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분야 이제는 유지·보수가 관건
2011년 일교통량을 살펴보면 고속국도, 일반국도, 지방도를 포함한 도로 위를 하루 평균 6만 1,355대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등하교를 하는 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도로를 이용한다. 그만큼 도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밀접한 공공재다.
이에 최근 국내 도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유지·보수’와 ‘환경’ 분야다. 도로보수 분야만 하더라도 포장도로, 미포장도로, 구조물, 도로안전시설, 터널, 도로표지, 차선 도색을 포함한 다양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달렸던 도로들이 사실은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만들어졌으며, 해마다 막대한 비용으로 유지되고 있다. 고속도로 1km를 건설하는 데 약 1,00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며, 한 번 보고 지나치는 표지판은 한 개가 만들어지는 데도 상상 이상의 비용이 사용된다.
우리가 보기엔 일반적으로 만들어 졌을 것 같은 표지판도 기후환경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받고 운전자들이 최대한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등 토목설계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표지판뿐 아니라 가드레일을 포함해 차선 하나 그리는 것도 결국은 돈이다. 그 외에 계절적인 요인 중 하나로 겨울에 내리는 눈을 녹이기 위해 뿌리는 제설제 등도 도로에 사용되는 비용 중 일부분을 차지한다.
친환경 도로 정책 결국, 돈과의 전쟁
유지·보수 외에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 환경 분야는 도로를 건설할 때나 사용할 때 좀 더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말하며, 정부에서 앞장서서 친환경적인 도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친환경 도로건설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도로학회 등 포장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한 ‘포장 성능 개선연구’를 통해 2010년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혼합물 생산 및 시공 잠정지침’을 제정했으며, 일반국도 등에 실시한 시험포장 등을 통해 ‘저탄소 아스팔트 포장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전국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제설제, 친환경타이어, 친환경도로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로가 환경과 만났을 때 앞서 밝힌 유지·보수 분야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도로에 사용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아우르는 기사를 여러 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로 ‘제설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알아본다.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특히 올해 초부터 더 많은 눈이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통상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눈이 오면 당연히 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도로 위에 눈이 내리는 동시에 제설차량이 신속히 제설작업을 하고, 제설제로 인해 질퍽해진 도로 위를 자동차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달린다.
만약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으면 운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자연스레 눈 치우는 일은 정부와 지자체가 떠맡게 된 ‘업무’가 됐다. 이것이 우리나라 눈길 운전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눈이 꼭 치워야만 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한 것일까.
눈 치우는 대신 다져놓는 유럽
먼저 외국사례를 살펴보자. 유럽의 경우 많은 나라들이 눈이 왔을 때 그 눈을 애써 치우지 않는다고 한다. 눈이 오면 눈을 치우는 것이 정부의 업무가 아닌 개인이 대비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 운전자들 대부분은 눈이 왔을 때 자동차의 타이어를 스노우타이어로 교체하거나 스노우체인을 달아서 스스로 눈에 대처한다.
일본 훗카이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도시답게 스노우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함은 물론, 장착하지 않았을 경우 보험가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눈을 치우거나 녹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눈을 평평하게 잘 다진다는 점이다. 한쪽이 움푹 파였을 경우 자동차 운행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잘 다져서 고르게 해놓을 뿐 굳이 눈을 녹이지 않는다.
정부는 눈길이 평평하도록 잘 다져놓기만 하면 되고, 운전자들은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으로 잘 다져진 눈길을 달리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는 제설제 같은 화학물질이 필요하지 않다.
서울시 작년 12월 1만 7,000톤 제설제 사용
국내 상황은 어떤가. 국토해양부 관계자에 따르면 눈이 오는 즉시 제설차량이 제설작업을 수행한다고 한다. 운전자들은 1년 365일 똑같은 일반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운전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 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울시에서는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약 1만 7,000톤의 제설제를 사용했다. 친환경제설제는 사용량이 적어 사용양으로 환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사용된 제설제는 염화칼슘과 소금을 액상으로 만든 수용액이 대부분이었다. 염화칼슘이 톤당 15~2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소금을 제외하고도 한 달 약 34억 원이 도로에 뿌려졌다는 것이다. 국내 16개 시·도까지 따져보면 약 544억 원에 이른다.
물론 ‘제설제’만 놓고 계산했을 때 이와 같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외에 제설차량 운행비, 인건비 그리고 제설제가 녹은 눈과 함께 하수도로 흘러갔을 때 이를 처리하는 비용 등을 계산하면 한 해에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도로 위에 뿌려지는지를 어림잡을 수 있다.
친환경제설제 사용, 현재 예산의 5배 필요
제설제가 비단 비용적인 문제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설제는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도로에 뿌려진 제설제는 눈이 녹으면서 하수도로 흘러내려갈 때 하천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고자 하수도에 폐수를 처리하는 장치를 설치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도로마다 설치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할뿐더러 그 많은 폐수를 일일이 다 처리해서 흘려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제설제를 대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친환경제설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제설제 역시 크게 세 가지의 문제를 야기한다. 첫 번째는 근본적으로 과연 친환경적이냐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제설능력의 부족, 세 번째는 비용의 문제다.
