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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미디어'가 2015년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들을 조명했다. 2014년도 11월호에서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에 관해 다뤘고, 12월호에서는 '화평법 및 화관법'의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
예견된 안전불감형 화학물질사고
“NO DATA, NO MARKET”
우리 정부는 앞에서와 같은 안전불감증형 화학물질사고를 사전에 차단,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화학물질 관리법을 내년 2015년 1월 1일부터 전격 시행한다.
환경부 추산, 국내에서 보통 4만 5000종부터 많게는 5만종가량 유통되는 화학물질들 중,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유독물은 2014년 5월 기준으로 벤젠, 톨루엔, 과산화나트륨 등 총 687종이다.
금지물질로는 DDT, PCBs, 석면류 등 취급금지물질 60종, 말라카이트그린, 노닐페놀 등 취급제한물질 12종에 불과하다. 그 외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위해성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해마다 화학물질사고 발생건수도 증가 추세다. 올해는 100건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9건에 그치던 전국 화학물질사고 발생건수는 신고를 강화한 2013년 87건, 올해 2014년도에는 11월20일 기준 97건(환경부 정보공개청구 결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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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환경부로부터 제공받은 '연도별 화학물질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4년도 화학물질사고가 2013년도에 비해 상당부분 늘어났고, 특히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발생 및 부상, 재산피해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특히 사고 발생 원인을 보면,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작년 35건에서 올해 46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현장 작업자들의 기본적인 안전규칙 미이행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작년 사망자는 11명에서 4명으로 줄었지만, 부상자는 70명에서 184명으로 대폭 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산피해부문에서도 소방서 추산 2013년도 피해액은 50억 원이었으나, 올해 피해액은 314억 원으로 급증해, 화학물질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의 이용 목적과 용도에 따라 주관부처가 다르고, 화학사고 발생시 재난안전컨트롤러가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아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이나마 내년부터는 이런 비정상적 적폐들을 대부분 일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새롭게 시행되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 즉 화평법, 화관법 덕분이다.
EU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화학물질시장에서도 ‘취급물질에 대한 유해정보가 없을 경우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NO DATA, NO MARKET)’는 추세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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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
화평법·화관법, 사전안전관리 위한 법률
사전등록, 위해성평가, 장외영향평가, 과징금
화평법과 화관법이란 화학물질의 유해성 및 위해성의 체계적인 관리와 위해우려제품의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화학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고자 시행하는 법률이다.
현장 일선의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하고 생활 속에서 소비자가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의 생산·유통 등 모든 과정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환경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화평법 및 화관법의 하위법령안을 만들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 24차례의 마라톤회의를 통해 세부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만들었다. 현재 시행령은 법제처에서 심사 중에 있다.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야, 정부·재계·시민단체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단체 간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종래에는 ‘경제살리기’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하는 박 대통령의 재계에 대한 지원사격에 힘입어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재계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법 시행으로 인한 대기업들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적·재정적 여유가 없는 탓에, 화평법 및 화관법을 대비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를 살펴보면, 중소 화학물질 취급업체 수는 전체의 96%(1만5905개/1만6547개)에 달하며, 국내 총 화학물질 유통량 대비 26%(1억1000톤 /4억7000톤)를 차지한다. 새로 시행되는 화평법 및 화관법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이행 여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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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화학물질관리법' |
이에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과 함께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법률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한상공회의소에 ‘화학안전 산업계지원단’을 설치해 지원 중이다.
지원단은 중소기업들을 위해 설명회 개최, 1:1 현장 기술지원, 공동등록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화평법 시행을 앞두고 ‘등록대상 기존화학물질’로 지정·고시 예정인 화학물질 518종을 사전 예고했다.
환경부는 향후 국내외 화학물질정보, 유통현황 등을 토대로 2차(2018년 예정), 3차(2021년 예정) 등에서 화학물질 등록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화평법 및 화관법의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화학회사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 화학업체들은 염소 등 사용 빈도가 높은 화학물질을 공동으로 등록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점 및 대상 기업들의 규모다. 새로운 법률 시행을 고작 한 달여 앞두고 나온 대기업들의 연대 움직임. 그리고 새 법률 안착의 관건은 중소기업들에만 있는 줄 알았으나, 대기업도 이번 법률이 요구하는 필요조건을 자체 처리하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인 데다 비용이나 효율성을 고려해 개별 기업들이 자료를 작성해 등록하지 않고 공동으로 해당 물질을 시험하고 평가해서 등록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는 구매거래선 대상으로 사용물질 확인 및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민사회 “시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 드러날 것”
지속적인 문제제기, 현실 드러내는 활동 이어갈 예정
그렇다면 새로운 법률 시행을 목적에 둔 이 시점에 정부 및 대상 기업들의 준비상황은 어떨까. 또 새 제도는 시행 초기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에 물었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법 시행에 앞서 화평법 및 화관법의 문제점들이 EU의 리치(REACH)에 비춰봤을 때 부족한 부분이 명확히 있기 때문에, 법률이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그 드러나는 것들에 대해서 법 개정이나, 부족했던 법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방안이 앞으로 (시민사회에)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화관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기업비밀들의 허용범위를 명확하게 만드는 등의 부분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화평법의 경우, 등록 범위를 1차에서 518종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우려됐던 등록업무는 그렇게 많지 않겠으나, 문제는 경험없는 환경부도 우왕좌왕 할 것으로 김 실장은 예상했다.
