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실에 들어서자마자 이목을 사로잡는 그의 작품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품 속 꽃에 당장이라도 한 마리의 나비가 사뿐히 앉을 것만 같았고, 과일은 아주 탐스러웠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말 그대로 ‘극’ 사실적이었는데, 원 형태의 기하학적 이미지의 배경을 통해 추상적인 공간이 연출되면서 판타지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어떻게 이러한 작품이 탄생하게 됐는지 작품만큼이나 흡인력 있는 그에게서 직접 들어본다.
현대와 전통의 조화로 자신만의 미술세계 구축
사실적인 묘사력으로 이미 미술계에서 작가로서의 입지가 단단한 오재천 화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현대적 느낌이 강한 배경과 전통의 느낌이 살아있는 정물의 조화이다.
마치 살아있다고 느껴질 만큼 정밀한 소재와 기하학적 원형 모양이 정렬돼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는 “극사실주의 그림의 단점은 사진 같다는 것입니다. 그림과 사진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죠. 그래서 정물은 전통적인 형상을 구현하되 배경은 기하학적 원형 모양을 이용해 현대적으로 표현해서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사진의 이미지를 탈피시키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통과 현대를 섞어서 새로운 느낌이 들게 만든 것이 제가 지금의 방식을 선호는 이유입니다”라며 극과 극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그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작품세계에 대해 말한다.
또한 그는 그의 그림이 사진과 다른 점에 대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꽃들이 작가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발견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작품 속의 자목련이 가진 가장 큰 아름다움이 새로운 씨앗으로부터 다시 돋아나는 꽃봉오리라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린건데, 이 꽃잎을 보게 되면 꽃잎이 얼마나 두께감이 있는지, 나풀나풀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과 부드러움도 느낄 수 있잖아요.
또 솜처럼 말랑말랑한 느낌도 있고, 색감도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표현해 차분한 느낌도 있고요. 꽃에는 언제나 향기가 있기 때문에 나비와 연관시키는 것도 꽃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라며 그림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여러 느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자기’ 작품, 국내외 좋은 반응 얻고 있어
또한 그는 오랜 미술활동 중 많은 변화를 거친 작가로 유명한데, 지금과 같은 정물화를 그리기 전에는 흐르는 계곡 물 속 돌멩이들을 주로 그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꽃, 과일과 함께 국보급 도자기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곤 하는데, 도자기를 그린지는 1년 정도 됐다고 한다.
그는 “원래 자연을 그렸었습니다. 자연은 변화무쌍하며 계절과 장소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도자기는 국보급의 경우 단 하나만 존재해 그 가치가 남다르고, 종류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구성하는 재미도 있는데다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특징이 달라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보다 도자기를 그리는 것이 지금은 더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도자기와 같은 전통보물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생동감 있게 재현하는 것 목표입니다”라며 그림에 변화를 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그에게서 본인이 그린 그림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최근 독일에서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데, 그때 그의 도자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오 작가 본인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도자기 작품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계속해서 풍습이 변함에 따라 결혼 예물이 보석이나 옷뿐만 아니라 그림이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림은 소장가치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림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를 담고 있지요. 대중 간에 교류할 수 있는 그림이 나오기 위해서는 현 사회의 실정에 맞도록 적절하게 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도자기를 그리게 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공감할 수 있는 미술을 전달하고 싶어
그는 현재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데,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는 주로 아주 큰 대형작품들을 작업할 때 사용하고 인터뷰를 가진 은평구 화실에서 10여 명의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원대 문화예술대학원 서양화과 교수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지도하고, 교육하는 것을 떠나서 공감할 수 있는 미술을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합니다. 평소 어떤 감정과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목적을 갖고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평범한 대상에 대해 스스로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본인의 미술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또한 “제자가 빨리 성장하고, 안 성장하고는 가르치는 작가 손에 달려있어요. 배우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성장하고, 붓질 한번이 수십 년을 좌우하기도 하죠”라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강조한다.
오재천 작가는 올해 4월에 있을 국내 전시회 준비에 한참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참 행복한 작가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따르는 제자들도 있고 말이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라며 소박하지만 큰 꿈을 말한다.
스스로를 행복하다 말하는 그는 이미 그 꿈을 이루는데 성공한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오 작가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환경미디어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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