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산이 꽃동산으로 변신하다
서울 번동 오패산 오동공원 내에 있는 꽃샘길은 매년 봄가을이면 이름 그대로 꽃이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유독 한사람에게 정겹게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바로 이 오패산 꽃샘길을 17년째 가꾸고 있는 김영산 씨다. 김 씨는 지난 1994년 4월부터 꽃샘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꽃샘길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사를 왔는데 자신의 집 바로 뒷산인 오패산이 오물, 생활쓰레기, 폐가전제품 등으로 오염이 많이 돼 있어 자신이 조금만 희생하면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의 오패산 꽃샘길을 일구게 된 결과로 나타났다.
김 씨는 먼저 쓰레기산으로 오명이 붙은 오패산에 산적해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부터 전개해 나갔다. 2.5톤 트럭을 자비로 빌려서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이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사람들이 놀러와 쓰레기를 남기고 돌아갈 때가 많아 허탈감에 빠질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1995년도에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되자 인근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돈 주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그런지 더욱더 많은 쓰레기를 오패산에 버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마냥 쓰레기를 치우는 것보다 뭔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중 ‘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꽃을 심어놓으면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고 양심상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람들이 꽃을 심은 자리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 씨는 지역을 계속 넓혀가며 꽃을 심어나갔다. 사람들은 오패산에 피어있는 꽃을 보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김 씨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오패산을 찾도록 하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
물론 1994년부터 3년여에 걸쳐 쓰레기산에 꽃을 심어 아름다운 오패산으로 바꿔놓은 그의 보람과 기쁨도 잠시였다.
정부에서 버드나무, 은사시나무 같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소나무, 벚나무, 단풍나무들을 심는 사업을 시작하며 길을 내기 위해 꽃밭을 모두관리밀어버린 것이다.
허탈한 마음도 들었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8년부터 다시 환경에 맞게 꽃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흙바닥 산길에 돌을 채워 넣어 비가와도 유실되지 않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이 당시 대략 100톤 정도에 이르는 돌을 깐 것 같다고 한다. 정말 개미처럼 열심히 돌을 날라 흙바닥 길에 십자수를 놓듯 돌을 박아 넣었다. 또한 구청에서 은사시나무로 산에 만든 계단이 2년 후 썩기 시작하자 그것들을 모두 뽑아내고 공사장에서 철도 레일에 까는 목침을 구해다 산길에 다시 계단을 만들기도 했다.
하루 대부분 꽃길 관리에 소요
그는 꽃샘길 조성을 위해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꽃샘길 일을 하고 출근했다. 퇴근 후에도 저녁 9시까지 꽃에 물을 주고 집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아내가 굉장히 싫어할 법도 한데 아내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딸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가족 모두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꽃길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그 이전에 이미 불치병으로 삶의 희망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그였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완치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됐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시간과 재정적 비용을 들여 조성하는 꽃길은 어쩌면 두 번째 살게 된 삶에 대한 감사의 자세이자 또 다른 표현인 셈인 것이다.
그는 이 일을 하며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자신은 순수하게 봉사를 하는 것인데 주위에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봉사하는척하다가 정치권에 나오려는 수작이다”, “꽃샘길을 이용해 돈을 벌어 보려는 속셈이다” 등등 여러 시기와 질투의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괴롭히기도 했다.
또한 꽃샘길을 가꾸는데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영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상처를 받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한 여러 일들 중에도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심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나갔다.
김 씨의 이러한 노력에 관할 지자체인 강북구도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가 조성한 꽃길에 매년 가을, 가을꽃들의 개화기가 되면 꽃샘길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유치원 원아들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꽃샘길을 찾아 거닐면서 꽃향기를 맡고, 잊고 지낸 옛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사진도 찍고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손수건에 꽃잎을 물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행사는 강북구의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로도 자리매김했다.
그의 이러한 말없이, 알아주는 이 없이 오패산 꽃길을 가꿔나가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지난 7월 22일(금) 서울시에서 마련한 ‘2011 제15회 서울특별시 환경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업체와 환경과련 시민단체와 함께 개인으로는 유일하게 김영산 씨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그는 지금도 하루의 대부분을 오패산 꽃길 조성으로 보내고 있다. 매일 매일 심어진 꽃들의 상태를 살피고, 새로 조성해야 할 부분들을 손보는 것이다. 그의 삶 전체가 오패산 꽃길 관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에서 주는 큰 상을 받은 만큼 그는 꽃길 관리에 한 층 더 의무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오패산 꽃길을 거닐면서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인생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느끼고 자연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시에서 환경상을 주신 만큼 오패산 꽃샘길을 더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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