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막을 대책 제대로 세웠나

보다 실효성 있는 전력수급 안정화 방안 시급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3-04 20: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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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과 같은 전력부족 사태가 현실화됨에 따라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시급성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지난 겨울 계속된 한파로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그동안 진행돼 온 정부 차원의 전력 수급 대책과 앞으로 계획 중인 정책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택형 최대 피크요금제’ 시범 시행…사전준비 부족
올 겨울 초 정부가 도입 예고했던 ‘선택형 최대 피크요금제(CPP)’가 지난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요금제는 평상시에 약 30%의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고 피크 지정일·시간에는 기존보다 약 3~5배 높은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이 제도는 아직 시범 사업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방안이라고 보여 졌기 때문에 그 활용도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이 요금제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인 기업은 큰 이득이 있다. 그러나 만약 평상시 할인율에 기존 요금과 현격한 차이가 없다면 기업들은 피크 시간의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입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피크 시간을 피해야 하는데 심야와 주말에도 가동해야 하는 대부분의 공장이 단기간에 기존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조성봉 교수는 “제도가 급격하게 만들어짐에 따라 사전 홍보가 다소 미비했고, 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뿐만 아니라 설문조사 등의 사전준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요금제 시행의 경우 이 점이 부족했다. 이것만 잘 이뤄 졌어도 지금보다 반응이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사전조사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전문가와 함께 이 제도 시행을 통해 가격기능을 염두한 목표관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해왔다. 홍보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충분히 진행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정부, 전기 요금제 활용은 소비자의 자유
일각에서는 선택형 최대 피크요금제에 가입한 기업이 기존 기대치의 3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한전과 지경부는 ‘당초에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전 요금제도팀의 한 관계자는 “선택형 피크요금제의 경우 이번에 처음 시행됐으며 현재 본격적인 도입이 아닌 시범사업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실증데이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목표치가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 요금제는 선택형이기 때문에 참여여부는 고객의 자유로 강제성이 없다. 그러나 추후 요금이 올라 자기 부하관리를 못할 경우 오히려 이전보다 요금이 더 나가게 되면 고객에게 더 큰 부담이 갈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맞게 이 요금제를 활용해 피크 시간을 부하관리하면 요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전력진흥과의 한 관계자도 “이미 시행중인 수요관리제도에 가입한 다른 고객은 이 요금제에 중복가입이 허용되지 않아 나머지를 모집대상으로 하게 되다보니 결과적으로 모집인원이 작아 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요금제가 실질적으로 효력이 있으려면 ‘대기업이 많이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요금제는 계약전력이 300kW 이상 3,000kW 미만에 해당되는 중소업체에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와 한전은 “산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대기업들은 이미 기금과 같은 다양한 수요관리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요금제까지 적용받는 것은 ‘이중혜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 안 쓰면 보조금 지급?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

또 한전은 현재 산업체의 전력 수요를 줄이는 목적으로 ‘주간예고 수요조정제도’를 시행해왔다. 주간예고는 예비전력이 정상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 대비하여 사전 계약한 일부 기업에게 전력 사용량 감축을 제안하고, 이행 시 사용하지 않은 전기 부분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제도는 엄청난 세금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다른 기회비용으로 봤을 때도 ‘효율성 제로’라고 설명한다. 숭실대 조성봉 교수는 “기업들이 전기를 쓰지 않아 단기적으로 수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끊는다고 대책이 아니다. 기업들도 기업은 차라리 비용을 지불하고 전기를 사용하여 조업을 하길 원한다.

일단 한전의 요청에 따라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충분한 보상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창 일하고 수출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전기 사용을 중지함에 따라 경쟁력은 낮아지고, 수출 실적이 떨어짐에 따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진제 단계 축소…전기 조금 쓰는 서민 부담
한편 올해 수요관리 방향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현행 6단계에서 3~5단계로 축소될 전망이다. 지경부의 이번 누진제 개편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현실화하고 기존 누진제의 6단계에서 ‘폭탄급’ 전기요금을 지불한 고객들의 불만사항도 고려함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안이 시행되면 에너지 과소비층이 아니라 전기를 조금 쓰는 서민에게 부담이 더 가게 된다는 점이다.

