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기상관측 기구인 측우기(測雨器)는 1441년(세종 23)에 발명돼 그 다음해부터 관측이 시작됐다. 이것은 과학적인 우량관측의 시작이 서양(1639)보다 198년이나 앞섰음을 말해준다.
1446년(세조 21)에는 관상감(觀象監)이 설립, 이때부터 1907년까지 관측한 서울지방의 강우량 기록이 현존하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기상관측은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발족한 문교부 국립중앙관상대가 설립되면서 이뤄져왔다. 이후 지난 1956년 3월 세계기상기구(WMO)에 가입했으며, 1979년에는 정지기상위성(停止氣象衛星)의 수신 장치를 설치했다.
우리나라의 기상관측은 1984년 이후 기상장비의 현대화, 기상업무의 전산화를 추진해 기상 레이더, 기상위성수신 및 분석 장비, 자동관측 장비, 고층관측 장비, 지진계, 낙뢰감시기, 기상분석용 컴퓨터 등을 도입하고 기상통신전산망 구성 및 기상영상통신망 구성으로 예보, 관측, 통계처리 등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그리고 이제는 인공적으로 기후를 조정하는 인공강우와 강설을 시험하는 수준으로까지 이르렀다.
인공강우 40개국서 연구 실험 중
가뭄이 계속되거나, 장마가 지속돼 홍수가 잦아지면 사람들은 과학의 힘으로 인위적으로 기상을 조정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날씨는 예로부터 전적으로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인공적으로 날씨를 조정할 수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의 진리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현대과학이 인간이 전적으로 원하는 만큼 날씨를 조절할 단계에 아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는 날씨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인공강우 기술을 처음 선보인 이는 미국의 빈센트 쉐퍼 박사다. 쉐퍼 박사는 안개가 가득 찬 냉장고 속에 드라이아이스 조각을 떨어뜨리면 수많은 작은 얼음 결정들이 생기는 것에서 인공 기후변화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1946년 11월 경비행기로 메사추세츠 주의 바크처 산맥 근처 4,000m 높이의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실험을 강행했다.
그러자 약 5분 후부터 실제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1947년에 버나드 보네거트라는 화학자가 요오드화은이 얼음 결정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으며 그 역시 성공을 거뒀다. 그 후 세계 곳곳의 기상학자들사이에서는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러한 인공 기후조정 즉 인공강우는 현재 40개국에서 연구, 실험 중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공 강우·강설 기술은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앞서고 있는 추세다.
검은 금 ‘석유’에서 푸른 금 ‘물’ 의 시대로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개막식과 폐막식 때 베이징으로 이동하던 비구름을 다른 지역에 먼저 내리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 바 있다.
또 베이징의 심각한 대기공해와 먼지도 사전에 제거했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해 초 창춘(長春)에서 개막된 동계아시아대회에서는 로켓탄을 쏴 인공 강설이 내리게 함으로써 눈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이처럼 인공강우와 강설이 요구되는 것은 우선 물의 부족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 수자원은 최대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는 검은 금(Black Gold) ‘석유’에서 푸른 금(Blue Gold) ‘물’로 시대 담론의 중심이 변화되고 있다. 여기에서 강수의 양은 물론 언제 어디에 내리느냐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기상조절은 특별한 목적으로 특정지역의 안개, 구름, 강수 등과 같은 기상현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기상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공 강우, 인공 강설, 안개소산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 이철규 수문기상연구팀장은 인공 기후조절 기술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연간 36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인공강우 실험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600억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기상조절이 이뤄지면 수자원 분야에서 3억 5,000만 원, 산불방지 효과 224억 6,000만 원, 가뭄피해 저감 284억 6,000만 원, 대기길 개선 효과 56억 9,000만 원을 비롯해 안개저감 효과의 경우 인천공항을 대상으로 계산할 경우 74억 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외에도 갈수기 농업 및 공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에 따른 효과, 스키장 자연설 제공 등의 레저 효과, 태풍의 강도 약화 등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득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총 9번 실험서 4번 인공 증우 효과보여
국립기상연구소는 2003년 대관령에 ‘구름물리 선도관측센터’를 설치하고, 2004년부터 겨울철 대관령 지역에서 인공증설 항공실험을 실시해왔다.
