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대부분의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근래 일본·중국에 이어 국내서도 발견돼 아시아 전체가 슈퍼박테리아 공포에 휩싸였다. 슈퍼박테리아가 생기는 큰 이유는 항생제 오남용 때문. 항생제 복용, 지금 이대로 계속된다면 문제는 없는가?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독 항생제를 과신(過信)·과용(過用)하고 있는가?
항생제 소비량 OECD 국가 중 1위
한림대학교 의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에 의하면 감염질환의 치료에 가장 필수적인 약제인 항생제는 현재까지 약 200종류 이상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처방빈도가 많아 전체 약제비의 20~40%, 즉 최고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엄 교수는 항생제 처방의 적절성에 대한 국내외 연구에 의하면 항생제 사용 중 약 30~60%가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항생제를 많이, 자주 쓰는 나라도 드물다. 소위 감기에 걸려도 항생제, 수술 후에도 항생제, 각종 염증에도 항생제를 즐겨(?) 쓴다. 미국의 의사들은 국내 의사들이 감기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처방하는 약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1~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낫기에 오히려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내성이 유발될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감기나 인플루엔자에 거의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그것이 원인이 돼 감기를 악화 시킬 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항생제 과용은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된 병·의원 항생제 처방률 공개 이후 점차 감소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 등에 비하면 그 사용률은 여전히 높다. 2010년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DDD(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 항생제 복용)로 벨기에와 함께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12.9)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만큼 현재 국내에서 항생제 사용이 남발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재단법인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APFID) 이사장 송재훈 교수(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가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함께 국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항생제사용 및 내성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72%가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항생제에 대한 무지와 이에 따른 오남용의 실태를 보여주는 근거가 되는 이 설문에서는 항생제가 감기에도 효과가 있다고 답한 사람이 51%였으며, 28%의 응답자는 집에 남은 항생제를 감기 증상에 임의로 복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다 처방, 형식적관리 허점 드러내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처방 관리가 감염내과가 개설된 소수의 대형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분 감염내과 주도로 제한 항생제 관리 시스템을 만들거나 항생제 처방 전산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엄 교수는“감염내과 전문의가 각 병원마다 1~2명인 상황에서 관리해야 하는 항생제의 처방 건수가 절대적으로 많다”면서 “그런데다 원하는 항생제를 자유롭게 사용하고자 하는 다른 의료진과의 갈등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형식적인 관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국내 의료계 항생제 관리의 허점을 꼬집었다.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에 의하면 항생제 내성은 WHO가 3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할 만큼 심각성을 보이고 있으나,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는 아시아의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각국의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출현 빈도를 보면 중국 96%, 대만 85%, 베트남 80%, 일본 79%, 한국 77%, 홍콩 75% 등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61%), 프랑스(46%), 스페인(43%), 미국(38%)에 비해 크게 높은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성균 대책 철저 기하는 선진국들
엄 교수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항생제 사용 적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서 여러 제도와 지침이 수립돼 시도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질병통제센터(CDCP·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국립전염병재단(NFID·National Foundation of Infectious Disease), 미국의료역학회(SHEA·Society for Healthcare Epidemiology of America), 미국감염병학회(IDSA·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등의 다양한 단체와 기관에서 각 병원들에게 항생제 사용을 모니터하고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병원들은 항생제 처방 적정성 향상을 위해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한 기본 항생제 제시, 치료지침 제시, 항생제 자동 처방 중지(automatic stop order), 특정 항생제들의 사용 제한, 임상 진료지침과 각 전문분야의 협력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병원감시체계의 구축·운영과 동물용 항생제 사용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세균이 항생제에 대해 저항력을 갖는 내성균과 관련 다양한 환자가 이용하는 병원의 내성균 확산을 차단하는 사전 조치가 미흡한 편이다. 반면 내성균이 적은 북유럽 국가들은 내성균 대책도 철저하다. 이들 국가들은 ‘항생제 사용 치료 지침’을 작성해 의료 관계자들에게 철저하게 주의시켜 항생제의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와 달리 감기나 중이염에는 쉽게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특히 내성균의 병원감염 예방차원에서 스웨덴,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1인실의 격리병동을 운영한다. 스웨덴의 웁살라병원의 경우 항생제 내성균을 포함한 모든 감염환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출입문이 있는 1인실의 독립된 병실에 입원시키고 있다.
