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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
하천은 수계, 육지, 그리고 대기의 세 가지 다른 세계가 서로 접하는 장소로써 넓게 연속된 개방경관을 가진 다양한 식생과 동물군집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즉, 하천은 생물군집이 매우 다양한 추이대(ecotone)를 이루고 있다. 하천은 물, 흙, 그리고 공기로 이루어진 비생물계, 식물, 동물 및 미생물로 이루어진 생물계,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문화계가 조합된 복합적인 계로서 하나의 경관(landscape)을 이루고 있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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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1. 하천은 수생태계와 강변생태계가 조합된 복합생태계, 즉 경관이다. <제공=이창석 교수> |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하천과 함께 생활해왔고(그림2), 그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하천을 다양하게 변모시켜 왔다. 특히 치수와 이수 중심의 관리를 한 결과 현재의 많은 하천은 하나의 생태계이기보다는 인간생활의 부산물을 배출하는 하수도와 인간생활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장소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그곳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던 다양한 생물들이 생활의 터전을 잃고 사라져 갔다. 치수 대책의 일환으로 하천의 자연적 구조가 인위적 구조로 변모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식생도 제거되어 하천 본래의 모습을 찾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와 같이 하천의 구조가 지극히 단순해지고, 그 기능 또한 극도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점점 늘어났으며, 그 결과 하천의 오염은 실로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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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2. 하천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제공=이창석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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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1. 하천의 훼손 실태를 보여주는 사진. 강변구역이 논으로 전환되어 그 폭이 크게 좁아졌고 주변에서 토사가 과도하게 유입되어 천정천으로 변한 농촌하천의 모습(위 왼쪽). 강변구역을 콘크리트 구조물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로 전환한 도시 하천의 모습(위 오른쪽). 강우 시 주변지역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로 뒤덮인 하천의 수역(아래) <제공=이창석 교수> |
그러나 일찍부터 하천을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였던 선진 여러 나라의 예에서 보면 자연하천은 뛰어난 환경보전과 개선기능을 보이고 있다(사진2). 따라서 여러 가지 물리화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수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시점에서 다양한 생태적 기능의 회복과 함께 오염하천의 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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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2. 생태적으로 복원된 독일 이자르강의 모습 <제공=이창석 교수> |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 하천복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 지자체, 환경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하천관리부서에서 다양한 하천복원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특히 2005년 수행된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여러 지자체와 정부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하천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러한 사업들은 체계적인 생태 복원의 절차와 방법을 따르고 있지 않아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고도 생태복원이 추구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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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3.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복원한 하천이 오히려 하천을 망가뜨리고 있다. 하천복원에서 모델로 삼아야 할 자연하천(위), 복원되지 않은 도시하천(중간), 복원된 하천(아래) <제공=이창석 교수> |
우리나라와 같은 논농사 중심 지역에서는 하천 경관의 한 부분에 해당하는 강변구역(riparian zone)의 상당한 부분을 논으로 이용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 그곳을 다시 도시로 개발해 왔는데, 이러한 사실을 해당지역의 토양, 즉 충적토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사진4). 논으로 이용할 때부터 가능한 넓은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폭을 좁히고, 그 대신 제방을 높게 쌓아 홍수 피해를 막아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강변생태계가 차지하는 면적이 매우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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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4. 수생태계 주변 강변생태계의 변화. 자연하천의 강변생태계가 농촌지역에서는 논으로 그리고 도시지역에서는 도시화 지역으로 바뀌어 있다. 자연하천에서 흰 화살표 부분이 수로이고, 산과 산사이가 강변식생으로 채워져 있다. <제공=이창석 교수> |
한국 전쟁 후 70여 년간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비무장 지대 및 민통선 북방지역을 보면 실제로 과거의 논 지역에서 강변식생이 되살아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북방지역을 거쳐 농경지역으로 흐르는 강원도 양구지역의 수입천 유역에서 지난 60년간 일어난 경관 구조의 변화를 보면, 농경이 계속되는 지역의 논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북방지역의 것은 강변식생으로 바뀌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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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3. DMZ와 CCZ(민통선 북방지역)에서 과거의 논이 자연의 과정을 거쳐 강변식생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 <제공=이창석 교수> |
