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8일
오늘 아침은 남극으로 가기위한 특별한 이동 수단인 아라온호를 타기 위해 리틀턴 항구로 갔다.
항구에 정박해있는 아라온호를 본 순간 "정말 내가 남극에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온호를 보니 예전에 21c 장보고 주니어 선발대회가 끝나고 열심히 조립했던 아라온 모형이 생각났다.
아라온호에 올라타니 생각보다 큰 배였다. 배 내부도 굉장히 넓었고 엘리베이터까지 달려있었다.
1월 30일
드디어 출항!! 연료를 먹던 배가 드디어 움직였다. 항구에서 점점 멀어지며 멋있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출항 전 많은 분들께서 뱃멀미에 대해 이야기하셔서 많이 걱정했지만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바다뿐만 아니라 주변 산들도 정말 멋있게 생겼다. 역시 나무가 많이 없고 풀이 많아 황금색을 띠는 산은 바다와 너무 잘 어울려 하나의 그림을 그려냈다.
1월 31일
오늘은 설날 당일!! 하지만 우린 아직 배 안에 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겠지??
그래도 나는 이곳 생활에 만족한다. 나름 재미도 있다.
오늘은 특별히 부현누나 몰래 브릿지에 올라가서 많은 것을 배워왔다. 원래는 같이 가고 싶었지만 누나도 쉬는 게 더 좋다고 할 것 같아서 그냥 나 혼자 올라갔다.
여기 항해사 분들은 정말 설명을 잘 해주신다. 브릿지에 있는 큰 기기들에 대한 설명은 전부 들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니 너무 재밌었다.
2월 4일
오늘은 처음으로 유빙을 본 날이다. 박하동 선생님께서 부르셔서 선미로 나가보니 유빙이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처음으로 본 빙하는 정말 신비로웠다. 바다위에 떠 있는 얼음이라니 사진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에 정말 경이로웠다.
빙하를 감상하고 있을 때 외국인 두 분이 나오셔서 함께 빙하를 보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난 뒤에는 대원님들 방에 놀러가서 세배를 드렸다.
설날에는 다들 멀미로 인해 고생하셨지만 남위 60도선을 통과하면서 모든 분들이 회복되셨다. 그래서 늦은 세배를 드리고 월동대원님들의 명함을 받았다.
2월 6일
갑자기 아라온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것은 바로 난빙대를 지나면서 나는 소리라고 한다.
신기하기만 한 부현 누나와 나는 선수로 가보았다. 해빙들이 아라온호 주위를 온통 둘러싸고 있었다.
드디어 남극 대륙에 도착했다. 오늘 도착은 했지만 하선은 내일이라고 하셨다.
좀 출출하여 야식을 먹고 있는데 부현 누나가 생일 축하한다며 작은 케이크를 만들어왔다.
2월 7일이 내 생일이라며 조금 있으면 생일이니 축하한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다른 월동대원분들도 내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동했다.
남극에서의 생일 파티~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2월 7일
드디어 남극대륙을 밟는 날이다.
헬기가 땅에 착륙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처음으로 남극 대륙을 보니 솔직히 감동은 없었다. 아직 장보고과학기지가 미완성 된 상태이고 공사로 인해 주변의 눈은 전부 다 치워버려서 멀리 있는 멜버른 산을 보고 남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월8일
드디어 헬기를 타고 펭귄서식지와 멜버른화산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헬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안전벨트와 헤드셋을 착용한 뒤에 헬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라온호에서 내릴 때 이후로 처음타보는 헬기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우리는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의 산을 넘어 멜버른 화산 근처까지 갔다.
화산근처에는 크레바스들이 많이 보였다. 얕은 크레바스가 아닌 깊은 크레바스들을 보자 정말 안전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9일
바로 오늘이 남극 대륙을 제대로 체험한 날이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 날씨가 좋지 않고 눈이 굉장히 많이 내렸다.
