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소에 양 풀었더니 꿀벌 늘고 농가 수익도 개선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10-18 22: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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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태양광 발전소 부지에 양을 방목하는 ‘태양광 방목(solar grazing)’이 식생 관리 비용을 줄이면서 농가 소득과 생태적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방목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꿀벌 등 유익 곤충 개체수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어 적정 수준의 가축 밀도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코넬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CALS) 연구진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초지에서 서로 다른 수준의 양 방목 밀도가 식생과 곤충에 미치는 영향을 3년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헥타르당 양 2마리를 방목한 구역에서는 잔디를 기계로 깎은 대조군보다 야생벌과 꿀벌, 무당벌레 등 유익 곤충 개체수가 전체적으로 38% 증가했다. 특히 꿀벌 개체수는 83% 늘었다. 관련 연구는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뉴욕주 드라이든에 위치한 코넬대학교 소유 캐스캐딜라 커뮤니티 태양광 발전소에서 여러 수준의 방목 밀도를 적용해 식생 관리 효과와 곤충 개체수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방목 밀도에 따라 효과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헥타르당 양 2마리를 투입한 경우 유익 곤충 개체수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반면 헥타르당 4마리를 방목했을 때는 식생 제거 효과가 더 높아졌지만 유익 곤충 개체수는 잔디를 깎은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헥타르당 8마리까지 늘리자 식생 관리 효과는 가장 높았고 양의 건강에도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꿀벌 개체수는 45% 감소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소의 식생을 짧게 유지하는 데는 높은 방목 밀도가 효율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꽃을 피우는 식물과 곤충의 먹이 자원까지 줄여 생태적 이점은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진은 방목 밀도에 주목했다. 실제 농가에서는 단위 면적당 몇 마리의 가축을 투입할지가 가장 중요한 관리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구 책임자인 스티브 그로스키(Steve Grodsky) 코넬대 천연자원 조교수는 “태양광 방목에서는 사람과 에너지, 가축, 식물, 곤충이 모두 같은 생태계에 속한다”며 “태양광 개발업체와 지방정부, 농가가 의사결정을 할 때 각각의 요소 사이에서 어떤 절충과 시너지가 발생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방목은 최근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의 한 형태다. 태양광 패널 아래와 주변에 자라는 풀을 기계로 베는 대신 양이 먹도록 하는 방식이다.

양은 소보다 체구가 작고 패널 구조물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어 태양광 부지 식생 관리에 적합한 가축으로 평가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방목지를 확보할 수 있고, 태양광 사업자는 제초·예초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코넬대 연구진은 이러한 태양광 방목이 농가 경영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개발했다.

코넬 SC 존슨 경영대학 연구팀은 목표 양떼 규모와 운영비용, 예상 수익, 태양광 부지의 식생량 등을 입력하면 가축의 구입과 판매 시점을 최적화할 수 있는 스프레드시트 기반 모델을 만들었다.

태양광 부지에서는 식생이 빠르게 자라는 시기에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하면 별도의 예초 작업이 필요하고, 반대로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사료 부족이나 추가 관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부지별 식생량과 계약조건 등을 고려해 농가가 어느 정도 규모의 양떼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농가는 태양광 방목 계약을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축산 경영모델로 활용할 수 있고, 태양광 개발업체 역시 농가의 운영 여건을 반영한 계약을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태양광 방목 확산이 미국 양 산업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현재 국내 양고기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태양광 부지가 새로운 목초지와 안정적인 관리 수입원을 제공할 경우 양 사육 규모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태양광 부지에서 양을 많이 방목할수록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처럼 낮거나 중간 수준의 방목 밀도에서는 식생 관리와 곤충 서식지 보호가 동시에 가능하지만, 방목 압력이 지나치게 높으면 꽃과 식생이 줄면서 수분매개 곤충의 서식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결국 태양광 방목의 성패는 발전량과 예초비 절감만이 아니라 적정 방목 밀도, 농가 수익, 가축 건강, 생물다양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관리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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