인증한 주유소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알뜰주유소에서 적발된 가짜석유 전문조직까지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여 가짜석유를 팔고 있어 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새 정부가 복지를 강조함에 따라 세금을 줄일 가능성이 만무하다. 결국 단기적으로 국민의 눈을 돌리게 하는 하나의 ‘꼼수’에 불과하며, 이는 결국 석유시장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소업계는 고유가 완화 대책으로 임기응변이 아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의 기름값 부담을 줄이려면 수출 기업에만 유리한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고유가의 근본 원인인 기름값의 50%를 차지하는 ‘유류세’의 탄력세율을 인하하여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바람직한 고유가대책을 펼쳐야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정부는 작년 정유사가 마진 악화로 힘들어 하는 사이, 유류세 수입으로 큰 이득을 봤다.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지난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약 5,980억 원의 유류세를 더 거뒀기 때문에 탄력세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정책은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현 정책은 리터당 몇 십 원 정도에 불과한 주유소 마진을 줄여 유가를 내리겠다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앞으로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서민경제에 미치는 고유가를 완화하고, 가짜석유 단속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지난 국감에서도 알뜰주유소 논란… 기대 이하 실적 비난

알뜰주유소에 대한 논란은 전년도 前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도 다수 제기됐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부실 운영에 대해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주유업계에 분란만 일으킨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평가였다. 먼저, 알뜰주유소 석유가가 당초 목표 가격에 못 미친다고 지적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판매가는 약 1,994원으로 일반주유소에 비해 약 23원 저렴한 데 그쳤다. 이는 정부가 일반 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싸게 파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알뜰주유소에 막대한 보조금까지 지원한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또 정부가 알뜰주유소의 석유 품질을 보장한다고 했음에도 불구, 가짜석유가 다량 발견됨에 따라 품질에 대한 의문이 들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알뜰주유소의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정작 품질관리 소홀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알뜰주유소 목표수를 2015년까지 1,300여 개로 잡은 산업부가 1,000개가 보급될 경우 ‘지원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날 것’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말이 많았다. 알뜰주유소가 석유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 수입사 기름이나 정부 공급용 석유를 사용하는 알뜰주유소가 공급이 떨어질 경우 ‘편법’을 쓸 가능성도 높다.


‘기름값 20% 싸게’ 국민석유 회사 출범

이러한 가운데 기름을 20%가량 저렴하게 제공하는 ‘국민석유 회사’가 공식 출범하여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석유회사는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창립 발기인 대회를 열고 법인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발기인 대회에는 이태복 前 보건복지부장관, 소설가 조정래, 이윤구 前 적십자사 총재 등 정계, 문화계, 종교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내달 초 법인 등록 절차를 마친 후 5월 중순 일반인 주식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석유 회사는 지난해 6월 준비위원회를 꾸린 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1인 1주 갖기 약정운동’을 벌여 현재까지 약정액 1,200억 원을 모았다. 기름을 일반 주유소보다 20% 싸게 파는 것을 목표로 출범한 국민석유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5,000억 원의 자본금을 모집해 대한민국 제5의 정유사로서 정제 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정유업계는 자본금 5,000억 원으로 정유공장을 짓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지만, 국민석유 준비위원회는 국내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4대 정유사들의 시장 독점구조 때문이라며 수입 다각화를 통해 기름값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석유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 효과는 글쎄

한편 산업부는 최근 가짜석유 근절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주유소에 POS 설치를 의무화하여 주유소의 모든 판매정보를 거래건별로 전송 받아 관리하는 ‘석유 수급보고전산화 시스템’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현장단속만으로는 가짜석유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 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 9월중 본격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다수 주유소업자들은 시스템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정보유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2월 22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62% 회원사가 시스템 도입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유소업계는 15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다수의 주유소가 시스템 도입을 찬성하는 것처럼 호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2월 26일부터 6일간 석유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 관련하여 6,427개소(59%)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유소 95%가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소비자시민모임의 설문조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 도입은 정부가 주유소업계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 것으로 심각한 정보유출일 뿐 아니라 예산낭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새정부와 산업부 규제개혁 위원회 등에 시스템 도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할 예정임을 밝혔다.

업계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재화에 따라 사회적 제약이 가해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석유판매자의 정보를 임의로 들여다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다른 목적으로 그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을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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