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진제공 '반올림' |
“제가 하는 일은 세정 작업이에요. 10분 동안 세정제에 한번 담그고 증류수에 세 번 담구고 건조하죠. 그리고 불량 선별해요. 세정제에는 풀 죽일 때 나는 농약냄새가 나요. 부품이 작고 불빛이 어두워 형광등을 켜놓는데 그래도 눈이 아프고, 목도 아파요.”
“환기시설이나 이런 게 딱딱 분리되어 있고 해서 냄새가 많이 안 난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있는 곳은 한 오육십 평 되는데 ****을 건조하는 곳은 칸막이를 만들어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연기를 다 마시면서 일해요. 직접 다루는 분은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 그러는데, 정작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요.”
“어떤 물질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것을 교육받은 적은 없어요. 납품하는 제품이 자꾸 불량이 나니까, 더 잘 붙는 **로 바꾸었어요. 그런데 이게 냄새가 독하다 이런 이야기만 들었지 그걸 사용하면 생리불순이 올 수도 있고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병원에 데리고 가도 이 동네 병원은 그것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어요” … “냄새가 너무 독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곧 변경할 예정이다. 말만 해요.”
“저희도 납땜 작업이 있는데, 환기 시설이 없어요. 장비를 착용하고 하라 하지만, 사람들은 답답하니까 안 끼고 해요. 원청에서 감독 오면 착용하고, 그런 것 없으면 그냥 하죠. 빨리 만들라고 하니까 빨리는 해야겠고, 노동자는 답답하니까 벗고… 회사는 말로만 권유하고… 이런 식이에요” …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것을 회사가 묵인하는 거죠. 물량을 더 뽑을 수 있으니까.”
※ 이상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해당 노동자 면담 내용이다.
"나이는 27살 이구요. 이제 막 반도체 공정에 들어간 신입입니다. 맡은 업무는 플립칩 공정이라고, 붙이고 검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에폭시라는 접착제 이용하구요, 풀방진복에 마스크 쓰는 어셈블리라는 전공정인 듯 합니다. 크린룸에서 일하구요. 회사는 파주쪽에 시****라는 회사구요. 삼성에서 웨이퍼를 받아서 반도체를 만들더군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사실 나이가 많은 관계로 지금 시작한다면 오랫동안 맘먹고 해야할텐데.. 여러 관련글을 보니깐 걱정만 앞서네요. 평소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라.. 사실 급여가 많은 부분이랑 그래도 근방에서 이름있는 회사라 복지도 좋고해서 들어갔는데 .. 지금이라도 마음 접고 다른일을 해야할지 ..괜히 걱정만 앞서서 도망치는게 아닌지 하는 걱정만 듭니다."
이처럼 국내 전자산업계 이상한 공포감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희귀병은 아무에게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이상한 점은 최첨단 IT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기업에 종사는 근로자들에게 많이 발병한다는데 왜 일까.