‘항생제내성관리법안’ 수립해야
우리나라의 항생제 관리정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와 농축산물과 관련해 가축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사례가 많아 농림수산식품부가 제각기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민인식 부족으로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관계 기관 간 협조체계 및 정책적 연계시스템 등이 미비한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항생제 관리는 개인적인 노력이나 일부 전문가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의료계의 부단한 노력,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의료 소비자의 인식변화 등이 이뤄져야 적절한 항생제 처방 관리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엄 교수는 “의료계는 항생제 관리를 위해 감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병원 경영진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항생제 관리에 필요한 전문 인력 고용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의료계가 주도해 의료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다양한 매체를 통한 교육, 홍보, 캠페인 등의 실제적인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부는 공중보건의 심각한 문제인 다제내성균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편 작년 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희목 의원은 항생제내성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항생제내성관리법안’을 제정·발의했다.
이 법안은 범정부적인 항생제내성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항생제내성을 지속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항생제 내성관리체계 구축·운영 규정 마련 △국무총리로 하여금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5년마다 제출한 항생제내성에 관한 안전관리계획을 종합 ‘항생제내성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것 △항생제내성관리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항생제내성관리위원회 조직 △국가가 항생제내성의 발생과 관리 실태에 대한 자료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통계를 산출하는 사업 실시 등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18대 국회 후반기 일정이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불용의약품 관리 위한 지자체 조례 제정 시급
항생제 오남용과 함께 의약품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이 ‘불용(不用)의약품’의 관리다. 말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보관·방치된 의약품’ 관리를 의미한다.
사실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복용 후 방치되는 불용의약품의 경우 이미 복용기간이 경과된 것이 다수임에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경우 복용을 하는 등의 약물 오남용 사례가 발생돼 국민의 건강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폐의약품의 경우 생태계교란물질 및 향정신성의약품, 스테로이드계 약물은 물론 항생제 성분 등이 포함돼있어 일반쓰레기와 동일하게 취급될 경우 지하수로 침출수가 스며들게 될 위험이 있다. 특히 강물로 유입될 경우 마시는 물의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 성동구(구청장 이호조)는 지난 2009년 말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불용의약품 관리조례’를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조례제정’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불용의약품 관리에 나선 것은 성동구가 지자체로는 최초였다.
그러나 수도권과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불용의약품 안전관리’가 지방에서는 제대로 시행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지자체 수는 기초단체 234개를 포함해 250개이다. 이 가운데 불용의약품 안전관리 조례를 지정한 곳은 채10%도 되지 않는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최초 지정 성동구를 포함할 경우 5곳만 관련 조례안이 제정돼 운영될 뿐이다.
이 가운데 대구광역시 달서구가 작년 12월 19일 본회의에서 조례를 통과시켰다. 달서구의회 허시영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는 작년 6월 보건소 예산문제로 상임위에 상정 보류되고 있다가 12월 19일 열린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허 의원은 “그동안 약국에만 비치돼 있는 수거용기설치를 주민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관공서에도 감독관리가 용이한 곳에 폐의약품수거함을 설치하고 모범적으로 운영한 곳은 포상하는 등 시스템화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제정을 발의했다”면서 “앞으로 폐의약품에 대한 홍보 및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면 불용의약품 수거사업이 실효를 거둘 것이며 주민의 건강권확보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폐의약품은 생태계교란물질 및 향정신성의약품, 스테로이드계 약물 등이 포함돼 있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위험한 만큼 수거용기 설치를 확대해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