만약 계획대로 누진제가 축소될 경우 최대 요금차이가 11.7배에서 4~8배로 줄어드는데, 결국 5~6단계에 속하는 과소비층의 요금 부담은 줄이는 대신 1~2단계에 포집된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전체 약 38%)의 부담은 늘어나게 셈이다.
조성봉 교수는 “이번 경우처럼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전제하에서 가정용 누진제를 6단계 안으로 축소하는 것은 서민층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누진제를 통해 그동안 많이 소비한 가정에 요금을 더 받아왔는데, 전체 전기수익이 정해진 전제하에서 단계를 줄이면 적게 쓴 가정에서 메꿀 수밖에 없게 되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약 지금과 같은 비판을 피하려면 추후 전기요금을 올릴 때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서민층이 내는 요금은 묶어 두고 중산층의 단계를 한 단계 정도 올려 전체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경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반응에 대해 “이번 방안은 하나의 안일 뿐이며, 추후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일본 원전 중단, 우리나라에 적용 안 될 것
전력수급에 있어 정부가 원전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귀띔 했을 뿐 원전 규모 등 구체적으로 원전 운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사건이후 원전 사용을 모두 중지한 일본의 경우 산업계에 타격이 가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막상 원전이 잘 돌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과 우리나라의 송전계통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일본은 약 10개의 발전소가 각 지역별로 떨어져 있어 발전소 사이에 전력 교류가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역마다 주파수가 달라 양쪽 발전소에 변환기(converter)를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설사 전력이 교류된다고 해도 극소량이며, 비용 또한 비싸다. 또 각 지역 자체 내에 석탄, 석유 등의 발전소가 배치돼 있어 예비율도 충분하다. 즉 원전이 안 돌아가도 지역 내 운영되는 발전소가 있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결과적으로 일본은 원전을 다 중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에 큰 영향이 가지 않은 것이다. 반면 각 지역으로 전기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발전소가 하나로 연결된 우리나라는 전력수요는 수도권에 몰려 있으나, 발전소는 울진, 고리, 영광 등 남해안에 응집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수도권에 원전의 전력 공급이 끊켰다면 이미 ‘암흑세상’이 됐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송전계통의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함에 따라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힘들다.


환경 친화적인 ‘분산형 전원’ 확보 필요성 제기
우리나라도 우리 체계에 맞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미비한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원전 등의 발전소가 남해안에 몰려 있는 구조를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이 논의 되고 있지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분산형 전원’ 확보의 중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분산형 전원은 원자력과 화력발전 등 대규모 발전원을 대신하는 소요량 발전시스템으로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경우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전력피크를 일정 부분 감소시키고, 발전소 입지난 해소와 에너지 효율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2003년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은 북미와 이탈리아는 정전의 원인을 중앙 집중 발전방식의 취약성으로 꼽고 분산형 전원을 확대했다.

즉, 우리나라도 원전 등의 발전소가 한 지역에 몰려있는 것 보다 전국에 고르게 퍼뜨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안정적 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 환경 친화적인 분산형 전원을 많이 확보함으로써 원전을 점차적으로 절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제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다만 단기간에 설치 가능한 디젤발전기나 도시형 친환경발전소 등을 세워 문제를 차차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처럼 보조금을 들여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것보다 비용을 덜 들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전력수급 관리 마련되길
새 정부가 들어섰다.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목표를 보면 에너지수급안정을 위해서 전력예비율을 적정하게 확보하는 한편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를 위해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마련하고 원자력 안전관리 분야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발표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인 국가의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에 따라 하부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정부의 비효율적인 지원이나 단기적인 보조형태가 아닌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전력수급 관리가 촉구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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