동 연구소는 이러한 기후조절 시험을 위해 현재 지상실험 및 기초연구를 위한 연직강우레이더 등 16종의 장비 운영 중에 있다.
연구소가 이처럼 대관령을 실험장소로 선택한 것은 경동지괴의 발달된 산악형(Orographic) 지형의 강원도 대관령이 국내에서 가장 이상적인 기상조절 연구 환경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봄철에는 산불 예방, 겨울철에는 스키장 자연설 제공,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탁월한 수자원 제공 능력으로 여타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경제성을 지닌 대상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지난 2010년에 행해진 실험에는 기상연구소를 포함해 총 6개 기관(대만중앙대, 경북대, 연세대, 강릉원주대, 부경대)의 인력과 장비가 참여했다.
당시 참여 기관들은 총 9회에 걸쳐 실험을 실시했으며 4번의 인공 증우(增雨) 효과를 보였다. 당시 실험에서의 평균 인공증우량은 0.93mm로 이는 기존대비 약 63%가 향상된 수치이며, 수도권 일대에서실시한 실험은 인공강우에 의한 대기질 세정효과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또한 당시 실험에서는 여러 기술적 진보도 이뤘는데, 평지지역인 수도권 일대에서 인공강우 효과를 최초로 확인해 구름조건만 충족되면 전국 어디서나 인공강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울러 온구름(Warm cloud)에서의 인공강우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강수에코 경로역추적기술을 개발해 실험에 적용했다.
수문자원연구팀에서는 기상상황과 시딩(seeding:씨뿌리기)물질, 그리고 계절의 제약이 없는 인공강우 실험이 가능하도록 실험용 중형항공기와 실험검증망 확보를 추진하는 한편, 향후 통계적 검증을 위해 더욱 많은 실험을 실시함으로 기상조절 실용화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기상조절 연구부터
국내에서의 인공 기후조절 기술은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물론 대회가 시작되는 2018년 2월의 평창군 대관령면의 기상은 최상으로 예측되고 있다.
설상(雪上) 경기가 집중 개최될 대관령면 지역의 최근 10년간 2월 기온이 평균 영하 4.0℃이며, 풍속은 2.5m/s, 적설심도 37.1cm로 나타나 특별한 기상이변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동계올림픽 개최 시에는 최적의 기상조건이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대관령면의 기온은 지난 10년간 0.6℃의 상승했고, 강수는 3.3mm 증가한 반면 강설은 10.8㎝ 감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회 개최 당시에 나타날지도 모를 우발적 이상기상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기상조절 능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계올림픽은 날씨가 급변하는 산악지형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상은 기록과 같은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진행 유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이들 기상조절 연구가 강원도 대관령 일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됨으로써 동계올림픽 기간의 기상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분진상태 요오드화은 인체에 유해
작년 4월 2일 정부는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물질이 대기를 통해 한반도 내륙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추진했었으나 실시 바로 전날인 1일 취소됐다.
당초 계획된 4월 2일은 일본 열도 방향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동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던 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보위 신학용 의원은 “당초 바다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할 경우 예산이 많이 들어 태백산맥 지역에서 실시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또 “이 경우 태백산맥 동쪽 지역의 주민들은 방사능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며 “기상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해 계획을 취소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방사능 물질이 내륙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인공강우를 해야 하고, 내륙의 강수는 방사능비를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공 기후조절은 우리에게 유익한 만큼 지속적 연구로 획기적인 결과를 얻기 원하는 측면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인공강우의 효과와 성능에 대한 불명확성을 지적하고 있다.
바로 비가 내리는 시간과 장소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과, 인공강우기술로 비구름의 씨를 뿌리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높은 정밀도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환경적으로 위해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즉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요오드화은과 같은 화학제는 분진상태에서 흡입할 경우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이다.
또 인공 기후조절이 단기적 결실을 얻을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자연은 장기적으로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인공강설이나 인공강우는 장점만 부각됐을 뿐 부작용과 대책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는 상태”라며 “기술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 소장은 또 “지금 기상과 관련해서 더 급한 것은 이상기후현상에 대한 예측능력을 키우는 것과, 기상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아직 검증이 덜 된 인공강우 분야에 대규모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자연환경의 인위적 조장으로 생활의 편의성과 이득을 얻고자 하는 측면에서의 인공강우와 강설은 새로운 고민을 통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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