오후 2시 30분쯤 김정훈 박사님께서 독일 하계기지인 곤드와나 기지 쪽으로 사전조사를 나가신다고 하셔서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는 곤드와나 기지로 가기 길에 남극 도둑갈매기들의 서식지를 찾았다. 서식지에는 성체뿐만 아니라 어린 새끼들도 있었다. 새끼들은 도둑갈매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정말 귀엽게 생겼다.
도둑갈매기 조사가 끝나고 난 뒤에는 해변가 쪽으로 내려갔다. 해변가에는 많은 해표들이 있었다. 아라온호를 타고 오면서 본 해표는 못생겼지만 여기서 본 해표는 귀엽게 생겼다. 여기에 사는 해표들은 웨델해표라고 하셨다.
이 후 곤드와나 기지쪽으로 향했다. 기지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저 멀리 황제펭귄 한 마리가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황제펭귄을 보기 위해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조금 지나자 눈앞에 황제펭귄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제펭귄은 빙원 위를 혼자 걷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펭귄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펭귄을 보면서 잘 보존된 남극의 환경을 앞으로도 계속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월 10일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정말 많은 생각과 기억들이 맴돈다. 총 3주의 일정 중 기지에 있던 기간은 단 5일.
모든 일정의 절반을 이동하는데 쓰긴 했지만 남극으로 오는 길목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저녁에는 내일 준공식 때 매장할 타입캡슐에 넣을 말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이 타임캡슐은 30년 뒤에 개봉될 것이라고 한다.
글을 쓰고 난 뒤에는 인터뷰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며 인터뷰를 했다. 좋았던 일들만 있던 것 같다.
남극에서 새로운 관심분야를 찾기도 했다. 김지희 박사님과 같이 있어서 그런 걸까? 지의류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한국에 가서도 지의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월 12일
오늘은 드디어 대망의 준공식 날이다. 10시에 장보고과학기지 본관동 앞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공사하시는 분들, 국회의원님들, 월동대원님들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준공식에 찾아오셨다.
역시 대한민국이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주기지를 가진 10번째 국가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다웠다.
기지를 둘러 본 뒤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테라노바만에서의 마지막 식사이다.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다. 좀 더 돌아다닐걸 그랬다.
2월 14일
내일 오전 6시부터 하선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나는 그냥 밤을 새기로 했다. 남극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그냥 자면서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동안 밤에 잠을 자서 체험해보지 못한 백야현상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자정부터 아침식사가 시작되는 오전 5시 30분까지 해가지지 않았다. 백야를 체험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부러 사진을 찍지 않고 천천히 주변을 음미하며 둘러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로스 빙붕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과도 같았고 그 위에는 해표와 펭귄들이 뛰놀고 있었다.
3주동안의 남극여정을 마무리하며
3주 동안 내가 경험한 것들은 내가 이전에 했던 경험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들이었다.
아라온호를 타면서 정말 많은 분들과 만났다. 극지연구소에 계신 박사님들, 아라온호 승조원분들, 여러 방송사의 기자님들 등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선교에 올라가서는 일상에서 듣기 어려운 항해학에 대해서 들었으며 매일 저녁에는 지도에서 내 현재위치를 찾는 법도 배웠다.
극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들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다.
설날에는 세배도 하고 생일케이크도 만들어 주시는 월동대원님들을 보며 내년 공항에서는 우리가 월동대원님들을 맞아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남극 대륙에 도착했을 때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겨울왕국을 보고 난 뒤 남극대륙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화 속 세상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Blue-ice는 정말 보석과 같이 아름다운 푸른색을 담고 있었고 처음으로 본 빙하는 암석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박사님들의 연구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김지희 박사님께서 연구하시는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로 백색의 남극에서 아름다운 색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뉴질랜드와 남극에서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3주라는 기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남극을 좀 더 마음에 담고 사람들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걸 그랬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남극에서 했던 좋은 경험들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제2차 21c 장보고주니어가 선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글 : 김백진
사진제공 : 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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