친환경제설제도 결국은 소금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의문은 자연환경에 다른 첨가물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이냐는 점이다. 물론 화학물질이 아닌 천연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일반 제설제와 비교했을 때 친환경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면 최선의 기능을 발휘하느냐.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친환경제설제의 기능이 일반 제설제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눈이 녹는 시간도 일반 제설제에 비해 길어서 그만큼 이용자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에 대한 업체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으나 사용하는 관계자들의 생각이 이러했다. 게다가 현재 사용하는 일반 제설제를 친환경제설제로 대체해서 제설작업을 하려면 현재 예산의 약 2~5배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가격도 비싸고 기능은 떨어지고, 그렇게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친환경제설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관계자는 “차라리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친환경제설제 외에 열선도로, 스프링쿨러를 도로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열선도로를 건설했을 경우 사용되는 전기료, 관리비 등 역시나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스프링쿨러는 일본에서 설치한 사례가 있는데, 일본의 경우 지하수가 따뜻하기 때문에 스크링쿨러를 통해 물을 도로에 흘려보낼 시 눈이 녹는 반면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에는 맞지 않아 이 역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도로 위 뿌려지는 세금 아껴 도로안전 위해…
그렇다면 앞서 제시했던 유럽의 경우처럼 눈을 다지는 것은 어떨까. 명지대 교통공학과 금기정 교수는 “근복적으로 눈을 왜 녹여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관리청인 지자체에서 눈을 녹이는 것이 하나의 업무가 됐는데, 사실 이 일은 개인이 해야 할 일”이라며 “본인의 세금이 도로 위에 뿌려지고 있다. 이 돈을 아껴서 차라리 도로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즉 제설제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개인의 노력으로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부족한 예산에서 이 비용이 차라리 다른 분야에 사용된다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이 변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뒷받침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금 교수 외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해왔고, 익숙할 만큼 익숙해진 일에 국민이 나서서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설제 사용이 최선?
반면 눈을 녹이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관계자들의 의견도 있다. 도로는 하나의 길에 역할이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물류를 운반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21세기에 물류운반은 더더욱 중요한 가치를 띠고 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단순히 도로에 버려지는 비용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눈으로 인해 물류운물류운반과 안전 등이 위협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낭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환경을 고려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변지역과 같이 직접적으로 하천오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친환경제설제를 사용하고, 일반 제설제의 경우도 염화칼슘 약 30%와 물 약 70%를 혼합한 수용액을 사용해 제설효과는 갖되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작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친환경제설제 사용을 위해 환경부와 협의하는 등 방안들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겨울용 타이어 눈길 외 차가운 노면에도 효과
그렇다면 눈을 녹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스노우 타이어, 즉 겨울용 타이어는 얼마나 더 효과가 있을까. 물론 스노우 타이어 사용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눈이 올 때야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나라가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나라도 아니고 눈이 멈췄을 때 일반 도로를 달릴 경우 오히려 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하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스노우 타이어는 눈길은 물론이고 차가운 노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스노우 타이어가 눈길을 포함해 어느 길에서든 만능인 ‘요술타이어’는 아니지만 적어도 겨울철에는 일반 타이어보다 안전한 타이어임에는 틀림없다.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서승화)에 따르면 실제 눈길과 빙판길 테스트 결과 눈길에서 시속 40km를 주행했을 때 제동거리가 겨울용 타이어는 18.49m인 반면, 사계절용 타이어는 37.84m로 겨울용 타이어가 사계절용 타이어 대비 제동 성능이 약 2배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용 타이어는 저온전용 특수 실리카를 함유한 고무를 사용하는데, 빙판길과 눈길에서 노면과 마찰할 때 고무의 반발력을 낮추고 저온에서도 딱딱하게 굳거나 얼지 않는 유연성이 좋은 고무들을 사용한다.
또 겨울용 타이어 토레드 표면에 삽입된 수많은 커프(트레드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홈)는 뛰어난 에지(edge) 효과를 발휘하며 이외에도 우수한 배수성능으로 눈이나 빙판이 녹아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 형성되는 수막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한국타이어에서 새롭게 출시한 ‘윈터 아이셉트 에보’와 ‘윈터 아이셉트 이지’는 이러한 기능을 모두 만족시킨 겨울용 타이어다.
적든 많든 눈만 내렸다 하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내 도로상황과 더불어 과연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보를 잘못한 기상청? 혹은 제설작업이 더딘 지자체? 아니다. 눈이 오는 우리나라의 계절 탓은 더더욱 아니다.
겨울에 눈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겨울이 오면 겨울옷을 준비하듯 자동차도 준비를 해야 한다. 차갑고 미끄러운 도로에서 좀 더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전을 위해 운전자 스스로 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물론 유럽이 한다고 해서 굳이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그 나라의 지형적 특성부터 국민의 특성까지 고려해서 정책과 제도,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기 때문에 눈을 녹이지 않고 다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은 발상의 전환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안전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지 국가가 이를 보장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운전자 개인의 책무를 다 했을 때 국가의 도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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