세계적으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하천의 생태적 기능이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하천을 단순히 자원으로 간주하고 이수 기능을 확대하거나 홍수로부터 도시와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치수 기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하천의 생태적 기능은 간과되고, 나아가 이·치수 목적의 하천개발과 변형에 의해 그 기능은 점차 악화되었다. 세계적으로 하천의 보전과 복원 사업이 처음으로 구체화된 곳은 유럽의 독일어권 국가들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른바 근자연형 하천공법(Naturnaher Wasserbau)이라 하여 기존의 콘크리트나 금속 등 전통적인 토목 재료 대신에 버드나무를 비롯한 살아 있는 생물 재료와 거석, 통나무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하여 하천을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공법은 치수나 이수 사업 등 새로운 하천 사업을 계획하는 경우는 물론 인공화된 하천의 복원 사업에도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1992년에 완공된 라인강, 마인강,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①수로 좌우안의 대칭 금지 ②운하 곳곳에 다양한 변화 창출 ③저지대와 습지의 보전 ④인공섬과 삼각주 조성 ⑤곳곳에 습지의 조성이라는 자연에 가까운 하천 조성을 위한 계획을 기본으로 하였다. 그 과정은 대략 개척기(1971~1980), 발전기(1981~1990), 성숙기(1996~2000) 및 확장기(2001 이후)의 4단계로 구분할 수 있고 각 시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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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4. 하천의 한쪽 단면(오른쪽)만 자연의 과정에 맡겨 본 Re-Profile 프로젝트 모식도 <제공=이창석 교수> |
첫째, 개척기는 경제부흥에 따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위적으로 개조한 하천을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자연형 하천 복원”의 개념으로 정착하였다. 초기에는 개비온, 나무말뚝, 나무다발 등을 이용하여 호안 공사를 하고, 평수위 이상에 식생을 도입하는 복원을 시행하였다. 발전기는 시간이 지나며 돌 붓기와 같은 형태로 호안공사의 강도를 유연하게 하여 자연성을 높이고 식생의 도입도 교란주기를 반영하며 초본, 관목 그리고 교목을 배치하는 다양성을 추구하였다. 이때 생태학이 발달한 이들 나라에서는 도입하는 식생체계를 이미 고려하였고, 외래종은 물론 지소의 생태적 조건과 어울리지 않는 종의 도입도 철저히 배제하였다. 성숙기에 접어든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이들의 하천복원 방식은 하천의 종적, 횡적 연속성을 갖추는 복원을 추구하기 시작하여 종적으로는 낙차구조물과 같은 인공시설을 제거하여 자연으로 되돌리고, 횡적으로는 수변에 한정되던 복원의 범위를 제방과 그것을 넘어서는 부분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복원에서는 횡적 범위를 확장시키고 나서 인위적으로 식생을 도입하기 보다는 자연의 과정에 맡기는 생태적 복원을 추구한 점이 눈에 띈다. 하천복원에서 수변 생태 벨트 확보 차원의 공간적 범위를 고려한 것은 이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제방의 경사를 완만하게 다듬고 그곳에 어울리는 식생을 도입한 “Re-Profile”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그림4). 확장기에 들어선 최근의 하천복원은 온전한 하천의 전 범위를 대상으로 삼고 나아가 그것을 유역으로 확장시켜 검토하고 있다. 즉, 유역의 토지이용 실태를 고려하여 수변생태벨트의 복원 수준을 고려하며, 소위 “지속가능한 토지 이용 및 하천 관리”를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6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Room for the River”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그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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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5. 하천의 폭을 넓혀 본래의 공간적 범위를 확보해주는 복원 방법(room for the river) <제공=이창석 교수> |
우리나라 하천의 실태를 생태적으로 평가해 보면, 직강화의 영향으로 굴곡도(sinuosity)가 떨어져 흐름의 다양성이 낮다. 결과적으로 미지형의 다양성이 낮아지며 생태적 다양성 또한 낮다. 하천의 횡단구조는 대부분 복단면 구조를 유지하여 수역생태계와 강변생태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이러한 복단면구조는 통수단면도 축소시켜 과도한 토지이용에 기인한 하천의 폭 축소와 함께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나아가 그것은 지하수위 및 교란체제에 영향을 미치며 그곳에 성립하는 식생의 생태적 특성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강변식생대에서 절대육상식물과 외래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식생변화는 하천의 폭과 단면적 축소에 더해 하천에서 통수단면을 축소시키며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 하천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다양한 용도로 조성된 보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에 걸쳐 34,000여 개에 이르는 보가 존재하여 이 또한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자연형 하천’, ‘생태하천’ 등의 이름으로 추진된 유사복원사업이 하천의 생태적 특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사진3 참고). 진단평가가 무시되어 대부분의 복원사업은 훼손 정도에 관계없이 적극적 방법으로만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비용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고도 효과는 크지 않다. 대조생태정보도 거의 활용되지 않고, 사업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복원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외래종이 도입되는 경우도 많고, 생태적 공간분포를 크게 벗어난 외지 종(일명, 국내 외래종)이나 더 큰 생태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미소 서식처를 벗어나 도입생물들이 배치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온전한 자연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는 의미의 ‘복원’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지도 어느덧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특히 이러한 용어는 하천에서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연하천’, ‘생태하천’, ‘재자연화’ 등 용어만 베껴 쓰지 말고 자연을 닮은, 자연에 바탕을 둔 바른 하천복원을 실천해보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크 센델은 정의를 옳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천 복원에도 정의, 즉 옳은 복원을 실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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