피해자는 있는 데 피의자는 없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 전자산업계다. 글로벌 기업으로 연 매출 사상 최대를 매년 갱신하면서, 수백억 원의 성과급을 팍팍 주는 회사. 그런 이면에는 죽음으로 성과급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몇 개월전인 5월,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노동 환경재해를 주제로 다루는 피해자네트워크(ANROEV, Asia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 안보브)에서 삼성반도체 문제를 거론했었다. 이 회의에서 세계 20여 개국에서 참여한 산업재해 피해당사자와 활동가들은 “아시아 일터에서의 살인을 멈춰라”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활동’의 참가기를 통해 ‘세계 전자산업 노동권을 위해 또 한걸음’에 대해 공유한 한국을 비롯 태국, 대만, 파키스탄, 홍콩,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국, 네덜란드, 영국, 남아공까지 모두 26명이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젊은 청춘 사지로 내몬 사연 들어보니
이 회의가 열리는 날 서울에서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뇌암으로 숨진 이윤정님(1980~2012)의 짧은 삶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우리나라를 비롯 동남아 주변국, 멀리 아프리카, 중남미에 이르기 까지 전자산업 근로자들에게 가장 취약점은 작업내외 공정라인에서 발생될 수 있는 환경오염물질의 무방비 노출이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현실 중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근로자들이 알수 없는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아직 최종 보고서를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 공개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한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PCB 세척공정은 고농도 화학물질 노출로 세 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건부터, 실습 명목으로 어린 학생 노동자들이 초과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 그리고 미지의 화학물질 누출로 수십 명의 노동자가 입원했던 사건까지 환경오염물질은 저승사자다. 세계 어디에서나 전자산업으로 인한 노동권과 환경정의의 훼손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실질적인 국제연대가 없는 한, 전자산업 기업들은 결코 어떤 나라에서 일어난 직업병과 공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좀 더 규제와 저항이 덜한 다른 나라로 옮겨갈 뿐이라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농축화학물질 취급 메뉴얼 있으나마나
이것이 글로벌 전자산업 기업들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30년 전, 졸음 쫓는 약 ‘타이밍’을 먹으며 미싱대 앞에 앉아야 했던 봉제 노동자들의 삶이나 최첨단산업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삶이 어찌 그리도 비슷할까? ‘세계최초 개발’,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화려한 언론 보도 속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그 가족들의 눈물이 섞여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노동자들과 함께해 온 30여 년 세월 동안 그이들에게 귀동냥으로 전해 들었던 것보다 더욱 생생하게 전자산업 현장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머릿 속에 지울 수 있는 환경유해물질의 해방구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암 환자 중 최소 4%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기업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 분명한 원인이 있는 전자산업 종사자들의 암발생 산재신청에 대해 아주 무딘 녹슨 칼자루만 잡고 있을 뿐, 그 어떠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발생하는 암 환자 20만명 중단 0.01%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고 있다.
환경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손톱 밑에 가시’ 국정운영 기조에 맞춰 IT 전자 근로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이다. 이것이 진정한 복지정책의 근본이다.
죽음과 사투하는 반도체 전자 근로자의 대변인 ‘반올림’
“반올림은 첩첩산중의 거대 장벽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을 뿐이다. 그 어떠한 외압이 와도 굴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태생이고 소명입니다.” 반올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 유일한 반도체 근로자 인권 보호 NGO ‘반올림’의 희망이다. 이 단체는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앞에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발족 당시 공식적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한 피해자는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 씨의 유족 뿐이었다. 황유미 씨의 유족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해 다른 백혈병 피해 노동자 여섯 명의 존재를 알아내긴 했으나,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동료 노동자들과의 접촉이 모두 끊어져 상세한 작업력이나 정확한 이름조차 확인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황유미 씨의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IBM 공장, 영국의 내셔널 반도체 공장, 타이완의 RCA 공장 등에서 암으로 죽어간 젊은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놀랍도록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도체 전자산업은 그 탄생 직후부터 직업병 피해 뿐 아니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조합 탄압, 환경오염 등 수많은 문제들을 세계 곳곳에서 일으켜왔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과 경험을 배경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산재 은폐에 맞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진상 규명투쟁 뿐 아니라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투쟁 조직과 연대, 그리고 직업병과 환경오염이라는 반도체 산업 세계화에 대한 폭로와 저항을 활동 목표이자 방향으로 세웠다.
2008년 2월부터는 백혈병 뿐 아니라 다른 직업병 피해들을 아우르고 삼성을 포함, 다른 반도체 전자산업체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국내 참여단체는 건강한노동세상, 경기비정규노동센터, 노동건강연대,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대학생사람연대,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당 경기도당, 사회주의노동자당 경기준비모임,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SF), 진보신당 경기도당,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지역 삼성 직업병 대책위원회/충남지역 삼성 백혈병 대책위원회이다. <다음호 계속>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