또한 그는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정보들이 공유되면서, 결국 그 독성물질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사회가 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어떻게 의제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지속적인 문제제기 그리고 현실을 드러내는 활동 등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환경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화평법 시행에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화학물질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시민사회의 위원회 참여 부문이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환경부가 발표한 518종의 사전등록 화학물질의 수가 너무 적다며 즉각 성명서를 내고,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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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지원단 “시행 전이라 모두 불안한 분위기”
아직 교육 받지 못한 기업 다수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발족한 대한상공회의소 화학안전 산업계지원단 담당자는 현황을 “일단 법 시행 전이라 모두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대기업들의 경우는 “말하지 않아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하위법령이 확정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그는 전했다. 하위법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거기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법 시행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력 자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당장 내년 법 시행을 두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교육을 받고나서도 자신들이 어디에 해당하고, 뭘 해야 하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법령을 숙지하고, 교육을 몇 번 더 받아보는 게 낫다”고 당부했다.
교육에 관한 물음에, 그는 “아직 교육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며, “교육을 기다리고 있는 업체 수도 많고 문의도 많아, 추가교육을 실시해야 할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서울, 경기권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에 교육공지를 띄우자마자 마감되는 추세라며,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새 법률에 대해서는 대다수 기업들이 규제수위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법 시행으로 재정적인 부담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대상 기업들이 그런 반응을 자주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환경부 초조해 보였다”
대다수 中企 어떡하나, 화평법·화관법 무방비·무대응
중소기업들의 준비상황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알아봤다. 창조경제부 나상우 담당자는 “(중소)기업들로부터 뭐가 어려운지에 대한 문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법 시행 계획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평법, 화관법이 특수하지 않은 법이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법률에 적용받게 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한 달 후에 시행될 화학물질 관련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최근 환경부로부터 협력요청이 들어왔었다고 말한 담당자는 “환경부가 초조해보였다”고 말하며 현재 중앙회 차원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준비를 잘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환경문제 자체가 경영상의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높지 않다”며 “새 법 시행을 앞두고, (중앙회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화평법 및 화관법의 적용대상 기업들이 워낙 많아서, 알리는 데만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정책자금으로, 설명회를 100 ~ 200회 진행한다 하더라도 모든 기업들이 전부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듣는다 하더라도 법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중소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번 화평법, 화관법과 관련해 5곳 중 1곳은 당분간 부담금, 부과금을 안고 가겠다는 조사결과를 예로 들며, 새 법률의 사회적 안착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케 했다.
한편 중견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중견기업연합회 담당자도 “연합회 차원에서 새 법과 관련해 딱히 뭘 하고 있거나 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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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따라가지 못한 기존 제도
현재 화평법과 관련해 환경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인목 화학물질과 행정사무관도 마찬가지로 “현재 대기업들은 준비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도 성패는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황 사무관은 새로운 제도를 이행하는 당사자가 산업계다 보니 당장 부담이 있는데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기존에도 EU 리치제도를 경험하고 외국의 여타 관련 제도를 경험하면서, 사내에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법의 차질 없는 이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도를 따라올 수 있느냐 여부였다. 그는 이번 제도의 성패는 모두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사무관은 “화평법, 제도 자체가 화학물질 정보에 기반한 화학물질관리를 하자는 것”이라며 “화학물질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관련 물질의 특성이나 위해성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도 유해성을 심사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그 대상이 많이 확대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며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 약 4만5000종에서 5만 종 중 유해성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불과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법률에 적용되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로 하여금 자체적으로 정보를 확보·제출토록 해서 환경부가 심사평가를 하고자 한다”며 “현재 이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 업무인력을 30명 정도 확보해 법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환경부는 새로운 제도 시행에 앞서 중소기업들이 초반에 따라올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관련 예산 78억 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황 사무관은 환경부가 확보한 2015년도 예산으로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제도 이행을 지원해주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잇따른 안전불감증형 화학물질사고에 대응차 내년 새롭게 시행되는 화평법과 화관법. 관련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화평법과 화관법이 안착할 수 있냐 없냐 여부는 중소기업의 이행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전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환경문제를 경영순위에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화학물질과 관련한 새 제도가 본 취지대로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환경미디어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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