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생물자원정책, 2050년 돼야 생물주권 확보 가능

나고야의정서 발효됐지만 파급력 간과… 無대응, 低예산, 無의지
박성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12-01 2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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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을 활용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권리국과 공유토록 규정한 국제협약 ‘나고야의정서’가 10월 12일 최종 발효되며, 세계 각국이 대응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가해 보인다. 우리나라에 존재할 것으로 추산되는 10만여 전체 생물종 가운데 현재 40%밖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전체 생물종 DB를 확보하는 데 38년이 걸린다. 즉 한반도의 생물주권은 2050년 무렵에야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부 당국의 2015년도 예산을 살펴보면, 생물자원과 관련한 정책적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선순위서 밀린 국내 생물자원정책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기간 동안,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논의되고, 나고야의정서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어젠다는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통령을 필두로 ‘경제’만을 외치며 다들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만큼 우리 사회가 생물자원에 관심이 없으며, 성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생물자원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고야의정서가 전세계에 미치게 될 엄청난 파급력을 간과한 처사”라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물자원을 보호하자’라는 만민 공통의 공익적 기치를 내건 나고야의정서가 이제야 50~60개국 비준에 그치며 지지부진한 이유는 왜일까. 

 

바로 ‘생물자원 활용 이익을 공유하자’라는 언뜻 좋은 소리 같으면서도 아리송한 문구가 의정서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한 추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에 쉽사리 동참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서명, 비준 절차에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12차 총회 개최 전 나고야의정서 비준을 추진했지만, 끝내 무산되면서 역사적인 ‘제1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에 당당하게 의장국이자 당사국으로서의 참여가 아닌 ‘옵서버(obsever)’ 형태로 참가하는 망신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체면 구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환경협약이라는 생물다양성회의를 한달 가까이나 개최하면서도, ‘생물자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사회적 어젠다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국민적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 

 

한편으로 총회 기간에는 시설이나 교통 등 인프라 및 운영 부문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며, 총회에 참석했던 해외 참가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가치 급부상 하지만 생물종 확인 ‘걸음마’ 

나고야의정서가 가까운 우리 미래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각국마다 ‘생물자원’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앞으로 해외 생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 사용승인(PIC) 절차를 거쳐야 하고, 해외 생물자원을 활용해 얻은 수익은 상호합의조건(MAT)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

 

이를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돈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생물자원’에 사실상 ‘물질적 가치’가 부여되고, ‘생물자원=돈’이라는 명제가 ‘참’으로서 작동하게 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생물자원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생물자원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 폐기되던 쓰레기도 기술진보로 인해 ‘자원화’ 과정을 거치게 되며 대규모 시장을 형성한 사례처럼, 앞으로 생물자원분야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점쳐진다. 나아가 새롭게 형성된 생물자원분야 시장에서는 ‘유용한 생물자원’에 대한 정보(=권리)를 많이 보유할수록 국제사회에서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가치(=생물자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 된 걸까.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약 1000만 종 이상의 생물이 존재하고, 현재까지 175만여 종의 생물이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0만 종의 생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4만1000여 종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서는 이미 자국내 생물자원의 유전정보를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언제든지 新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전체 생물종 가운데 채 40%밖에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상황에서도, 나머지 60%의 우리 생물자원에 대한 권리는 한동안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답 안 나오는 2015년도 환경예산
그러나 생물자원정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환경부의 ‘한국산생물종의현황’ 통계조사를 살펴보면, △2010년 3만6921종 △2011년 3만8011(+1090)종 △2012년 3만9150(+1139)종 △2013년 4만483(+2333)종이다. 여기에서 2010~2013년까지 연간 확인된 생물종의 평균값을 구해보면, 3년 동안 총 4562종, 연간 평균 1520종을 확보해온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까지 확보한 4만1483종의 정보 이외에, 전체 10만 종에서 남은 5만8517종에 대해서 연간 1520종을 확인한다고 가정할 때, 올해를 포함해 총 38년 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산출된다. 강산이 4번 바뀔 시점인 2050년은 넘어야 우리 생물자원의 모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지만 정부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국회 상임위의 2015년도 환경부 예산 수정가결안을 뜯어보면, 역대 최대규모로 예산을 확보했다는 환경부의 주장이 궁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율로 따져보면 오히려 작년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고야의정서 관련 예산 중 환경부의 ‘나고야의정서 대응사업’은 400만 원 증액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예산을 보면 ‘생물자원발굴 및 분류연구사업’이 작년보다 10억 원 증액됐고, ‘고유생물주권확보사업’은 오히려 1억3000만 원 삭감됐다.

 

국내업계 대응 위해 후속조치 필요 

우리 정부는 정말 2050년이 넘어야 우리의 모든 생물종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게 될까. 

 

국회 상임위는 2015년도 환경부예산 예비심사검토보고서를 통해 “포괄적인 규정만을 두고 있고,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국내 법률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개최국으로서 나고야의정서 이행 법률안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국내 이행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국내업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장영주, 배민식 입법조사관은 ‘나고야의정서 발효 후 농업 관련 산업의 향후 과제(‘이슈와 논점’, 2014.10.29)’라는 보고서를 통해 의정서 발효 후 법률 및 체제 준비가 시간적으로 부족할 경우 국내외 유전자원 이용 혼선 초래 및 자원부국의 관련 법률적 소송과 같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나고야의정서 발효와 산업계 영향(2014.10.8)’ 보고서에서 약 5%의 기업만이 대응체계를 갖춘 것으로 조사된 것처럼, 관련 기업들이 빠른 시일 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유전자원정보시스템의 정보 공유 및 홍보, 계약 및 지적재산권 소송 등 자문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미디어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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